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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4438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5-09-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여기는 무인도
2. 이상한 기류
3. 자연의 법칙
4. 사랑을 말해요
5. 호구조사
6. 다시 태어나다
7. LTE급 여자와 아날로그 남자
8. 하늘이 내려 준 남자
9. 마지막 밤
10. 부부
11. 승자 혹은 패자
12. 보장받은 자유
에필로그Ⅰ
에필로그Ⅱ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아……. 좋다.”
자연스레 잇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사랑의 입꼬리는 만족스러움을 담아 길게 호선을 그렸다. 코타키나발루에서 크루즈의 모습을 보는 순간 사랑은 <타이타닉>이 떠올랐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동안 몸이 근질거렸다. 타이타닉을 찍고 싶다. 하지만 낮에 이런 부끄러운 행동을 하기에는 갑판 위에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았고 안 하고 내리자니 아쉬움이 남았다. 크루즈 여행의 마지막 밤. 사랑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상상만 하던 로망을 실천에 옮겼다.
갑판 위에 올라선 중심이 바로 세워지자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사랑은 눈을 감았다.
“여기서 모든 걸 끝내고 다시 태어나는 거야…….”
앞으로의 앞날이 그녀 앞에 펼쳐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 같았다.
사랑은 한국에 돌아가면 200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해씨 집안의 가업을 이어, 장 담그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그러기로 모친, 김 명인(名人)과 약속하고 떠나온 여행이었다.
“답답한 인생이여.”
어린 시절,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즐비한 장독대를 목숨처럼 여기는 할머니와 모친이 이해되지 않았다. 장난을 치다 간장독 하나를 깨 먹은 적이 있었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된 간장이 아까웠지만 사랑이 생각하기엔 많고 많은 간장 중 하나가 사라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김 명인은 냄새나는 간장을 뒤집어쓴 채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딸을 먼저 걱정하기는커녕 호되게 야단치고 쏟아진 간장을 보며 아까워했다. 사랑은 그날 이후 ‘엄마에게 나는 간장보다 못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 장난기 짙은 남자애들은 사랑을 향해 된장 냄새가 진동을 한다며 매일같이 놀려댔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된장이고 간장이고 쳐다보지 않은 건.
그 시각, 난간 위에 매달린 여자를 주시하던 태양은 더없이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고민 끝에 숨겼던 몸을 드러냈다.
그 작은 오해가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꾸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여기서 여자가 뛰어내려 죽는다면 아무리 선박 측에 허락을 받았다고 하나 책임을 피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길.”
태양은 욕지거리를 작게 내뱉고 난간을 향해 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여자가 한국인이라는 걸 혼자 중얼거리는 말로 알았다. 그가 그녀와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우연은, 하늘이 눈앞에 있는 생명을 살리라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당신 미쳤어?”
적막을 깨고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사랑은 눈을 번쩍 떴다. 다다닥 뛰어오는 발소리에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사랑은 중심을 잃고 곧게 펼쳤던 팔을 허우적거렸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앞으로 쏠리는 중심을 바로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으아앗!”
“어어엇!”
허공을 향해 날갯짓을 하던 사랑의 몸은 망망대해를 향해 기울었다.
떨어진다!
태양은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떨어지기 직전 사랑은 힘껏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사랑이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이 아닌 ‘이제 죽는구나.’라는 공포감이 스쳤다.
그는 그녀와 함께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그 짧은 시간에 태양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붙잡고 작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이 떨어진 순간 고요하기만 하던 바다에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났다.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바다는 그들을 단번에 집어삼켰다. 떨어지는 중력과 물의 수압이 온몸을 짓눌렀고, 충격을 견디지 못한 그들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