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6494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6-07-13
책 소개
목차
1. 돌아온 남자, 짝사랑하는 여자
2. 한여름 밤의 꿈, 너의 꿈속으로
3. 이상한 연애 협정
4. 달고도 쓴 관계
5. 굿바이 짝사랑, 맨해튼의 그 남자
6. 허락의 입맞춤
7. 그 남자의 연애사
8. 프러포즈 대작전
9. 너와 나에서 우리가 되는 일
에필로그. 사랑이 되는 순간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 저기! 저기 가요!”
마땅한 변명을 찾으려 머리를 굴리던 그때, 그녀가 ‘사카나(SAKANA)’라는 간판의 이자카야를 가리켰다.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차를 움직이는데 그녀가 겁도 없이 덜컥 차 문을 열더니 깡총 하고 뛰어내린다. 술 취한 토끼처럼 폴짝폴짝, 비틀거리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던 그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는 결국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유혜수, 술 깨. 여기서 더 술 마시면 감당 못 해.”
“저 하나도 안 취했는데요!”
언젠 제 입으로 취했다더니.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은 것 같아 보였다. 혜수는 금방이라도 두둥실 날아갈 것 같은 모양새 같았다. 눈앞에 이정이라니. 그녀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동시에 슬퍼졌다.
“술 좀 마시면 안 돼요? 나만 취했잖아. 억울해.”
주문한 사케와 잔이 세팅되었고 그가 술을 빼앗기도 전에 그녀가 그와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쪼르륵. 그녀가 신이 난 듯 입으로 소리 내며 까르르거렸다.
“뭐가 억울한 건데?”
그녀가 잔을 부딪쳐 왔다. 챙그랑, 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쳤고 그녀가 단숨에 입 안으로 술을 털어 넣는다. 꿀꺽, 하고 목에서 술이 넘어가는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금 드는 생경한 기분에 그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나처럼 취했으면 좋겠어요.”
내 눅눅하고 찝찝하더니 툭툭, 하고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나 오늘 대박 비밀 말해 줄 건데…….”
“그래서?”
“나도, 당신도 오늘 밤을 잊어버렸으면 해서요.”
“왜?”
술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가로 향해 있었다. 꿀꺽, 하고 술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창가에 비친 그녀의 목으로 술이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창가에 비친 몽롱한 표정의 그녀가 느릿하게 입술을 열었다.
“……내가 고백할 거니까.”
뭔가에 홀린 것만 같은 얼굴로,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를 만큼 담담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도저히 가눌 수가 없다고……. 술에 취한 와중에도 그 고백은 해서는 안 될 고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아프게 웃고 있었다. 이준은 창문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고백 같은 거 하지 마.”
어쩐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마 고개 돌려 혜수의 눈동자를 마주 볼 수 없었다.
“헤헷, 이거 꿈 맞죠?”
순진한 얼굴로 물어 오는 혜수에게 차마 꿈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무슨 영문인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원해서 그녀 앞에 앉아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새 ‘왜’라는 질문의 화살은 혜수가 아닌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대체 왜?
“……눈뜨면 당신도, 나도 모두 잊어버릴 한여름 밤의 꿈.”
톡 톡 톡, 빗방울이 느릿한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처럼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여름 밤의 꿈이라…….”
어쩐지 그녀의 말과는 달리 도무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밤.
“……좋아해요. 내가, 당신을.”
그녀가 고백한다. 자신에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이정에게.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고백을 한다. 이 답답한 여자는 눈앞에 마주 앉은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고백을 해 온다. 7년 전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상황은 7년 전보다 더 잔인하다. 그는 창가에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려 마주 보았다. 그의 입술이 느릿하게 벌어졌다.
“그 말 한 거, 후회하게 될지 몰라.”
차갑게 가라앉은 고요한 눈동자가 혜수의 몽롱한 눈동자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