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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795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7-08-17
책 소개
목차
1. 가슴이 쿵쿵쿵
2. 찍고, 찍고 또 찍고
3. 쓸쓸함, 있다 없으니까
4. 고래고래, 날 좀 봐줘
5. 감 놔라, 배 놔라, 오지랖선생
6.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7. 상투적인 전개
8. 저기…… 누구세요?
9. 누군가를 위해 쏟은 시간, 그 시간 동안 품었을 마음
10. 공허함, 있다 없으니까
11. 어긋나기만 하는 일상
12. 질투인 듯, 질투 아닌, 질투 같은
13. 나랑 살래, 말래?
14. 이렇게 사랑에 빠졌나 보다
15. 막 마음을 알았는데, 왜 하필 지금
16. 굳이 결혼은 왜……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한 시간 전에 비위를 너무 맞춰 주는 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 라는 말로 이미 자신의 취향을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필요한 건 현모양처란다. 즉, 사랑이나 호감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필요에 의한 교제, 그것도 자신의 목적이 달성되면 언제든 손을 흔들며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아주 효율적인 교제를 신청한 것이다. 그에게 나라는 그런 존재였다. 이후의 대화에서도 그런 그의 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그녀의 심장에 대고 확인 사살을 한 것이었다.
“그래, 딱 그 단어, 정확히 그 뜻.”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원하는 여자가 현모양처형이라고?”
“그렇다니까.”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다고?”
“…….”
“언제는 너무 기분 맞춰 주면 매력이 떨어진다더니?”
“톡톡 튀는 매력, 그건 내가 바라는 여자고.”
“지금 필요한 건 어머니가 바라는 여자고?”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거창한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아니면?”
“아마 한 달 내로 들어오실 거야. 그사이 좀 자연스러워지려면…….”
“지금부터 사귀자고?”
“그런 뜻이지.”
“어머님이 출국하시면?”
“그땐 네 마음대로. 계속 사귀고 싶으면 사귀는 거고 친구로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는 거고.”
나라와 그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도헌은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다. 왜냐, 배나라라는 인간은 도도헌의 비위를 아주 잘 맞춰 주는 여자이니까. 그러니 친구는 될 수 있어도 진정한 연인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넌.”
“응?”
“넌 어떤데? 그때가 되어도 나랑 계속 사귀고 싶어질 것 같아? 매력이 없는데?”
“네가 매력이 없다는 소린 안 했다.”
“그거나 그거나.”
“뭘 그거나 그거나야?”
“그래서 어쩔 건데?”
“모르겠다, 나도.”
그런데 그와 사귀고 나서 헤어지면 괜찮을지 나라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지금보다 몇 배 아니 몇천 배 더 괴로울 것이 자명한데, 그녀는 섣불리 그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중의 일인데, 생각하는 것만으로 지금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는데. 그럴 바에 차라리 지금처럼 지내는 것이 옳았다. 나라는 그게 더 안전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냥 사귀는 척하는 것은 어때?”
“그걸 모르실 정도로 눈이 나쁘신 건 아니거든.”
“하긴.”
도헌의 어머니는 독일에서 예술 사업을 크게 하셨다. 미술관, 전시장 등등, 여자가 그것도 비주류 동양인이 그곳에서 그 정도의 사업을 일굴 정도시니 보통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었다.
“왜 나야, 감나라가 아니라 왜 나냐고. 그것만 말해.”
“솔직히?”
“그래. 가감 없이.”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거 알거든. 남자로.”
쿵, 나라는 심장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