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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8610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7-07-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에필로그
외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옛날 생각난다.”
“옛날 생각?”
“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추석인가? 그때도 둘이 밥 먹었잖아.”
“맞아. 그때 무슨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는데. 김강현 돈으로 우리 둘이 포식했지.”
“그때도 참 안 친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지금도 그렇네. 참 인연이라는 게 웃기다.”
초록의 말에 제오가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진초록.”
“응?”
“……아니다.”
“뭐야, 싱겁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어쨌든 그들은 10년 만에 만난 것이다. 10년 전에도 사실 둘이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초록은 realgreen이 자신이었다는 그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realgreen이라는 아이디조차 기억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만두었다. 만일 제오가 ‘그게 뭐야?’라고 말하면 자신이 너무 혼자서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가 심리적으로 가까웠으나,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자신이 옛날에 그를 좋아했었다는 것도, realgreen으로 1년 가까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는 것도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일들이었다. 다만 그녀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세계 최고의 타자가 되겠다던 10년 전 꿈이 이루어지 못한 그는 과연 괜찮은지.
“잘…… 살았어?”
“보이는 그대로 살았지, 뭐. WBC 때가 전성기고, 군대 면제받고, 메이저리그 갈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잘 안 되더라. 옛날에 이유 없이 그냥 공이 잘 쳐졌듯, 지금은 이유 없이 잘 안 쳐져. 어쩌면 이게 내 실력의 한계였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1군이잖아. 아마도 계속 1군일 거고. 그 정도면 수많은 야구 꿈나무들 중에 성공한 인생이야.”
“……그런가.”
“내게는…… 넌 항상 최고의 타자야. 난 고등학교 시절의 너를 기억하니까.”
“옛날 일이지, 뭐. 그때에는 진짜 당연히 나만 열심히 하면 메이저리그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수했어.”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거지, 뭐. 내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것.”
초록은 턱을 괴고 무심하게 말했다. 제오가 천천히 말을 받았다.
“어느 순간 미래가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 것.”
“얻을 것에 대한 희망보다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어느 날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인생의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것.”
“이렇게 예상이 가는 수많은 밤들에 가끔 누구보다도…… 외로운 것!”
그들은 한마디씩 주고받다가,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푸하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