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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308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4-10
책 소개
목차
안개의 기분 _7
여름 손님입니까 _35
괄호 밖은 안녕 _67
이소중입니다 _97
초록 비가 내리는 집 _123
할리와 로사 _153
맘껏 슬픈 사람 _189
순영, 일월 육일 어때 _223
해설 | 강지희(문학평론가)
기억의 물결 위를 유랑하기 _253
작가의 말 _28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 바깥에 안개가 대단해. 나와 키리가 동시에 출입문 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선팅된 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사그라지는 숯불 위로 어쩌면 안개의 냄새를 맡은 것도 같았다. 순간 하고 싶은 말이 두서없이 떠올랐으나(엄마 혼자 놔두고 가서 미안해. 더 야물어져서 돌아올게. 그때까지 외등을 켜두고 기다려줘. 고맙습니다.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어떻게, 세로로 잘라드려, 가로로 잘라드려?) 전혀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얼른 먹고 다 함께 안개를 산책하자. 오늘은 영 안개의 기분이야. _「안개의 기분」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른 대상은 엄마가 아니라 언니였다. 나와 띠동갑인 언니는 내게 최초의 숭배 대상이었다. 그러니 다정하게 이마를 포갠 엄마와 언니를 보았을 때 뱃속 깊은 곳부터 부글거렸던 불쾌감은 엄마 때문인지 언니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엄마를 사이에 두고 언니와 경쟁하고 있는지 아니면 언니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 경쟁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꼭 집어 말할 수도 없었다. _「여름 손님입니까」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손끝이 벽면에 닿으면 공중제비를 넘는 여우처럼 몸을 홱 뒤집으며 방향을 바꿨고 그때마다 변신을 소망했다. 내가 지금 여기의 내가 아니기를. 내가 이 몸이 아니기를. 안간힘을 써가며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 잊은 몸이 되기를. 뭔가를 잃었다는 사실마저 깨끗이 망각한 몸이기를. 네 바퀴, 다섯 바퀴, 여섯 바퀴. 철퍼덕철퍼덕. 물을 가르고 몸을 뒤집고 다시 물을 가르며 출발하다 영영 다른 존재에 도착하기를. _「괄호 밖은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