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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062400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자서
제1부
당신의 등에
흰 철쭉
뭐 먹고 살았지
왕관을 썼다
물고기 알람
아름다운 무덤
멍 때리다
배경
그릇
나무 시인
커피포트
무엇이었을까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소화되지 못한 말
도려내고 싶다
제2부
불안
자장가
미리 보다
불면의 날들
아침이 오는
지금 준비 중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생각
수분의 날들
끓는다
투명
섣부르다
수족관처럼
울먹
어떤 사람에겐
지루하다
제3부
종달새
개구리밥
징후
사월의 침묵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열돔
무너지는 것들 1
켜
상추를 털다
검은 담즙
덫
채식주의자
고래인 줄 아나봐
해제된 봄봄봄
터져버릴까
제4부
연착
생각의 껍질
지하철에서
조금 늦게, 조금 빠르게
동백
뿌리의 傳言
달리는 사람들
검은 새
잠기다 부서지다
대청소
세상 모든 것이
겨울 환타지아
‘ㄱ’은 당신을 기억한다
소가 간다
시간에 대한 사유
제5부
그늘에 대한 사유 4
그늘에 대한 사유 5
기미
난해함에 대한
배회徘徊
물수제비
*해설/고요, 그 ‘오래 묵은 중심’에 이르는 치열한 여정-박진희(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의 등에
밤새
당신의 등에 꽃이 핀다
살을 찢고 장기臟器와 뼈를 친친 감고 자란 뿌리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뻗는다
죽음의 대지에 뿌리내린
땀에 흠뻑 젖은 검붉은 장미
창밖 모과나무 사이 칠월 달빛 부서지고
당신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귀뚜라미
밤새워 운다
당신은 안으로 가시를 돋우고 돌아눕는다
찰랑거리며 범람하는 어둠
당신의 등에서 떨리는 꽃송이들
미세한 바람이 불고 더운 비가 내렸다
당신의 등에서
꽃이 진다.
배경
부끄러워 나서지 못했습니다
쭈뼛쭈뼛 서성였습니다
스쳐 가는 사람들은 모두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아 숨도 쉬지 않고 있었습니다
안개는 비밀의 투망을 던졌습니다
당신의 눈빛에 흔들렸습니다
막 깨어난 모든 것들의 첫 향기를 맡으며
햇빛 찬란한 사람들 뒤에서 흘러갑니다
노을이 너울대는 저물녘
기다림이라는 올가미에 걸린 나는
당신들의 의식 밖 프레임입니다
찬란한 꿈들이 원경으로 흘러갑니다
당신들의 눈에 조명되지 못한
나는
초점에서 벗어난 바탕화면입니다.
무엇이었을까
초록 물방울들이 모여 결계結界 친다
지느러미와 부레가 사라진 것이
퇴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속으로 잠기는 꿈을 꾼다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도 지느러미는 돋지 않았고
몸에서 마른 비늘이 진눈깨비처럼 흩날렸다
퇴화된 비늘과 지느러미, 부레를 그린다
뻑뻑한 동공에 살균된 액체를 떨어뜨리며 생각했다
바다에 이르러 발가락이 소금물에 닿으면,
두 팔을 활짝 펼치면 돛이 될 수 있을까
심장에 바람을 가득 채우면 둥둥 떠오를 수 있을까
나의 전생이 물고기였을지도
눈먼 생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 투명해서 물인지 생명체인지 구별되지 않는
눈동자조차 투명해 분별되지 않는
오직 감각만으로 움직이고 나아가는
물이 내가 되고 내가 물이 되는
사람의 몸 70%가 물이라는데
나는 물에서 태어난 것이 맞을 것이다
저 초록의 결계를 풀기 위해
온 몸을 던져 뛰어들면
막막한 도시를 떠나 인어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