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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방현석 (지은이)
  |  
도서출판 아시아
2020-06-08
  |  
16,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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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책 정보

· 제목 :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4752
· 쪽수 : 376쪽

책 소개

2003년 「존재의 형식」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방현석이 9년 만에 발표하는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는 2011년 12월 13일 작고한 故 김근태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에필로그

저자소개

방현석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1년 울산 출생.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세월』 『사파에서』, 장편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의 왼편』, 산문집 『하노이에 별이 뜨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느낌이 있다. 체포되기 전에도 늘 그랬다. 이번에는 잡혀가겠구나, 하면 어김없이 그랬다. 스물여섯 번 중에 어느 한 번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나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체포는 피하지 않은 것이고,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그 차이도 사실은 차이가 아니다. 나는 지금 꼼짝 못하고 병상에 누워 있다. 겨우 눈동자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에도 나는 여러 번 꼼짝없이 묶인 채 내 운명을 지켜보아야 했다.
아내는 지금 자기가 반드시 나를 일으켜 세울 테니 지켜보라고 당신에게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아니다. 이십육 년 전에는 인재근이 나를 살려낸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싫지만,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내 기억의 편린을 정리하는 것은 이제 내 몫이 아니게 되었다. 어떤 것은 현실 같기도 하고 꿈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 하지 못하게 한 이야기도 있다. 여전히 하지 말아 주기를 바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는 이것도 내 몫이 아니게 된 것 같다.


내 눈길을 잡아당기는 것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주장하는 아이의 입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목덜미였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조금의 떨림도 없이 그 아이의 미끈한 목젖을 타고 미끄러져 나오는 이 어휘가 내 목에는 가시처럼 걸렸다. 한 끼라도 굶어 보았을까.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반복하는 그 아이들의 ‘결사반대’에 나는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전태일이 우리에게 준 충격은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의 처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폭로한 비참한 노동 조건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감내하기 어려운 가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살피고, 그들의 고통을 아파했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던진 충격의 실체는 조금 더 깊고 근원적인 그 무엇이었다. 세상의 어떤 무관심과 횡포도 훼손시키지 못한 한 인간의 완벽한 선의는 놀라운 희망의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전태일은 우리가 외쳐 온 정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불타는 몸으로 묻고, 차가운 주검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제 모두의 몫으로 남았다. 질문을 던진 전태일은 주검이 되어 대답 듣기를 영원히 거부해버렸다. 이제 그가 던진 질문은 내게도 평생을 두고 대답해 나가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참으로 어렵고도 잔인한 질문이었다.
11월 25일 수요일, 가톨릭교와 개신교의 합동 추모 예배가 연동교회에서 열렸다. 학교가 문을 닫아버린 상태에서 단식투쟁을 계속하던 나는 후배들을 데리고 이 예배에 참석했다. 어느새 나는 다시 맨 앞줄에서 있었다. 예배에서 김재준 목사가 한 추도사는 오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에 전태일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나태와 안일과 위선을 애도하기 위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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