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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연인 1

홍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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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연인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중독된 연인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6410652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6-09-21

목차

프롤로그 - 악몽
1. 꿈속의 남자
2. 기습 키스
3. 셀룰러 메모리
4. 욕망의 올가미
5. 가로챈 심장
6. 주홍 글씨
7. 잔혹한 이별
8. 심장의 원주인
9. 위험한 계약
10. 꿈속의 장소
11. 미칠 것처럼 좋아
12. 비밀의 방
13. 징벌
14. 그녀의 그림자
15. 옛 기억

저자소개

홍란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7년 세이렌 공모전 입선 수상. 2016년 카카오 페이지 x 동아 장르 소설 공모전 특별상 수상. 2013년 북큐브 주관 ‘2013년 대한민국 e 작가상’ 입선 수상. 지은 책으로는 ≪삐뽀삐뽀! 사랑주의보≫, ≪입술에 스치는 혀≫, ≪초야 上, 下≫, ≪중독된 연인 1, 2≫, ≪사랑에 빠지는 7초의 법칙≫, ≪키스의 열량≫, ≪레디 액션!≫, ≪당신을 사랑하는 천 가지 이유≫, ≪사랑에도 정의가 필요하다≫ 등이 있다. hong-ry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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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똑똑.
차분한 노크 소리가 무거운 정적을 깼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동안, 서먹한 침묵에 질식해 가고 있던 하영은 정적을 깨는 그 소리가 반갑기만 했다.
“들어와요.”
강우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아까는 못 봤던 남자 비서가 쟁반에 향기 좋은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입 안이 긴장으로 쩍쩍 갈라지던 차여서 하영은 누가 채 갈세라 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얼결에 꿀꺽 마셨다가 입천장이 홀라당 뒤집어지는 뜨거움에 화들짝 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목구멍으로 넘어간 찻물은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까지 홧홧하게 만들었다.
하영은 강우가 바보같이 볼까 봐 뜨겁다고 말도 못 하고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는 귀부인처럼 굴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뜨거워 죽을 맛이었다.
아닌 체 정색하고 앉아 있지만 뜨거움으로 하영의 얼굴은 볼이 발갛게 익어 있었다. 강우는 그런 하영이 파들짝거리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처럼 느껴져 저도 모르게 입가가 슬며시 풀어졌다. 그러나 코끝에 익숙한 향취가 느껴지자 다시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서 할 말이 뭐지?”
강우가 차갑게 물었다.
“저…… 제가 오늘 실수한 일은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실수로 해고까지 하시는 건 부당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라비타에 들어오려고 반년 동안 준비해 왔고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고 있던 차였습니다. 주방 보조지만 정말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한 번만 제 실수를 용서해 주시고 제가 라비타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하영이 간곡히 말했다. 그러나 강우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오늘을 위해 1년을 공들여 왔어. 그런데 당신이 실수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스타 호텔의 중국 진출 기회를 날릴 뻔했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당신을 다시 채용해야 하지?”
그의 물음에 하영은 할 말이 없었다. 강우 입장에서 해고는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잃어버린 기억, 그것은 그녀의 예감대로 이 호텔에서 찾을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영은 강우에게 깊이 고개를 수그렸다.
“큰 손해를 끼칠 뻔한 거 정말 죄송합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다시는 오늘 같은 실수,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강우는 말없이 하영을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허락했던 10분이 지나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면담 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만 돌아가라고 말하는 대신 이 여자를 어찌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은 평소의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아니, 보통의 그라면 애초에 호텔의 주방 보조 따위에게 10분은커녕 1분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이 여자의 무엇이 신경을 건드리는 걸까.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윤소연!
전혀 다른 외모인데 자꾸만 죽은 아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여자가 강우는 끔찍이도 싫으면서도 왠지 신경이 쓰였다. 게다가 저 입술. 잘근잘근 잇새로 깨문 탓에 터져서 살짝 부풀어 오른 도톰한 입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신경에 거슬린다.
“좋아.”
마침내 강우가 입술을 열었다. 하영은 귀를 의심했다. 간절히 바라던 말이었지만 정말로 허락이 떨어지니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의심이 들었다.
“정말…… 입니까?”
“그래. 대신 조건이 있어. 내가 당신을 다시 고용하면 당신은 내게 뭘 줄 거지?”
“네?”
“모든 계약은 ‘Give and Take’가 기본 아닌가? 내가 당신이 원하는 걸 줬으니 당신도 내게 뭔가를 주어야 계산이 맞지 않나?”
“아, 원하시는 거면 뭐든…….”
하영은 우물거리며 대답하다가 말을 삼켰다. 천하의 스타 호텔 사장이 자신 같은 말단 직원에게 원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혹시 무리한 걸 요구하고는 해고 철회를 다시 뒤엎으려는 술책 아닐까.
하영은 짧은 순간, 머릿속을 오가는 오만 가지 생각에 입술이 바짝 말라 저도 모르게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매끈한 혀가 도톰한 입술을 쓸자 혀끝에 옅게 피 맛이 느껴졌다. 그것을 본 강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원하는 거라…… 순진하군. 내가 당신을 원한다고 하면 어떡할 거지?”
강우는 하영의 상처 난 입술에 집착하는 자신을 느끼며 증오스럽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하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 금 뭐라고 한 거지?’
그의 말이 채 머릿속에 입력되기도 전에 강우의 손가락이 하영의 턱을 가볍게 그러쥐었다. 그러곤 스스로를 조롱하듯 차갑게 미소 짓고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강우의 부드러운 입술이 하영의 까칠한 입술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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