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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5581393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1-09-1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갈 수 있다 (전민희 작가)
〈피터 팬〉
피터, 나타나다
그림자
가자! 가자!
날다
꿈의 네버랜드, 현실이 되다
작은 집
땅속 집
인어의 석호
네버새
행복한 집
웬디가 들려주는 이야기
아이들, 납치당하다
요정을 믿나요?
해적선
이번엔 후크가 죽든가 내가 죽든가
집으로
웬디가 어른이 된 어느 날
책속에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점차 그런 확신을 금지당하고, 나도 곧 뛰어들 예정이었던 비밀과 모험을 알레고리로 읽으라는 권유를 받는다. 한때 그토록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고 베일 너머에서 빛나던 이야기는 죽은 요정처럼 불빛이 꺼져 책갈피 속에 갇힌다. 판타지에 빠져드는 건 현실 도피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불만스러워 한때는 환상의 실용적 가치를 옹호해보려 애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이런 기분이 든다. 내가 도망가겠다는데 어쩔 거야?
어린 시절 나를 ‘세 걸음 위’로 날아오르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들은 내 기억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 오늘날 쉽사리 떠올리는 환상 세계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영화에서 왔을 텐데, 그런 영화의 원전이었을 고전 동화들 또한 익숙한 이미지의 재탕이려니 섣불리 예단했다가는 흠칫 놀라게 된다. 원액답게 개성이 넘치고, 각 시대의 특수한 무늬가 새겨지고, 재치 있는 디테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뭉근한 단맛이 아닌 칼칼하고 또렷한 맛이다.
피터와 웬디의 섬은 독립된 환상계인 척 등장했다가 금세 현실과의 분리점을 멋대로 깨뜨리며 독자를 슬쩍 놀리고 갈팡질팡 헷갈리게 한다. 달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고 때로는 냉담하기도 하다. 천연덕스럽게 건방을 떨고 변덕을 부리지만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냥 믿어주고 싶어지는 피터처럼, 어딘가 혼란스러운 이 이야기 속 세계는 이름부터가 네버랜드다. 작가는 이곳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