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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755241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해고 통보는 문자로 날아왔다
나는 골프 치는 한량 기자였다
그래서 말인데… 박 기자가 하면 안 될까?
사장님을 만나 롤러코스터를 타다
공수부대장 김재철, 그리고 열린 방송의 적들
1백70일의 파업, 그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내 손으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
기자가 스피커 만드는 게 어때서요?
‘죽이는 디자인’은 닦인 길 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러다 정말 스피커 회사 차리겠어요
초짜 자영업자의 세상은 MBC 기자가 살던 곳이 아니었다
디자이너 박 선생님이세요?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고마워, 여보. 그리고 사랑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에필로그
나는 돌아간다, 반드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를 잘 아는 친구들과 취재원들은 내가 노조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한번은 대학 동창회에 나갔다가 “너 같은 부르주아 한량이 노조 운동을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말까지 들었다. 내가 노조 운동을 한 것은 거절을 못 하는 내 성격 탓이다. 나는 그저 원칙을 버리기가 싫었다. 기자회장 박성호 씨도, YTN의 노종면 기자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평범하고 일밖에 모르는 언론인이었다.
순강이는 가족을 걱정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를 화장하던 날, 부인과 두 딸은 너무도 서럽게 울었다. 누가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는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도 컸지만 남겨진 가족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친구를 보내고 난 후,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밤마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순강이가 병을 얻은 이유는 뭘까? 친구가 남기고 간 가족을 앞으로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나는 건강하게 살고 있는가? 지금까지 내 인생은 과연 괜찮은 편이었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복직을 못 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또 MBC는 어떻게 되나? 답이 없는 질문들, 해고당한 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지고 또 되뇌었다. 그러다 결국 내가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말자. 즐겁게 살자.
다음날 나는 세무서를 찾아갔다. 사업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였다. 남아도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적당히 하는 소일거리는 싫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우선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비록 혼자 하는 자영업일지라도. 내가 만든 제품을 떳떳하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가를 받고 판매하고, 이익이 나면 세금도 낼 것이다. 이왕 하는 것, 대충대충 하는 건 내 성미와 맞지 않는다. 내가 언제 MBC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해직 언론인으로서 내 자존심을 지키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