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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760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7-01-05
책 소개
목차
2. 109
3. 171
4. 207
5. 236
6. 269
7. 315
8. 329
9. 350
저자소개
책속에서
“닥터 차유준. 맞죠?”
그는 내 가운에 달린 명찰을 본 게 틀림없었다. 하기야 그렇게 뚫어져라 구석구석 뒤지듯 살폈으니 진즉에 봤을 터였다. 게다가 그가 만약 유준을 죽였다면 그는 내가 유준이 아닌 것도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제야 빙글빙글 웃으면서 사람을 놀리듯 대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 보자. 흠, 경력도 좋고.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유학도 미국 최고의 학교로 갔고. 학위도 빨리 땄군. 우수한 인재로군요.”
그 놀리는 듯한 말투가 싫었다. 쥐가 지칠 때까지 가지고 놀다 한입에 삼켜 버리려고 드는 고양이 같았다.
“음, 그리고…… 성별은 남자.”
그렇게 말하는 그 목소리에 조롱하는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역시 그는 내가 여자임을 알고 있었어.
초조해졌다. 동시에 두려워졌다. 이미 들킨 건 기정사실이었다. 다만 앞으로 이 남자의 얼굴을 다시는 못 보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되면 복수할 기회도 영영 사라지고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간을 구기자 그가 눈을 살짝 치떴다.
“신상 파일엔 없던데. 그거 버릇인가? 손톱 물어뜯는 거.”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내려 뒤로 감추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한발 빨랐다. 그 손이 닿자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얼른 손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남자의 완력은 간단치 않았다.
“예쁜 손톱인데 물어뜯어서 흉측하게 만들 것까진 없지. 안 그래?”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여자라고 확신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듯 내 손가락을 쓸고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이상하게도 그가 만지작거릴 때마다 미묘한 감각에 온몸이 떨렸다. 그는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이라도 하듯 계속 내 손을 어루만졌다. 바짝 긴장해서 두려움에 떠는 내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것임에 분명했다.
그걸 깨닫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힘껏 손을 뿌리쳤다. 그는 살짝 고개만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더 느긋한 행동이었다. 그걸 보자 괜히 더 조급해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들킬 수는 없어. 여길 어떻게 들어왔는데…… 안 돼. 절대로.
강지헌, 이 남자에게 복수하려고 내 논문을 포기하면서까지 굳이 동생으로 변장했다. 선배에게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어렵게 잠입했는데 아무 성과도 없이 허무하게 쫓겨날 수는 없었다.
그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답은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