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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56229162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목차
피리 부는 소년
궁녀 아라
전쟁 시대
백제
고구려
신라
골포
우륵
토기장
순장
눌지 마립간
한성백제
말갈족
결혼동맹
기문 땅
외눈박이 대장장이
목가
야로마을
반란
이사부
502년
이문
피리 소리
장례
새 왕
법흥왕
이차돈
가야 왕비
한강 유역
아리사등
별자리
월광태자
안라회의
구형왕
사비회의
젊은 왕
배신
관산성 전투
김무력
가야 멸망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왕은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했다. 병세가 점점 심해져서 혼절하여 며칠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병이 깊어져 가고 왕이 다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장례 절차가 준비되고 있었다. 하늘의 별자리와 땅의 묏자리도 보고 하늘에 올라가기 전 조상님께 신고하는 제를 올리는 등 여러 절차를 치렀는데, 문제는 죽는 왕과 함께 따라서 죽어야 하는 순장조를 꾸리는 일이었다. 왕은 죽어서도 살아서와 마찬가지로 풍요와 영광을 누리며 편하게 지내야 하므로 그를 수발할 사람도 같이 데려가야 했다.
“깊이 생각지 마시오, 형님. 내 오면서 보니 들판에 곡식이 누렇게 익었던데 남정네는 보이지 않고 여자들만 일을 하고 있더이다.”
쇠돌이는 우울해져 있는 형님의 기분을 전환해 줄 요량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나라에서 동원을 해가서 남정네의 씨가 말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젊은 놈은 군사로 징발해가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중늙은이뿐이니… 거기서 힘 좀 쓴다는 축은 따로 모아서 광산으로 보내든가 성 쌓는 일에 동원하던가, 보급대를 해야지 광산에도 나이 많은 자들이 많지 않든가?”
“그래요 광산에도 온통 늙은이뿐이더라고요. 형님이나 나나 이 일이 아니면 광산으로 끌려갔겠지요.”
아라는 왕이 내쉬는 숨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으로 언덕의 능선이 이어졌다. 죽은 왕들이 묻힌 봉분의 능선이다. 능선의 맨 위쪽에 시조 왕의 봉분이 산 정상처럼 솟아있고 아래로 차례대로 자손들의 봉분이 봉글봉글 질서 있게 줄을 지어있다. 맨 아래에는 죽은 왕의 뒤를 이어 죽을 왕의 무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커다랗게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구덩이가 괴이스럽기조차 했다. 빨리 무덤의 주인이 찾아들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