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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57061969
· 쪽수 : 440쪽
책 소개
목차
1. 마상 창 대회
2. 지롤라모 리아리오
3. 루크레치아와 로렌초
4. 레오나르도 다 빈치
5. 루크레치아 도나티
1469년 4월
6. 천상의 음악
1469년 6월
7. 클라리체 오르시니
8. 루크레치아의 초상화
1469년 12월
9. 메디치가의 유산
1470년 4월
10. 권력의 문제
11. 가문의 위계
12. 베르나르도 나르디
1471년 5월
13. 황금공
1471년 12월
14. 교회군 총사령관
15. 전쟁의 바람
16.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17. 쇠뇌
1472년 6월
18. 볼테라 약탈
19. 최초의 비난
20. 암갈색 솔개
21. 음모
22. 의심의 씨앗
1473년 10월
23. 적군과 동맹군
24. 사냥
25. 사냥감
26. 이상한 그림들
1474년 2월
27. 반 교황 동맹
1476년 4월
28. 고발
29. 만남
30. 풍기사범단속위원회
31. 은둔자
32. 재판
33. 증언
34. 분노와 음모
35. 용서를 받다
1476년 12월
36. 파멸
37. 법
38. 예언
1477년 12월
39. 팔라초의 모의
40. 시골처녀
1478년 4월
41. 기다림
42. 라우라 리치
43. 안토니오 마페이
44. 미사가 끝나다
45. 팔라초 델라 시뇨리아
46. 복수의 색깔들
47. 팔라초 안
48. 최초의 공포
49. 클라리체의 계획
50. 로렌초의 말
51. 불한당 패거리
52. 지상의 지옥
53. 결산
54. 백일몽
55. 밤의 전투
1479년 9월
56. 잊히지 않는 사랑
57. 옛 친구들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책속에서
“시기상조인 것 같기도 하고 무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늘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선친과 조부의 영광을 물려받으시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군주님이 원하시든 아니든 군주님은 피렌체 그 자체시니까요.”
로렌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손을 모은 채 벽난로를 뚫어지게 보았다. 이렇게 때가 된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개인적인 것을 죄다 한쪽으로 밀어두고 도시와 권력과 정치에 몸을 바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이날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클라리체와의 결혼식 전날 분명하게 예고를 했고,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는 그 임무를 위해 교육받고 성장해왔다. 이미 몇 년 전 그에게 맡겨진 일종의 사명과도 같았다.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다고 해서 그 사명이 덜 힘들고 덜 어려워지지는 않았다. 물론 자유를 모두 포기하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 길로 들어선 순간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았으니까. 그를 영원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 길이었다.
그런 독배를 들 의향이 자신에게 있을까? 전혀 확신이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뛰어나지만 뭐라 정의하기 힘든 젊은이였다.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공기나 하늘에 속한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인생을 관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가
보기에 개인적인 성공에 대한 갈망은 패러디나 조악한 희극 따위와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결코 인간의 광기에 굴복되지 않고 관조되어 마땅한 완벽한 실재를 오염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금지된 듯이 보이는 일을 그가 해내는지도 몰랐다. 로렌초는 건축과 공학에서 레오나르도가 거둔 성공과 그가 최초로 나는 기계(그런데 인간이 나는 게 가능할까?)나 방어용 도구를 제작할 때 사용한 특별한 해법들을 여러 차례 칭찬했다.
레오나르도가 주의 깊게 루크레치아를 보았다.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가 깊은 인상을 받은 이유는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루크레치아에게서 자유분방한 정신, 귀족 작위나 혈통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내면의 대담하고 야성적인 천성에서 나올 법한 품위를 읽어냈다. 바로 그런 이유로, 또 가볍고 소박한 가무라의 파란색을 이용해서 그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소를 대비시키고 충돌시켜 볼 생각이었다. 공간에 넓게 퍼지는 빛을 통해 이성과 감정이라는 대립하는 두 요소를 조화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이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화폭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보자 흡족했다.
레오나르도는 2월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긴 금발 머리가 바람에 헝클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갈색의 들판을 바라보았다. 들판을 뒤덮은 서리가 얇은 금속판처럼 무지개 색으로 빛났다. 자연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 그것을 목격할 때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한없이 작고 무의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면 매일 세상이 그에게 선물해주는 이런 광경을 보며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경험하곤 했다.
하지만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이제 레오나르도 자신도 전쟁과 무분별하고 잔인한 복수를 위해 일하는 중이었다. 인간들이 수치스러운 목적, 그러니까 권력을 쥐고 영토를 정복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려고 주고받는 복수를 위해서 말이다.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부인하는 일이 만연했다.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로렌초를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 로렌초의 눈빛은 총명했다. 일면 고집스러운 구석도 있지만 폭군이나 전쟁에 미친 군주의 눈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