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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9174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17-10-13
책 소개
목차
1. 경로 이탈
2. 병 주고 약 주고
3. 신경 쓰이는 여자
4. 남자로 보여
5. 19금을 찍어도 시원찮을 나이에
6. 익어 가는 연인
7. 문제 있는 남자야?
8. 폭풍전야
9. 한 놈만 패기
10. 데리러 갈게
11. 네게로 가는 길
12. 달콤한 재회
13. 받고 싶지 않은 선물
14. 판타지와 리얼리티
15. 허리 낭창 모르세요?
16. 내 여자의 독특한 취향
에필로그 1 여전히 그들은
에필로그 2 기다리는 시간
에필로그 3 설마 아니겠지?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요즘 동네에 도둑이 생겼어. 효원 씨도 출근할 때 문단속 잘해요. 추수철도 아닌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오나 몰라.’
남자의 뒤로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을 원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쩌자고 문 잠그는 걸 잊어버렸지. 더듬더듬 목청을 돋웠다.
“여, 여보! 자, 자기야? 해솔이 아빠, 나와 봐요. 누구 찾아왔어요.”
들었죠? 곧 우리 남편이 나올 거예요.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그런데 남자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족한가? 이 말 저 말 다 던져 보자.
“자, 자기야, 안 들려요? 화장실에 있어요?”
그런데 대문 밖으로 줄행랑을 쳐야 할 남자가 오히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봐, 방향이 틀렸잖아!
“이 집 사람 맞습니까?”
“네.”
주춤 뒤로 물러서며 다부지게 대답했다. 남자가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 게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 같아 소름이 돋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손에 흉기는 없다는 거? 효원은 안채에 숨어 있을 해솔이 생각났다.
아이라도 나오는 날엔……. 마을 꼭대기에 외따로 떨어진 집이라 소리를 질러도 와 줄 사람이 없었다.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해. 미어캣처럼 도도하게 목을 길게 뺐다.
“우리 그이 나올 텐데 무슨 일이시죠?”
“우리 그이?”
“여보가 저기 안에 있는데……. 다, 당신 뭐해요? 빨리 나와 봐요!”
젠장, 전문가 같지 않잖아! 안 쓰던 단어를 쓰자니 아마추어처럼 말이 엉긴다. 이쯤에서 꽁지 빠지게 달아나 줘요. 절대 신고는 안 할게요. 게으르고 귀찮아서도 그런 짓 절대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애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는 달아나기는커녕 잔뜩 인상을 쓰고 그녀를 꼬나보았다.
“여보?”
낭패감에 효원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쇼한 걸 눈치챘나. 어쩌지.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지. 너만 꼬나봐? 나도 야릴 줄 알거든!
“우리 나, 남편 집에 있다니까요. 화장실에……. 고, 곧 나올 거예요.”
효원은 검지로 안채를 가리키며 팔을 뻗었다. 하도 힘을 줬더니 팔이 덜덜 떨렸다.
남자의 얼굴이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해솔이가 반. 해. 솔?”
헉, 성씨를 안다. 호구조사까지 한 거로 봐서는 그냥 좀도둑이 아닌데?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 집이 좀 있어 보이긴 하지.
남자가 한 발짝 다가오면 마치 왈츠 스텝을 밟듯 효원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 애 아빠가 틀림없이 그쪽 남편이고?”
“다, 당연한 걸 왜 묻죠?”
효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 나왔다. 아저씨, 아줌마, 어르신 빨리 와 주세요. 다리가 와들와들 떨리고 무릎에 힘이 빠져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드르륵, 안채 문이 열리고 해솔이 그녀를 부르며 뛰어나왔다.
“누나!”
연극은 끝났다. 효원은 장대비에 와이퍼가 엇갈리듯 팔을 마구 흔들며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해솔아, 나오지 마! 문 잠그고 숨어!”
그러나 아이는 이미 달려 나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해솔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남자를 노려본다.
“아저씨 누구세요? 왜 남의 집에 들어왔어요?”
누나, 신고해요! 해솔이 제 목에 걸린 휴대폰을 빼서 당차게 내밀었다.
“해솔아, 쉬잇. 괜찮아.”
도둑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어. 덩치도 저렇게 큰데 어린애와 여자 하나쯤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효원은 아이가 말하지 못하도록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알아서 얌전히 있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필요한 물건이나 훔쳐서 달아나 주세요.’
입에 녹색테이프가 붙여지고 밧줄로 결박을 당하느니 알아서 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아이도 있는데 현명하게 굴어야 할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