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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6626534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03-04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름다웠던 사람 명주
산청
발문│그대 ‘산청’을 아는가_방현석(소설가·중앙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신랑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결혼식을 했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 졸업시험을 치렀다. 그 후엔 동경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모든 절차는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결혼식 뒤에 삼 일 밤을 신부의 집에서 보내고 신랑이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신부의 집으로 가서 삼 일을 묵어야 했다. 그러나 그 예법을 다 지킬 수는 없었다. 첫날밤은 신부의 집에서 보내고, 다음날은 직각댁 누님 집에서 묵고, 그다음 날에는 다시 신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신랑은 새벽에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계획이었다.
영휘가 살아 있었다면 밤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불 속에 꼭 붙어 있었을 것이고 암만 어두워도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명주는 그 사람이 그리웠다. 어느 때보다도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의 바람처럼 씩씩하게 살아가자고 마음먹었지만 그냥 그의 곁으로 가고만 싶었다.
이제 해방이 되었다. 모두가 기뻐할 일이었다. 하지만 민겸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했다. 그는 분명 군수로 일하며 일본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쌀과 놋그릇을 공출하는 일에 앞장섰고 처녀들을 정신대로 끌어내는 일도 했다. 결국 그 일들에 몸서리치며 그만두기는 했지만 일본의 관리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도 조국의 해방이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과거가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