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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밖은 안녕

괄호 밖은 안녕

이주혜 (지은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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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밖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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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괄호 밖은 안녕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308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4-10

책 소개

장편소설 『자두』에서 상실과 연대의 경험을 슬픔의 미학으로 담아낸 이주혜는 『괄호 밖은 안녕』을 통해 다종다양한 관계에 얽힌 고통과 이해를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 시선으로 그려낸다. ‘번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이번 소설집은 지금까지 이주혜의 작품들을 따라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이름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온전히 번역해낼 수 있을까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이주혜 신작 소설집

단단한 괄호에 걸어 길어올리는 타인과 기억
그 사이로 상처와 고통을 흘려보내는 안녕의 물결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제41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주혜가 문학동네에서 세번째 소설집 『괄호 밖은 안녕』을 펴낸다. “엄정한 사유와 섬세하게 벼린 언어”로 “우리 사회의 여성 현실을 예리하게 탐색”(신동엽문학상 심사평)한다는 평단의 지지뿐만 아니라, “나는 오늘도 그의 이름과 언어에 신뢰를 한층 더 쌓아올린다”(구병모)는 동료 작가의 신망까지 한몸에 받으며 이주혜는 한국문학의 든든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장편소설 『자두』에서 상실과 연대의 경험을 슬픔의 미학으로 담아낸 이주혜는 『괄호 밖은 안녕』을 통해 다종다양한 관계에 얽힌 고통과 이해를 더욱 깊어지고 확장된 시선으로 그려낸다. ‘번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이번 소설집은 지금까지 이주혜의 작품들을 따라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이름을 남길 것이다.
번역을 두고 “이해를 향한 부질없는 그러나 지난하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예스24 인터뷰에서)이라 표현하는 그의 마음은 『괄호 밖은 안녕』에도 짙게 묻어난다. 이번 소설집에서 이주혜는 과거에 화자들이 당면했으나 받아들이지는 못한 존재나 시간을 지금의 시공간으로 데려온다. 그들이 마주하는 기억은 대체로 유령(환영), 허상, 말하는 동물 등 환상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이러한 기억의 화신과의 대면을 ‘여행’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기억을 다시 쓰는 행위’와 순환하며 맞붙는다.
“이색적인 풍광을 맞닥뜨리며 감회에 젖는 대신, 기묘하게 낯익은 공간에서 친숙한 기억들이 침투”(강지희 해설)하는 여정에서, 자신이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남겨둔 조각들이 미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순간은 이주혜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그 자체로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 해석의 여정에서 『괄호 밖은 안녕』은 그간 묻어두었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그 시간을 나란히 함께 걸으며 화해할 수 없었던 기억과 존재를 마주하게 한다.
『괄호 밖은 안녕』에서 반복적으로 전개되는 ‘기억을 해석하려는 치열한 시도’는 그의 소설세계의 근원이자 중핵이기도 하다. 소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의식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이 “단단한 괄호에”(「괄호 밖은 안녕」, 82쪽) 담긴 기억이 마지막 페이지 위로 툭 떨어질 것이다. 그 괄호 안에서 우리의 고통과 상처는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때로는 넘실거리다 범람하고, 그러다 다시금 그러모이기도 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다시 쓸 수 있다.


기억을 번역하고 마침내 해방시키려는 곡진한 시도

기억과 해석은 다른가? 당연히 같지 않겠지만, 피하려고 해도 물리적인 충격을 동반해 멋대로 찾아온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_「괄호 밖은 안녕」, 72~73쪽

『괄호 밖은 안녕』에는 ‘번역가 이주혜’로서의 면모가 곳곳에 담겨 있다. 번역이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세상을 엮어내는 작업이라면, 이주혜는 이를 소설로 옮겨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고 해석에 한 발짝 다가가려 분투한다.
표제작 「괄호 밖은 안녕」은 여행중인 번역가 화자를 내세우며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한 계절에 두 권의 책을 잇달아 번역한 뒤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가능한 한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가 없는 곳으로 떠난다. 여행중 산속에서 맨발의 젊은 여자를 마주친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를 차에 태우는데, 둘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음을 깨닫고 몸짓과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여자와의 여정은 ‘나’가 과거 가정폭력에서 도망쳐 나온 한 여자를 잠시 집에 들였던 일, 뿔뿔이 흩어진 자신의 가족들과의 일화 등을 소환한다.
이는 「여름 손님입니까」와도 일면 맞닿는다. 소설은 일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직원들과의 기묘한 일화로 시작한다. 온천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노부인, 번역기 앱으로 다소 우스꽝스러운 설명을 들이밀며 메뉴 변경을 요청하는 식당 직원 등 호텔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은 화자를 점점 아리송하게 한다. 화자는 삼십 년 전 집을 떠나 홀로 일본으로 간 언니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도착했지만, 호텔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본격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안개의 기분」 「맘껏 슬픈 사람」은 두 소설 모두 영국의 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아들과 엄마가 떠난 홋카이도 여행을 배경으로, 각각 아들과 엄마를 초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쌍의 모자는 여행중 자신에게 진한 흔적을 남긴 과거를 되새기며 의미를 되묻고 이별을 준비한다. 이때 그 이별은 서로와의 이별이면서 동시에 묻어놓았던 과거와의 이별이기도 하다. 이주혜의 소설적 공간이 대체로 일본이라는 점 역시 주목을 요한다. 너무 다르지는 않고 동시에 너무 동일하지도 않은, 쉽게 녹아들 수 있으나 반드시 해석이 요구되는 공간. 그 친숙한 풍경에 침투하는 익숙한 기억들이 소설 곳곳에서 화자의 발목을 붙들고, 떠나왔으나 떠나보내지는 못한, 무의식적으로 유사한 공간을 선택하게 된 이들의 발걸음은 ‘과거’라는 같은 공간을 맴돈다. 번역의 (불)가능성을 언어에서 기억으로 옮겨와 과거 한때 시간을 같이 썼던 타자들 그리고 그 기억을 해석하려는 부단한 몸짓은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떠남으로써 새로이 쓰일 수 있는 이야기

「할리와 로사」와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소설집 내에서도 특히 친근하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할리와 로사」의 두 사람은 고향을 떠나와 선택한 장소에서 직접 지은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은 ‘할리’의 고향인 전주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 과정에서 할리는 자신이 버리고자 했던 원가족과 고향의 기억을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그 귀향의 경험을 여행으로 바꾸는 것은 할리 곁의 ‘로사’다. 그는 할리도 몰랐던 전주의 장소와 맛집을 소개하며 할리가 가진 괴로운 기억에 낯섦을 더한다.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소설가인 화자가 대학생 시절 함께 생활했던 언니와의 기억을 회상하며 진행된다. 동아리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하라는 이야기에 ‘영순’과 언니 ‘은수’는 서로의 이름을 빌려 각자 ‘수은’과 ‘순영’이 되기로 한다. 글을 쓰는 ‘수은’에게 꼭 소설가가 되라며 용기를 북돋아준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언니는 느닷없이 결혼과 임신을 이유로 ‘수은’의 인생에서 사라진다. 내내 해석할 수 없는 숙제였던 언니의 삶은 현재 시점에서 이메일로 도착하는 편지의 스캔본을 통해 조금씩 이해에 가닿는다. 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서로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보듬고 애틋해한다. 무엇보다 화자가 고향 혹은 인연에 얽힌 기억을 직면하고 마침내 떠나보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어디에도 자신의 처소를 마련하지 않고 환대를 기대하지 않는 이들은 속박을 끊어내며 궁극에는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흘러다니며 다른 존재와 접속하고 미끄러지며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어떤 빛이 어른거린다. _강지희, 해설에서


“나는 오늘도 그의 이름과 언어에 신뢰를 한층 더 쌓아올린다.” _구병모(소설가)

게리온과 헤라클레스 중 누가 더 괴물인가. 더 괴물이라는 표현은 성립하는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가. 게리온이 처음으로 날개를 펴고 화산 입구로 날아간 것은 살고자 함인가 죽고자 함인가. 무수한 논쟁과 대화와 때론 독백이 이어질 것이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갈 것이다. 살고 싶은 사람도 죽고 싶은 사람도 하릴없이 그 소리와 박자에 몸을 맡길 것이다. 여름이니까. 밤이니까. 마법 같은 여름밤이니까.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_「이소중입니다」, 111쪽

「이소중입니다」와 「초록 비가 내리는 밤」은 독특한 색채를 발한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기억의 해석과 번역의 문제, 과거로부터의 이별이 도드라진다면, 이 두 편은 독특한 스타일로 하여금 스타일리스트이자 문장가로서의 이주혜를 발견할 수 있는 자리다. 철학자의 집으로 향하는 번역가, 소설가, 시인의 여정을 담은 「이소중입니다」는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이들의 어지럽고 환상적인 여름날 여로를 그려낸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독자에게 “마법 같은 여름밤”(111쪽)을 선사하는 이 소설은 특히나 이주혜의 아름다운 만연체가 돋보인다.
기담의 형식을 따르는 「초록 비가 내리는 밤」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부인 ‘양순덕’의 이야기로 시작해 집에 혼자 남겨진 남편 ‘박천일’의 일상으로 이어지며 그가 두려움에 떨며 떠난 집에 살게 된 ‘손우정’의 사연으로 연결된다. 양순덕이 남긴 백여 개의 식물은 박천일에게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이자 두려운 존재이지만, 손우정에게는 이해하고 싶은 신선한 언어이자 삶을 회복하게끔 도와주는 생(生)의 귀한 증거이다. 이는 양순덕이 식물에 관한 조언을 남긴 노트를 손우정이 꼼꼼히 읽으며 그 이면을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식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이함이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까닭은 이것이 기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식물의 생동성, 그 투명하고 빛나는 삶에의 의지가 『괄호 밖은 안녕』이 전하고자 하는 바이기 때문일 것이다.이주혜의 시선이 세상에 “그어진 미세한 실금을 어김없이 포착하고야 만”다는 구병모의 표현처럼 『괄호 밖은 안녕』은 우리 삶에 벌어진 틈을 괄호에 담아 소설 위로 포개놓는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우리가 해명하지 못한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다. 이주혜의 소설은 이를 억지로 봉합하거나 완벽하게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번역을 시도할 뿐이다. 이러한 시도는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섬뜩하며, 때로는 미궁에 빠진다. 해석의 근원적인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 문을 두드리고 적극적으로 “기억의 허방에 빠”(72쪽)지는 일. 그렇다면 이 과정은 결국 화자가 과거를 적극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자 다시 쓰기를 통해 해석된 기억을 주체적으로 떠나보내는 행위이지 않을까. 『괄호 밖은 안녕』이 건네는 이 용감한 시도들에 우리 역시 손쓸 도리 없이 소설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목차

안개의 기분 _7
여름 손님입니까 _35
괄호 밖은 안녕 _67
이소중입니다 _97
초록 비가 내리는 집 _123
할리와 로사 _153
맘껏 슬픈 사람 _189
순영, 일월 육일 어때 _223

해설 | 강지희(문학평론가)
기억의 물결 위를 유랑하기 _253

작가의 말 _285

저자소개

이주혜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6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누의 자리』 『괄호 밖은 안녕』, 장편소설 『자두』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여름철 대삼각형』, 산문집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옮긴 책으로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멀리 오래 보기』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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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지금 바깥에 안개가 대단해. 나와 키리가 동시에 출입문 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선팅된 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사그라지는 숯불 위로 어쩌면 안개의 냄새를 맡은 것도 같았다. 순간 하고 싶은 말이 두서없이 떠올랐으나(엄마 혼자 놔두고 가서 미안해. 더 야물어져서 돌아올게. 그때까지 외등을 켜두고 기다려줘. 고맙습니다.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어떻게, 세로로 잘라드려, 가로로 잘라드려?) 전혀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얼른 먹고 다 함께 안개를 산책하자. 오늘은 영 안개의 기분이야. _「안개의 기분」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른 대상은 엄마가 아니라 언니였다. 나와 띠동갑인 언니는 내게 최초의 숭배 대상이었다. 그러니 다정하게 이마를 포갠 엄마와 언니를 보았을 때 뱃속 깊은 곳부터 부글거렸던 불쾌감은 엄마 때문인지 언니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엄마를 사이에 두고 언니와 경쟁하고 있는지 아니면 언니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 경쟁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꼭 집어 말할 수도 없었다. _「여름 손님입니까」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손끝이 벽면에 닿으면 공중제비를 넘는 여우처럼 몸을 홱 뒤집으며 방향을 바꿨고 그때마다 변신을 소망했다. 내가 지금 여기의 내가 아니기를. 내가 이 몸이 아니기를. 안간힘을 써가며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 잊은 몸이 되기를. 뭔가를 잃었다는 사실마저 깨끗이 망각한 몸이기를. 네 바퀴, 다섯 바퀴, 여섯 바퀴. 철퍼덕철퍼덕. 물을 가르고 몸을 뒤집고 다시 물을 가르며 출발하다 영영 다른 존재에 도착하기를. _「괄호 밖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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