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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6470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5-09-15
책 소개
목차
004 수필가의 말
1부 목숨 걸만큼 소중한 존재
014 팔랑개비 마을
018 말이 권력인 시대
022 오를 수 없는 나무
025 잘 우는 남자
029 단벌 신사
033 추어탕 집 소묘
035 소년과 종 그리고 촛대
038 본능
041 목숨 걸만큼 소중한 존재
043 자리 있어요
2부 누군가가 일으켜 준다면
050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
053 예술이 되는 삶
057 침묵하고 싶은 계절
060 스무 살 띠지
064 진작 사줄걸
068 누군가가 일으켜 준다면
072 바람이 머무는 자리
076 제막식
078 걱정하지 말아요, 어머니
082 청춘의 향기
3부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088 로봇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
092 그 숲에 가면
096 철새만 사는 섬, 유부도
102 따로 또 같이하는 여행
108 그날의 풍경
112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18 다반사(茶飯事)
121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127 아! 나에게도
132 참외장아찌
4부 이태원역 1번 출구
138 이태원역 1번 출구
142 이태원역 10·29 골목
147 159명 그리고 365일
152 벙거지
154 순수라는 말
156 어둠이 사라지는 시대
160 그리움 전달자
164 조기찌개
168 책거리
172 시력
5부 자리 잡기
176 눈뜬장님
180 내 안의 여과기(濾過器)
184 일상의 틈 사이로
188 누룽지
191 연신내
195 울어버릴 것만 같다
198 장조카
201 축구행정가의 길
204 우리 집 식구(食口)
208 자리 잡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해안에 있는 섬을 검색했다. ‘철새만 사는 섬, 유부도’라는 문자가 뜬다. 자세히 봤다. 주민 30여 명이 잠시 쉬어가는 철새와 함께 동죽과 바지락을 캐며 사는 섬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린다. 그곳에 가려면 정기여 객선 대신 어선을 뒷거래해서 타고 가야 한다는 말에 더욱 솔깃해진다. 김 선장 전화번호가 뜬다. 걸었다. 노인들이 조개 캐는 섬이 여유. 여관도 식당도 가게도 없어유.
새를 보러 오시나유? 자기 집에서 먹고 잘 수 있다면서 볼 것이라곤 억새와 철새뿐이라며 후회하지 말라는 말에 힘을 준다.
짐을 꾸렸다. 지난해 말 공직에서 정년퇴직한 둘째 아들 생각이 난다. 문자를 보냈다. 동참하겠단다. 고맙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해안 길을 달린다. 단둘이 떠나는 것은 부자로 인연을 맺은 뒤 처음이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움이 가실 때쯤 군산항에 도착했다.
항구 근처 찻집에 들렀다. 아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부터 배가 가라앉는 모습이 떠올라 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의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결 고운 심성이 느껴진다. 나는 섬에서 아들은 육지에서 따로 보내고 다음 날 같이하기로 했다. 카드를 주었다. 질색한다, 차탁에 놓고 일어났다.
김 선장의 작은 어선에 올랐다. 늙수그레한 여인이 앉아 있다. 아내라고 한다. 며칠 전 감기가 심해져서 군산병원에 갔다가 딸네 집에 다녀온다고 한다. 딸은 군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아들은 목포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한다고 한다. 조개 캐서 아들딸 기르고 가르쳐서 지금은 걱정 없다면서 검게 그은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얼굴에 주름이 파이도록 검은 머리 백발이 되도록 애 많이 쓰셨다. 다 왔다면서 속력을 줄인다. 큰 섬 같으면 다리를 놓고 육지 못지않게 개발했을 텐데 어선을 뒷거래로 타고 가야 하는 외면 받는 섬, 유부도에 내렸다.
섬을 둘러본다. 2월인데도 뺌에 스치는 바람이 보드랍다. 겨우내 봄 맞을 준비를 했나 보다. 길이 움푹 파여 있고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 끊겼다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길을 걷는다. 아차 하면 발목을 접질릴 것 같아 조심조심 걷는다.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김 선장이 말한 그 억새 같다. 물보라 소리가 들린다.
바다가 지척인 듯싶다. 나무도 억새도 풀도 생긴 그대로 산다. 유부도는 거친 섬이다. 다듬고 고치는 것에 익숙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거칠고 황량한 풍경이 낯설다.
주인 할머니가 선물로 싸준 동죽과 백합이든 봉지를 들고 배를 탔다. 방파제 쪽으로 간다. 새를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다. 마지막 선물이다. 고맙다. 방파제 근처에서 엔진을 끈다. 쌍안경 너머로 보았던 검정 머리 물떼새가 눈앞에 있다. 방파제 가득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놀라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순식간에 지척에서 벌어지는 장관이다. 어선은 푸른 하늘에 검은 점을 찍으며 어지러이 나르는 바다를 지나 군산항 끝머리 방파제로 접근한다.
손을 흔든다. 나도 흔든다. 손 흔드는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육지와 가까워졌다. 둘째 아들이 마중 나왔다. 뱃머리에서 방파제 위로 기어오르는데 내 손을 잡아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쳐다봤다. 아들 손이다. 꽉 잡았다.
_본문 ‘철새만 사는 섬, 유부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