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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91155311431
· 쪽수 : 407쪽
· 출판일 : 2023-12-06
책 소개
목차
발간사 그리운 우리 스님, 원경 스님∣김세균(원경모임 대표)
서문 나는 왜 쓰는가
1부 버려진 소년
복수∣아버지의 죽음∣잘못된 만남∣아지트 키퍼∣박헌영의 아들∣업∣아버지를 만나다∣짧은 행복∣월북∣폭풍 전야∣이현상∣버려진 소년∣실패한 구출 작전∣구세주∣지리산으로∣머리를 깎다∣〈부용산〉
2부 소년 빨치산
전쟁의 포화 속으로∣노근리∣과천∣인천 상륙 작전∣관음암∣구인사∣상월 스님∣가마골∣다시 만난 이현상∣남부군∣‘삼금’과 ‘세 가지 각오’∣가짜 이현상∣소년 빨치산∣석실∣네이팜탄∣하수복∣하산∣이현상 구출 작전∣별이 떨어지다∣갈칫국 기적∣두 죽음∣〈눈물 젖은 두만강〉
3부 복수심을 버리다
수련과 멸치 소동∣방황, 대리 입대, 유디티∣탈영과 수계∣자수∣어머니를 만나다∣한 여자의 기구한 삶∣음독자살∣울릉도∣복수심을 버리다∣제선 스님∣반란의 섬 제주도∣강제 노동 수용소∣사라진 한산∣ 모정∣현판 절도 사건∣가호적∣납치∣기이한 도둑
4부 공수래공수거
재야∣‘빨갱이 새끼 중’∣한산의 흔적∣교통사고∣안기부∣사상 기행∣역사문제연구소∣신륵사∣커밍아웃 1∣커밍아웃 2∣‘이정상’∣아버지 흔적을 찾아서∣7월 19일∣당취∣만기사∣대원각∣《이정 박헌영 전집》∣박정희와 박헌영∣《못 다 부른 노래》∣세 탑∣공수래공수거∣박사보다 높은 밥사와 술사∣원로회의 부의장∣《무너진 하늘》∣흔적을 찾아서∣아버지 곁으로
부록
1. 원경 스님 가계도
2. 원경 스님 연대기
3. 주요 등장인물
4. 참고 자료
5. 원경 스님 관련 글 모음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 사진 찍게 다들 서시지요.” 조봉희가 가운데에 자리를 잡자 옆으로 박헌영과 아들 병삼이 손을 잡은 채 섰다. 그 오른쪽에 이현상과 김삼룡이, 왼쪽에 한산 스님과 이주하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사진 안 찍기로 유명해서 경찰이 얼굴을 몰라 애를 먹은 김삼룡도 이날은 기념사진에 모습을 남겼다. 병삼이 아버지 박헌영을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었다. “병삼아, 이거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야 한다.” 며칠 뒤 한산 스님은 작은 종이 한 장을 병삼에게 건넸다. 혜화장에서 아버지하고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한산 스님은 사진 뒷면에 글씨를 썼다. ‘1946年 2月.’
“스님, 시대가 하 수상하니 이 아이를 여기에 둬도 안심할 수 없어요. 그럴 리야 없지만 잡혀간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그러면 어쩌지요?” “익산 아버지 댁에 들러서 지리산으로 가세요. 거기 가면 야산대도 있고 하니. 그리고 이 아이를 살리려면 머리를 깎아야지 싶어요.” “머리를요?” “그래야 의심받지 않고 스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의탁할 곳이 생기지 않겠어요?”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야겠네요. 이 아이를 살리려면 부처님 품에 맡겨야 하겠네요. 나무석가모니불.”
절로 돌아온 원경은 소주 한 병을 단번에 들이켰다. 술에 취하기는커녕 정신이 더욱 맑아졌다. 비상을 꺼내 미리 준비한 배추 잎으로 쌌다. 비상은 그냥 삼키면 목구멍만 타고 죽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면제 마흔 알을 한꺼번에 움켜쥐었다. 많은 얼굴이 눈앞으로 지나갔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한산 스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혜화장에서 본 안경 끼고 양복 입은 아버지 박헌영, 지리산에서 함께 생활한 이현상 아저씨, 어려서 자기를 키워준 큰아버지 부부와 김삼룡 아저씨 부부, 이주하 아저씨와 정태식 아저씨, 김소산 누나, 송담 스님과 성월 스님 등 자기를 거둔 스님들, 마지막으로 어머니. 그리고 노근리에서 학살당해 썩어가던 민초들. “한산 스님, 전강 스님, 송담 스님, 못난 제자는 이제 떠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원경은 손에 쥔 배추 잎과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