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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6968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6-09-13
책 소개
목차
0장. 프롤로그 / 7
1장. 힐링, 두 번만 했다간 거덜 나겠다 / 8
2장. 먹튀, 라고 들어 봤습니까? / 44
3장. yes란 말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 / 83
4장. 하늘이 예쁜 건 흰 구름도 있기 때문 / 136
5장. 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야 / 179
6장. 홧김에 서방질, 친구와 연인의 스킨십 차이는? / 232
7장. 나는 석녀가 아니라고, 이 손버릇 나쁜 남자야! / 278
8장.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으론……
노숙자도 새우깡은 먹어 / 313
9장. 가마솥 밥 짓는 게 뭔 일이라고 / 358
에필로그 / 396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우는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탈도 하던 놈이 하는 거지. 사과하고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러나 양주병 중앙에 또렷이 써진 ‘30’이라는 숫자가 눈에 밟힌다. 식사 제안은 그가 했지만 술로 돌린 건 자신이었다. 남자는 후하게 지갑을 오픈했고 자리에 앉은 지 30분도 안 됐다. 제가 생각해도 양심불량이다. 술값을 지불할까. 서른 살짜리 발렌타인이 호텔에서…… 금액이 추정되자 ‘헉’ 소리가 나왔다. 출혈이 너무 심하다. 안주는 왜 이렇게 많이 시킨 거야? 다 먹지도 못할 걸.
진헌은 서우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어떻게 하면 자리에서 일어날까 고민하는 게 빤히 보였다. 문득 저 여자는 잠자리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일어나고 싶습니까?”
고맙다고 할 찬슨데. 그러나 서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말을 이었다.
“서우 씨, 연애 못 해 봤습니까? 연애 고자? 요즘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던데, 맞습니까?”
“악담일까요, 덕담일까요?”
“현실적인 지적입니다.”
“지적이라…… 착각하시나 본데 지금 연애하는 거 아닌데요.”
진헌은 경계를 분명히 긋는 서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조금만 건드려 주면 바로 날을 세운다. 자꾸 재미있어지면 곤란한데. 섹시하다기보다는 귀엽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여자다. 또렷한 눈매에 눈길이 가는 미인이지만 대놓고 차갑고. 이 여자에게 묘하게 끌린다.
“서우 씨는 연애를 해도 같을 겁니다. 장담하죠.”
“진중한 성격은 아닌가 봐요. 신중한 사람은 남의 일에 쉽게 장담 같은 거 안 하거든요.”
“콤플렉스 있는 남자였다면 지금 서우 씨가 한 말에 크게 상처 받았을 겁니다.”
말뜻을 헤아리고 서우는 ‘풉’ 웃었다. 지금 잘난 척한 거지? 오만한데다 뻔뻔하기까지. 그런데 역하지 않다.
서우가 표정을 풀었다.
“실은 내숭과는 아닌데 이 자리, 영 모범 답안이 안 나오네요.”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모범 답안이라는 명제부터가 오류니까.”
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그의 말이 맞다. 모범 답안이 절대 나올 수 없는 만남이고 자리다. 서로 불손한 의도를 갖고 이 밤의 끝을 본능적으로 예상하는 만남.
남자가 필요했나? 서우가 낮게 한숨을 뱉었다.
진헌은 복잡해진 서우의 표정을 읽었다.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건 여자도, 그도 알고 있다. 욕망이 그녀를 원했고 서우의 눈에도 희미하지만 그게 보였다. 진헌이 술잔을 들고 서우를 바라보자 그녀도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쳐 왔다.
“너무 심각한 거 아닙니까?”
“생각보다 어렵네요.”
한동안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접대로 다져진 주량은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다. 남자의 주량도 상당했다. 어느새 1리터짜리 양주병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진헌이 물었다.
“한 잔 더 하겠습니까?”
서우는 잠깐 망설였다. 다량의 알코올 섭취로 몸은 유연해졌는데 생각이 유연해질 만큼 취하진 않았다. 이쯤에서 골이 들어오지 못하게 마킹해 줘야겠지.
“미안하지만 이만 후퇴할게요.”
“굳이 그럴 필요 있습니까?”
느긋한 말투에 묘하게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서우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술에 의지 좀 해 볼까 했는데 웬만큼 마셔서는 여기가 끊어지지 않거든요.”
“필름 끊긴 여자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하게 솔직하시네요.”
“말 돌리는 거 취미 없는데…… 이서우 씨, 같이 올라가겠습니까?”
굉장한 장점을 가지셨네요. 서우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 원나잇 하자고 노골적으로 말하는데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내가 미친 걸까, 저 남자가 탁월한 걸까. 얼어 죽은 줄 알았던 감각이 남자의 뜨거운 시선에 그녀 안에서 꿈틀거린다.
“수순인가요?”
“때에 따라서는. 그럴 나이 아닙니까?”
삐딱하게 물었는데 역시나 남자는 당황하지 않고 정직하게 말한다. 서우는 남자를 한참 응시하다 담백하게 물었다.
“결혼할 사람 있어요? 애인이라든지.”
“없습니다. 애인은…… 정해 놓고 만나는 여자는 없고. 가끔?”
상품의 검열은 약속을 잡았을 때 끝냈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이성을 내려놓고 싶을 만큼 섹시했다. 하룻밤쯤이라면 욕심내 볼 만한. 속은 모르겠지만 겉으로 느낄 수 있는 만족도는 최상급이었다.
“다행이네요. 남의 것을 탐하지 마라, 도덕성이 너무 과해서요.”
“경험담입니까?”
여자 나이 서른하나. 진부하게 뭘 물어보고 그러시나.
서우는 잔을 마저 비웠고 진헌도 잔을 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