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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내 어린 양

늑대와 내 어린 양

이동희 (지은이)
동아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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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내 어린 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늑대와 내 어린 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2410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9-15

책 소개

이동희의 로맨스 소설. 여자를 꽃처럼 대하던 천하의 바람둥이 김윤조. 애인의 주먹 한방에 기절한 뒤 온 세상 여자들이 꽃으로 보이는 병에 걸렸다. 3년간 꽃밭에서 강제 금욕을 하다 기적같이 사람으로 보이는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고3이다?

목차

00 꽃을 든 여자
01 나만 꽃이 아니래
02 실연
03 성년
04 짧은 봄날
05 발돋움
06 과거와 후회
07 꽃이 있는 풍경
Epilogue
외전1 짝사랑
외전2 남현 side

저자소개

이동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언덕아래'라는 닉네임으로 조아라, 로망띠끄, 피우리 등에서 연재 중. 출간작 공녀(왕의 공녀) 호랑이 표류기 용을 키우는 10가지 방법(ebook) 폐하, 통촉해주겠니?(공저) 늑대와 내 어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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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짝!
드문드문 테이블을 채운 한가로운 오후의 카페에 때 아닌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갗과 살갗이 맞닿아 터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타격 소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젊은 남녀가 앉은 테이블로 모였다. 커피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숙인 남자에게 여자가 으르렁거렸다.
“유희와 나는 친구야! 알아? 친구라고!”
“…….”
“그런데 어떻게 네가, 네가…….”
말이 없던 남자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커피에 젖어 볼품없는 모양새였는데도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훨씬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을 만큼 단정한 이목구비였다.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카페 안에 앉은 여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소란의 원인이 점쳐지는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뭐, 뭐?”
“유희가 먼저 안아달라고 했어.”
쫙! 다시 한 번 차진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발개진 뺨을 어쩌지도 않고 여자를 마주 보았다. 정말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여자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안아? 내 친구를? 이 나쁜, 나쁜 새끼! 내 생각은 안 났니? 내 생각 따위는 전혀 안 했냐고!”
“……부탁을 들어준 것뿐인데 왜 화를 내는 거야?”
“부탁을, 들어준 것, 뿐이라고.”
여자가 으득 이를 갈았다.
“여자는 모두 꽃이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마땅해. 울면서 매달리는 걸 뿌리치는 짓…… 난 못해.”
“네 행동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았는데?”
“몰랐다면 모두가 상처받는 일 없이 지나갔겠지.”
“……너, 나한테 안 들켰으면 평생 말 안 하려고 했니? 솔직히 말해봐. 유희 말고 또 있어? 또, 내가 모르는, 아니.”
“…….”
“내 친구들과…… 잔 적 있어?”
남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자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 건너에 앉은 남자의 멱살을 틀어쥐고, 그대로 주먹을 내뻗었다. 1년 전 취미로 시작한 복싱 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남자가 의자 뒤로 넘어졌고,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생 꽃 같은 여자들 속에 파묻혀서 살아라!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여자를 사람 취급 안 하는 거야, 알아?”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었다.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쳐 기절해버렸기 때문이다. 여자는 핸드백을 쥐고 홱 몸을 돌렸다. 2년의 연애 끝에 남은 건 소꿉친구의 상실과 깊은 상처뿐이었다. 고작 한 대로는 성에 차지 않지만, 이미 정신을 잃은 남자를 일으켜 세워 팰 수도 없지 않은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떠났다.
몇몇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정신을 잃은 남자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날 구급차에 실려가 3일이 지나도록 눈을 뜨지 못했다.

* * *

[평생 꽃 같은 여자들 속에 파묻혀서 살아라! 살아라! 살아라…….]
여자의 목소리는 남자가 정신을 잃었던 3일 내내 그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심한 뇌진탕으로 3일 만에 겨우 눈을 뜬 남자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무언가 지독한 악몽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했다.
“어머, 정신 차리셨군요!”
친절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 안심했다. 아, 병원이구나. 차츰 기억을 더듬던 남자는 자신이 여자친구에게 얻어맞은 다음부터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기절했던 모양이다. 1년 전부터 복싱을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남자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간호사가 부드럽게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아직 무리하시면 안 돼요. 3일 만에 의식을 찾으신 거예요.”
“3일이나 되었군요…….”
“네. 편히 누워 계세요. 곧 보호자 분께서 오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기어코 몸을 일으키려는 그를 도와 간호사가 베개를 가져왔다.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간호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눈앞이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눈을 두어 번 깜박거린 후에야 겨우 제대로 상이 맺혔다. 그리고 간호사의 얼굴을 확인한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환자분?”
“어, 어…….”
“왜,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신 건가요?”
“꽃…….”
“꽃이요? 꽃은 없는데요.”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는 손을 들어 눈을 세게 비볐다. 비비고, 또 비볐음에도 그의 눈에 비친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간호사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을 눈치 챈 남자가 목 졸린 소리로 작게 말했다.
“참, 꽃 같은 분이시라서…….”
“어머, 참.”
간호사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듯했다. 하기야, 꽃 같다는 칭찬을 듣고 기분 나빠할 여자가 몇이나 있으랴? 하지만 남자의 말이 정말, ‘꽃 같아서’하는 말일 줄은 간호사도 생각하지 못했을 터였다. 남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병실을 나가는 간호사의 뒷모습을 망연하게 쳐다보았다. 간호사는 정말 꽃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머리 대신 호박꽃을 얹고 있었다. 다시 봐도 그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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