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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630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05-15
책 소개
목차
배꼽의 기원
마지막 서커스
빅 매리
파파(派派)
화마
휴거
신 귀토지설
해설|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하여_노태훈(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아주 잘 살아가고 있어요, 나는 서커스 천막을 향해 그렇게 소리 내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신이 누구든, 우리가 누구든,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고. 하고 싶은 말이 차올랐다. 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목이 간질거렸다. 갑자기 차가운 금속이 내 손에 닿았다. S의 특수 장치였다. 반대쪽 손에는 따뜻한 온기가 닿았다. A의 손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웃었다. 어쩐지 코끝이 또다시 시큰거렸다.
_「마지막 서커스」 중에서
봄을 태워버리고 싶어. 남김없이 타버려서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기를 원해. 매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컨테이너에 갇힌 뒤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그러나 매리는 알았다. 이 공간 너머엔 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을 쫓아내기 위해 모여들었을 리가 없으니까.
_「빅 매리」 중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다. 나빠져만 가는 생활. 나아짐보다는 덜 나빠짐을 기대해야 하는 나날들. 세 끼를 먹어본 적은 없어도 세 대 이상은 꼬박꼬박 얻어맞는 하루. 모를 둘러싼 삶은 그런 식이었다.“미쳐버리겠네.” 모가 입버릇처럼 말할 때마다 어머니가 모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더 나쁘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 다정한 손길을 받으면서 모는 소리치고 싶었다. 상관없어요, 어쨌든 우리는 밑바닥에 고여 있는 사람들이에요. 천천히 조금씩 썩어가는.
_「파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