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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봄 기대어 1

느린 봄 기대어 1

밤바담 (지은이)
시크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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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봄 기대어 1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느린 봄 기대어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56411444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9-04-26

책 소개

밤바담 장편소설. 네 살 때부터 해밤 보육원에서 자란 유치원은 보육원을 후원하는 재단 소유의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해 해밤그룹의 회장의 외손자 김어린을 만난다. 오메가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한 후로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했던 유치원은 김어린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목차

00. ‘느린 봄 기대어’ 세계상 안내
01. 어린 너와 나
02. 어른 너와 나

저자소개

밤바담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안녕하세요, 밤바담입니다. 벌써 네 번째 책으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글을 쓸 때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지만, 특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계십니다. 덕분에 하루하루 글 쓰는 게 즐겁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분께, 그리고 늘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과 책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출간작] 개 한 마리와 두 남자 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 느린 봄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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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린이의 냄새가 나면 기분이 좋았다. 영화관이 가까워질수록 달콤한 캐러멜 냄새가 났다. 그런데 어린이의 향이 섞이니까 괜히 숨을 크게 들이켜고 싶어질 만큼 기분 좋은 냄새가 됐다.
“정말 괜찮아?”
“응.”
“그렇지만, 너 아직…….”
“……아, 페로몬?”
나는 여전히 페로몬을 잘 드러내고 다니지 않았다. 페로몬을 틔우자마자 바로 닫고 다니는 일에 급급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놔두는 게 뭔지 잘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로 열어 두는 게 평범한 걸까? 나는 조심스레 페로몬을 열었다.
“자꾸 닫아 놓다 보니까 습관이 돼서…….”
“……미안. 강요한 건 아냐. 계속 닫아 둬도 괜찮아. 그런 사람들도 많고. 그냥 네가 아직…… 음.”
말을 고르기가 어려웠던지, 어린이가 눈을 굴렸다.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웃어 보였다.
“너, 아기 냄새 나. 알고 있어?”
“응?”
“나무 냄새, 안 날 때…… 날 때도. 달큼한 아기 냄새가 나.”
“동생들 냄새인가? 오늘도 같이 조금 자다가 왔는데.”
우리가 서로 킁킁대며 옷자락 냄새를 맡고 있자니 준수가 다가와서 물었다.
“뭐 하냐, 너네.”
“치원이. 아기 냄새 난다고.”
“나무 아니고?”
“페로몬 말고, 그냥.”
“아, 알아. 치원이 아기 냄새 나지.”
우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샀는지 우진이 품에는 팝콘과 콜라가 들려 있었다.
“뒤에서 끌어안을 때마다 났어. 되게 좋았는데.”
“너 오니까 캐러멜 냄새밖에 안 나.”
“배고팠단 말이야.”
“언제 샀어?”
“너희 서로 냄새 맡고 있을 때.”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민망해졌다. 나는 우진이를 뒤로 돌려 밀었다.
“사, 상영 시간 다 된 거 아니야? 빨리 들어가자.”
입구에 서 있는 직원 분에게 예매표를 보여 주고, 우리는 상영관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광고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자동차와 쇼핑몰 광고 뒤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대피로와 관람 예절 같은 것들을 알려 주고, 곧이어 천천히 불이 꺼졌다.
액션물답게, 오프닝부터 날렵하게 생긴 자동차가 나와서 도로를 질주했다. 고조되는 배기음을 들으며 콜라에 손을 가져가니 텅 빈 홀더만 만져졌다.
“콜라?”
내가 손가락으로 홀더를 더듬거리고 있으니 귓가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지척에 어린이의 얼굴이 있었다. 어두운 영화관 속에서 커다란 스크린의 불빛에 어린이의 눈동자가 반들반들하게 빛났다.
“……응.”
희미하게 빛나는 어린이의 얼굴 윤곽에 홀린 것처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린이가 콜라를 내밀었다. 받아 들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데, 컵은 내 손을 지나쳐 내 턱 근처까지 올라왔다. 빨대가 입술에 닿았다. 컵 안의 얼음이 흔들려 가륵가륵 소리가 났다.
“…….”
눈을 마주치기 어려운 기분이 들어서, 나는 눈을 내리깔고 잠자코 빨대를 입에 물었다. 어린이의 목께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콜라를 목으로 넘기는 순간 어린이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몇 모금 마신 기분도 들지 않았지만 어쩐지 코로 숨쉬기가 힘들어서 나는 입술을 뗐다.
“……고마워.”
어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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