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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55250143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14-02-10
책 소개
목차
이야기의 시작 - 솟을대문 집의 주인
겨울, 그 시끄럽고 요란했던 겨울
봄, 그 따뜻하고 눈물 많았던 봄
여름, 그 어지럽고 외로웠던 여름
가을, 그 차갑고도 뜨뜻했던 가을
이야기의 끝 - 지기(知己)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왜 선왕을 이리 그리워하는 줄 아느냐?”
“잘은 모르겠습니다.”
“나를 화원으로 대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참 쓸쓸한 말입니다. 이 말의 뜻은 곧 지금의 임금님은 아버지를 화원으로만 대한다는 뜻입니다. 주막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화원이 되고 싶으냐?”던 그 말 말입니다. 이제 아버지에게 물을 것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먼저 그 뜻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의 마음 한 자락을 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원 되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일뿐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으니 아버지도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계절은 가을입니다. 아버지는 시인 박윤묵 등과 함께 필운대에서 단풍 구경을 합니다. 한창 단풍 구경에 빠져 있는데 궁궐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주상께서 부르십니다.”
나는 깜짝 놀랍니다. 다른 이도 아닌 정조 임금님이 아버지를 부른 겁니다.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납니다. 왠지 무서워진 나는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릅니다. 박윤묵이 괜찮다고 말하며 쉬지 않고 내 어깨를 토닥여 줍니다. 그 마음은 알겠으나 내 어깨는 몹시 아픕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도 박윤묵은 듣지를 않습니다. 어깨의 감각이 사라졌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묻습니다.
“궁궐에서 도대체 뭘 하셨소?”
“뭘 하고 있었냐고 물으시기에 단풍 구경을 하며 시를 짓던 중이라 아뢰었소.”
“그랬더니?”
“그렇다면 다시 가서 즐겁게 놀라고 하시더군.”
“그게 전부요?”
“그게 전부요.”
“너는 좋은 화가가 될 재능을 여럿 타고났다. 그림 보는 눈도 갖췄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예민한 감각도 갖췄다. 단 하나 부족한 게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네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른다. 내 그림에는 내가 들어 있다. 그런데 네 그림에는 네가 없다. 그러니 네가 그리는 그림은 죽은 그림이다. 네가 내 그림을 똑같이 그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게다. 너는 아무 죄책감 없이 내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었던 게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네.”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게 아니다. 네 마음을 쪼개 그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너만이 듣고 볼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쉽겠느냐? 그래서 사람이 일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에는 한도가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내 그림을 얼마든 흉내 내 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너는 화가는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