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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공학 > 토목/건축공학
· ISBN : 9791155506684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5-05-10
책 소개
도시설계자들의 첫 번째 레퍼런스
대표적인 현대 도시마을의 물리 공간과 건축 환경을 되짚어보며
오래도록 변치 않는 공동체의 가치를 모색해보는 시간
인류 역사상 가장 두드러진 도시의 시대인 21세기. 도시는 그 구성단위인 ‘마을 혹은 동네(neighborhood)’의 덩어리로, 좋은 도시란 무엇보다 좋은 마을에서 비롯한다. 마을은 존재적으로 나와 타인이 생활권을 형성해 같이 머물고 교류하는 원초적 장소이자, 사회적으로는 한 물리 공간 안에서 거주민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협력의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이 책은 성장하는 ‘도시마을(urban neighborhood)’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도시들의 옛 도심(downtown)에서 형성되어 이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은 뒤, ‘마을 정체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ㆍ재생해온 9개 도시마을의 변화 과정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공동체적 가치, 지역 경제 그리고 관련 도시행정의 진화상이 함께 다뤄진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온 여러 지역 시장(market)의 모습들과 그 변화의 물리적 결과인 건축물들을 폭넓게 살펴보면서 현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진단해본다.
21세기 공동체 공간의 대표 사례들을 제시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마흔아홉 번째 책.
도시마을의 창의적 정체성
마을은 도시 정책가, 민간 개발업자, 도시설계자 등의 협의에 따라 도시의 큰 땅이 여러 작은 필지로 나뉜 결과다. 누가 어떤 과정으로 필지를 분할하고, 누가 그 필지를 소유해 그곳에 거주하며, 어떤 이상과 지향, 향수와 관성이 작동하고, 어떤 물리적 건축체계가 적용되는가에 따라 마을의 모습은 판이해진다. 즉, 이렇게 도시마을의 변화 과정은 다양한 참여자들의 개입으로 그 궤적이 그려지는 창의 활동이다.
이 책이 주안점을 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회ㆍ경제적으로 균질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의 교외 마을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유입ㆍ유출되며 변화하는 도시마을에 집중한다. 둘째, 마을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이해하고 그 특성을 보다 넓은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이 책에서 도시마을은 배타성 강한 내부 지향적 공동체가 개방성과 다양성에 길을 열어주는 격자형 도시 블록 위에 형성되어 성장한 결과로 정의된다. 그 과정은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다기보다 다수 참여자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여러 이권들 간에 조정과 타협이 이뤄지는 정치적 공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도시마을의 진화란 시대적 가치와 사회적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되, 완성을 향해 가는 한 도시의 일관된 정체성을 따르는 두 겹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간다. 당연히 이러한 과제의 해결은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때 힘을 얻는다. 도시마을이 참여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예술적 산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의 구성
____제1부 격자 블록과 세장 필지에 그려진 모던 유토피아
도시의 대표적 특성인 격자형 도로체계와 도시 블록 위에서 성장해온 대도시 도시마을 사례들을 살펴본다. 특히 좁고 긴 세장형(細長形) 필지 위에 시공된 건축물의 특성을 고층 고밀화와 상업화 과정 그리고 마을 공공시설의 조성 과정 중심으로 소개한다.
(1) 구릉 위에 주민들이 설립한 도서관과 클럽하우스인 아테네움(Athenaeum)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국의 비컨힐(Beacon Hill), 그리고 찰스강변 간척지에 들어선 블러바드형 선형 공원인 커먼웰스애비뉴(Commonwealth Avenue)를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 블록 주거지인 보스턴 백베이(Back Bay), (2) 중세 도심 외곽에 독특한 정사각형의 스퀘어 블록(Illa Quadrat)으로 형성된 신도심이자, 중층 규모 도시 주택의 상업화에 대응해 블록야드(Pati d’lla)를 공공화하고 스퀘어 블록들을 모아 조성함으로써 슈퍼 블록(Superilla)의 보행 중심화를 추진한 바르셀로나 드레타 데 레이삼플레(Barcelona Dreta de l’Eixample), (3) 바다 습지를 매립한 격자형 도시 블록 위에 조성되었던 직주(직장과 주거지) 일체의 상공인 구역이 메이지유신과 간토 대지진 후 직주 분리의 현대적 도시계획 아래 주거가 배제된 도시 상업 구역으로 변화해온 도쿄 긴자(銀座)와 마루노우치(丸の内)가 그 주인공이다.
____제2부 스퀘어와 보행체계로 이어진 저층 주택과 고층 주거 타워
지배 세력이 소유한 대규모 토지가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중규모, 다시 소규모 필지 중심의 주거지로 변화하고, 마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유한 정원 공원(square garden)을 중심으로 저층 주택, 종교시설, 종합병원, 대학교 등의 교육ㆍ문화시설과 새로 개발된 고층 주거 타워가 보행체계로 연결되면서 성장해온 도시마을들의 변화 과정을 소개한다.
(4) 잉글랜드의 지배 거점(Westminster)과 상업 거점(City of London) 사이 귀족 소유의 미개발지였던 웨스트엔드(West End)가 가든스퀘어(garden square)를 중심으로 대규모 테라스하우스군으로 개발되고, 인접한 박물관, 대학교, 극장 등과 더불어 지식인, 작가, 예술가의 공동체로 성장해온 런던의 블룸스버리(Bloomsbury), (5) 정사각형 형태의 리튼하우스스퀘어(Rittenhouse Square)를 중심으로 형성된 타운하우스군(Rittenhouse Low)과 저택들, 그리고 그 저택들이 교외로 이전해나가면서 그 자리에 조성된 직주 근접형 업무ㆍ상업ㆍ공공시설과 아파트ㆍ콘도미니엄 주거 타워군이 현대 고층형 도시마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필라델피아 리튼하우스 네이버후드(Rittenhouse Neighborhood), (6) 직사각형 도시 블록 도시의 전형인 맨해튼을 배경으로, 해안선을 따라 이리운하(Erie Canal)가 개통되면서 항구 마을로 형성되어, 이후 대도시화와 상업화에 저항해 영국식 로우하우스 중심의 블록 구조와 필지 구획, 건축 형태를 보전하면서 대중교통 개통과 함께 도로 중심의 임대 아파트와 다양성 중심의 주거 환경을 유지해온 뉴욕 그리니치빌리지(Greenwich Village)가 그 주인공이다.
____제3부 상가ㆍ학교ㆍ종교ㆍ복지시설의 보전과 재개발
도시 성장을 주도한 상가 시설, 지배 세력을 양성한 교육시설 그리고 노약자와 병자를 위한 사회복지 거점의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마을이 이후 도시 생산ㆍ소비 활동의 중심부로 기능하게 되고, 오래된 건축물의 보전과 재건축이 충돌하면서 도시가 확장되어온 과정을 소개한다.
(7) 일본 무로마치 시대 히가시야마(東山) 문화의 중심부로서 일본인의 정서적 지향점인 시라가와(白川)와 중국 황산의 운해를 명상과 차도의 공간으로 형상화한 건식 정원, 그리고 이를 상가 주택 내부로 흡수한 교마치야(京町屋)와 그 중심부인 히가시야마, (8) 12세기 무렵 북해를 면한 저지대에 베긴회수녀회(Beguines)의 집단 거주지로 형성되어, 도시의 생산 거점이자 인접한 구호소, 병원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복지 거점으로 기능했던 브뤼헤(Bruges)와 암스테르담의 베긴회수녀원 블록, (9) 조선 시대 문묘와 성균관의 마을로 형성되어, 갑오개혁과 총독부의 조선교육령 시행 후 설립된 여러 학교와 병원, 도쿄에서 유입된 문화주택과 근대 한옥이 어우러져 지식인 마을을 이루고, 1970년대부터 서울이 확장되고 (대)학교들이 이전하면서 마을 경관과 정체성이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서울의 명륜동-혜화동이 그 주인공이다.
목차
프롤로그
서론
마을은 어떻게 형성되어 성장하는가|좋은 도시마을의 특성|도시마을의 차별성
《제1부 격자 블록과 세장(細長) 필지에 그려진 모던 유토피아》
제1장 보스턴의 비컨힐-백베이
다운타운 확장과 비컨힐 개발|비컨도로의 아테네움과 코플리스퀘어의 시립도서관-미술관|백베이의 매립과 격자 블록의 로우하우스|주택의 공공ㆍ상업화 그리고 공공건물의 민간 주택화
제2장 바르셀로나의 드레타 데 레이삼플레
시우타트 벨라의 도성 해체와 레이삼플레의 개발|카탈루냐 모더니즘과 디스코디아 블록 주택|박람회와 대중교통, 병원과 대학교, 플라자와 공원 그리고 마을시장|블록야드의 공공 공간과 슈퍼 블록의 보행 환경
제3장 도쿄의 긴자-마루노우치
에도마에지마 매립과 도산보리 상인 구역|긴자 대화재와 벽돌 건물, 간토 대지진과 철근콘크리트 건물|직주 분리의 노면 철도-지하철선, 신바시역, 긴자역 사거리|두 번의 올림픽, 대중교통체계, 구 건물과 신 건물, 보행자 천국
《제2부 스퀘어와 보행체계로 이어진 저층 주택과 고층 주거 타워》
제4장 런던의 블룸스버리
웨스트엔드와 블룸스버리|귀족의 이주와 가든스퀘어|테라스하우스와 조지안-빅토리안 건축 양식|대중교통과 가든스퀘어의 변화
제5장 필라델피아의 리튼하우스 네이버후드
네 개 스퀘어와 리튼하우스스퀘어|리튼하우스 로우와 드랜시플레이스|리튼하우스스퀘어 정비와 고층 건물 개발|저택의 공공기관화, 스퀘어의 보전, 고층 건물의 추가 구조
제6장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
교외지의 황열병 피난처|크리스토퍼도로의 로우하우스와 워싱턴스퀘어의 주거지|대중교통체계와 임대 아파트|오래된 건물과 마을 정체성
《제3부 상가ㆍ학교ㆍ종교ㆍ복지시설의 보전과 재개발》
제7장 교토의 히가시야마
히에이산의 천태종과 히가시야마의 선불교|건식 정원과 차도|시라가와하천, 벚꽃나무, 버드나무|다카세가와운하와 기온, 미야가와초, 폰토초|카논덴 쇼인즈쿠리와 교마치야 도시 상업 주택
제8장 브뤼헤와 암스테르담의 베긴회수녀원 블록
저지대 도시의 자치 행정과 베긴회 수녀의 활동|마전터와 코트야드의 구호소|브뤼헤의 베긴회수녀원|암스테르담의 베긴회수녀원
제9장 서울의 명륜동-혜화동
성리학적 한양과 도교적 동촌|교육령, 학교, 지식인 커뮤니티|문화주택, 근대 한옥, 노면 전차|마을의 분화, 혜화동로터리, 다세대ㆍ다가구 주택과 아파트|서울대학교, 대학로, 소극장과 문화예술 대학
에필로그
참고문헌/ 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총서 ‘知의회랑’ 총목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적인 도시들에서는 중앙 정부의 하향식 행정에 저항하고 시민 참여와 주민 자치가 활성화되면서 ‘마을의 가치 찾기’가 학문적 주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전국 단위 도시재생사업들을 통해 시민들은 오래된 마을의 기원과 정체성을 재확인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도시 기능의 최소 단위로서 보행권 중심의 생활권과 이에 대응해 성장한 생활 상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난 세기에 사회가 추구했던 ‘직주(직장과 거주지) 분리’의 가치가 다시 ‘직주 근접’으로 변화하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좋은 도시마을은 어떤 곳이며 왜 소중한가에 관한 문제의식이 제기된 시점은 흥미롭게도 도시마을이 해체될 때였다. 1960년대 미국 연방정부가 주도한 ‘싹 뒤엎기’ 방식의 대규모 도시 재개발과 클래런스 페리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식 도시계획을 비판한 건 거주자와 일상생활 관점에서 도시마을을 관찰해온 비평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였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1961)를 통해 마을에 관한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교토에서도 그간 교토를 상징해온 전통 주택 마치야가 대규모 개발로 해체되던 1970-80년대 그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며 마치야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보전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좋은 도시마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기준으로 설명했다. 첫째 슈퍼 블록이 아니라 격자형 도로체계로 구성된 작은 블록(small block)과 교차로들이 많을 것, 둘째 보도(sidewalk)가 주민들의 일상적 소통 공간으로 기능할 것, 셋째 새 건물과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오래된 건물이 공존함으로써 사회ㆍ경제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함께 거주할 것, 넷째 용도지역제 탓에 건물이 단일 용도로 국한되지 않을 것, 예컨대 지상층은 상업용으로 두되 나머지는 고밀도 복합 용도(mixed use)를 허용하는 마을 구조일 것 등이다.
―‘서론’ 중에서
나는 지난 10여 년간 도시마을의 변화상과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에 관해 시간과 골목을 더듬으며 탐구했다. 도시 변화는 마을에서 시작되고, 살고 싶은 마을이란 늘 그렇듯 주민들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었다. 비유컨대 100년 된 마을의 모습이란 초록의 나무들로 완성되는 것이었다. 하늘 아래 이런 공간에서 과거를 공유하고 더 좋은 곳을 향해 함께 오늘을 산다는 것은 도시인들에게 행운과 같은 일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