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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6500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6-07-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아기와 나
2. 사랑해, 간질간질한 말
3. 예기치 않은 이별
4. 열아홉 살, 건영
5. 열아홉 살, 건영 2
6. 아홉 살, 루아
7. 아홉 살, 루아 2
8. 열네 살, 루아
9. 열네 살 루아와 스물네 살 건영
10. 스물하나와 서른하나
11. 매듭
12. 불행해지지 않을 방법
13. 태산을 오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발짝, 한 발짝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너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는 있어도 내가 나로부터 널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얄팍한 인간성의 통제력밖에 없다는 걸 네가 알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식으로 널 이해시켜야 하는지 모르겠어.”
“…….”
“난 아주 나쁜 사람이야. 그리고 아주 흉악한 사람이야.”
“아니야, 오빠.”
“아니, 맞아. 네가 상상한 것보다 더 지독히 나쁜 사람이 바로 나, 장건영이라는 짐승이지.”
“아니라고.”
루아가 절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뚝뚝 떨어졌다.
“네가 아니라고 해도 달라지지 않아. 그게 사실이니까.”
“오빠, 그러지 마.”
급기야 루아가 소리 내어 울음을 터트렸다. 가슴이 찢어졌다. 그럼에도 건영은 가만히 기다렸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달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더 버겁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지,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한참 만에 루아가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이제 막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루아가 차분히 기다렸다.
“그런데 그러기엔 네가 너무 소중해, 나에게. 너무 소중해서 망가지는 걸 볼 수가 없어.”
“…….”
“그래서 떠날까 해.”
건영은 루아를 바라보며 마침내 말했다.
“언제?”
그녀의 음성은 더 이상 감정적이지 않았다. 마음이 그사이 완전히 진정된 것은 아닌 것이 확실했음에도 루아는 의연했다. 이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정확하지는 않아.”
“어디로?”
“그것도 모르겠어.”
“…….”
“하지만 확실한 거 한 가지는 말해 줄 수 있어.”
“그게 뭔데?”
“다시 돌아온다는 거.”
“언제?”
그제야 루아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
“역시 정확하지 않아.”
“어쨌거나 돌아온다는 거지?”
그녀의 표정은 더 밝아졌다.
“그래.”
건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자 루아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고, 건영은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기다릴게.”
루아가 다짐하듯 굳은 어조로 말했다. 그녀의 눈빛이 말도 못 할 정도로 사랑스럽게 일렁였다. 그의 심장이 쪼그라들었다가 느닷없이 폭발했다. 역시 빨리 떨어져 지내는 것이 답이다. 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돌아온다면 더 이상 난 네 오빠가 아닐 거야.”
“…….”
“지금보다 더 나쁜 놈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고.”
“…….”
“그래도 기다릴 거야?”
“응, 기다릴게.”
눈물에 젖은 얼굴에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웃음을 걸고 루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왜?”
“아홉 살 이후로, 난 오빠를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루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찌 들으면 꽤나 아픈 말인데, 이상하게 심장이 크게 쿵 떨어졌다. 어리고 철모르는 것이 때로는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더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인지도.
“단 한 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