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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313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8-11-11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 4
1부 내려앉은 별
내려앉은 별 14
제비 19
길을 내다 23
절을 받다 27
봄 향 32
사랑해 주세요 37
밥상머리 수다 42
공짜는 없다 46
안단테(andante) 51
버스 안의 풍경 56
피어있다 60
2부 흔적
흔적 66
오래된 풍경 71
새싹 76
황소개구리 80
안부 85
잘 가고 있어 89
어느 봄날 93
들꽃 97
내 안의 남자 102
불청객 106
3부 소나기
소나기 113
향단이의 깃발 119
현규 123
하룻밤 127
뒷집 여자 131
졸모(卒母) 136
거짓말 140
마지막 선물 144
편지 148
내연관계 153
4부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160
목욕 164
그분 170
불편한 진실 175
애인 180
홍게 185
어머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 189
저녁 193
쓰다듬는 일 197
세 번째 남편 201
봄바람 살랑살랑 207
5부 틀
틀 219
부담 224
조카 228
이화주(梨花酒) 233
부탁 238
올갱이 242
젊어서 고생 246
복권 251
장갑 255
갈바람 불면 260
저자소개
책속에서
남편과 각방을 쓴 지 오래 되었다. 술 마시고 오면 코 고는 소리가 창문을 흔들 정도다. 게다가 잠꼬대는 얼마나 심한지 모른다. 낮에 누굴 만나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잠결에 다 말을 한다. 노래방을 다녀왔으면 그곳에서 불렀던 노래를 하나도 빠짐없이 부르며 추임새까지 넣는다. 잠들기 전에 남자들끼리 갔다고 아무리 우겼어도 소용없다. 순자야, 영자야 모
두 나온다. 개그콘서트가 따로 없다. 덤으로 술 냄새와 담배 냄새까지 얹어 줬다. 견디다 못해 안방을 내주고 내가 마루로 나 앉았다. 그 무렵부터다. 내가 내연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나는 그들이 좋다. 진한 애정표현도 사랑스럽다. 눈만 마주치면 입을 맞춘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콧소리를 내고 혀 짧은소리로 말을 하게 된다. 고백하건데 본남편에게는 한 번도 하지 않던 행동이다. 어쩌다 두 남자가 나를 독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싸움이 벌어져 겁이 나기도 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 첩이 하나였을 땐 본처와의 싸움이 잦으나 첩이 두 명이 되면 첩끼리 싸우니 오히려 본처나 당사자인 남자는 편하다고 한다. 내 경우를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내연남과 한 이불 속에서 속닥거리다 남편이 안방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그는 숨을 죽인다. 덩달아 나도 잠든 척하고 있지만 온몸의 신경 줄은 남편의 행동에 팽팽하게 긴장한다. 만남이 길어질수록 내연남들의 눈치도 백단이다. 약속이 없어도 남편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는 조심스레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 곁으로 오니 말이다. 그들이
내게 주는 사랑보다 나는 더 많은 것을 해줘도 아깝지 않다. 몸보신시켜 주려고 식사도 될 수 있으면 고급으로 사 주고 옷도 내 취향에 맞게 가끔 사준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생활비로 쓰는 게 때로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그쪽에 푹 빠져 있으니 어쩔 수없다.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건 남편이지 않은가. 자업자득이다.
‘내연관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