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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9648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8-0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 악마의 눈동자 18
2. 악마의 씨앗 48
3. 넌 대체 뭐가 잘못된 거니? 77
4. 아무도 나에게서 앗아 갈 수 없어 105
5. 실수를 했다면 사과를 하는 거야 131
6. 악마에게 빼앗긴 심장이 쿵쾅쿵쾅 160
7. 어떻게 내가 너를 잊겠니 186
8.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와 같은 검은 눈에 홀려 210
9. 악마의 귀환 240
10. 악마 같은 녀석 282
11. 악마에게 영혼을 팔다 304
12. 악마의 속삭임 331
13. 당신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서 360
14. 너의 의미 392
에필로그 415
저자소개
책속에서
린은 술을 마셨다. 사실은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는데 희재는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가 술을 마시자고 했을 때 조금은 서운했었다. 또 어떤 것을 잊어버렸을까 생각하다가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기억할 만한 일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조금은 씁쓰레해졌다.
“이 술 맛있다.”
서운함과 씁쓸함을 떨치기 위해 린은 괜히 과장되게 웃어 보였다.
“술 한 잔에 기절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나 희재가 이렇게 말한 순간 마음이 또 반대로 들떴다.
“그러게? 이상하네? 역시 고급 술이라 다른가?”
그러다가 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어지러웠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기억해 주는 것 같아서. 린은 살짝 업이 된 상태로 노래를 불렀다. 술은 아주 달콤했고, 그리 독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한 잔.
“…….”
희재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린도 그를 마주 보며 노래했다. 술 때문인지 어느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 입술 보이는 것만큼 따뜻할까? 손끝에 닿는 촉감은 또 얼마나 부드러울까?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그녀의 가슴이 쿵쿵 요란하게 나댔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같고 어쩐지 식은땀이 나는 것도 같았다.
“왜?”
“나 지금 나쁜 마음 먹고 있는데.”
지금이 아니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그때는 생각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서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술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갑자기 그가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하고 불안한 예감 때문인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마음껏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용기는 술 때문에 생기는 것일지도.
“응?”
“누나에게 나쁜 마음 먹고 술 마시자고 한 건데.”
그런데 희재가 선수를 쳤다.
“그래?”
심장이 콩콩, 오두방정이었다.
“…….”
희재는 말없이 그녀의 입술을 보았다.
“무슨 나쁜 마음?”
린은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알면서 내숭은.’
속으로 이죽거리며.
“…….”
“…….”
두 사람은 결국 입을 다물고 서로를 빤히 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단지 린은 머리가 자꾸만 어지러워져 그의 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희재의 입술에서 눈을 뗄 수도 없었다.
“근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잔소리를 할 것 같단 말이죠. 술 취한 사람을 이렇게 유혹하는 건 아니야, 아주 나빠. 나쁜 사람이야, 이렇게요.”
‘왜 갑자기 삼천포야?’
“…….”
“그거 알아요?”
“…….”
그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던 어느 순간, 린은 희재와 성적인 교감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눈빛은 분명 그녀의 마음을 간파했다. 그러니 숨길 이유가 없다는 대담한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잔소리한 사람이 누나가 처음이라는 거.”
“…….”
‘나에게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든 사람도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이 순간 뭔가 툭 끊어졌다.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 말해 주는 사람 없었어요.”
“잔소리 안 하면?”
린은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손끝에 닿은 뜨겁고 매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까칠까칠한 그의 턱을 쓰다듬었다.
“네?”
희재가 침을 꼴깍 삼키자, 그녀의 손아래에서 성적 긴장감으로 살짝 굳어 있던 그의 턱이 경련했다.
“내가 잔소리 안 하면 어쩔 건데.”
천천히 상체를 기울여 희재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목소리가 쉬어져 나왔다.
“…….”
희재의 검은 눈동자가 몽롱해졌다.
“응? 이렇게 할 거야?”
바로 그 순간 린은 입술을 밀어붙였다. 그의 입술은 보이는 것만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의 입술을 꾹 누르고 그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희재의 검은 눈동자가 서서히 내려가는 눈꺼풀에 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