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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06302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9-11
책 소개
목차
005 프롤로그
011 추천의 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019 굿바이 얄리
026 책 속에서 길을 찾다
033 내 친구 권지영
044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052 엄마, 심장 따라서 가!
내 마음을 따라 가는 길
061 닮고 싶은 한 사람
067 다 이렇게 하는 줄 알았다
073 정치신인의 파란
083 정치, 촘촘한 삶의 안전망을 만드는 일
094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 사랑
101 나에게 성공이란
107 딸아이의 편지
디어 마이 프렌드
117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124 따뜻한 햇살이 꽃을 키우듯 따뜻한 시선이 사람을 키운다(김재준 씨 이야기)
132 부탁해줘서 고마워!(송욱정 씨 이야기)
140 고맙고 애틋한 우리 딸(주현정 씨 이야기)
147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오롯이 사랑할 수 있다(안지현 씨와 엄마 이은자 씨 이야기)
우리는 모두가 서로의 보호자, 돌봄공동체를 향하여
159 모르길 바라는 마음(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
167 강한 엄마 말고 그냥 엄마(장애인돌봄서비스 확대)
176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시각장애인 알 권리 보장)
184 미래를 위한 따뜻한 투자(혈우병 환아를 위한 헴리브라 급여기준 개정)
190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아동학대 방지 예산 증액)
198 내 일이 다른 내일을 만든다(발달장애인 고용 증대)
207 평등하게 건강할 권리(발달장애거점병원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확충)
216 장애인 부모도 행복한 할머니가 되는 꿈(장애친화산부인과 지원 강화)
223 잊을 수 없는 뒷모습(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 구축)
233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나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이처럼 내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내 친구’ 딸아이이자, 또 그 아이와 꼭 닮은 발달장애인 친구들. 또 내가 정치인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함께 싸워준 자립준비청년, 시각장애인, 혈우병 환아와 부모님이다.
남루한 이 글을 읽다 그만두신 분들도, 마지막 끝 페이지까지 책장을 다 넘겨주신 분들도, 이 책을 손에 쥐셨던 모든 분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을’ 기억해주시길. 그래서 책을 덮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대함이 조금은 덜 어렵고 조금은 덜 불편하실 수 있길. 더 나아가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무릎이 툭 꺾이는 날에 떠올릴 수 있는 ‘진통제 같은 행복한 에피소드’도 얻으시길 희망한다. 그러면 우리는 서로가 가진 크고 작은 장애와 이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사회적 차별을 넘어 더 자주, 또 더 많이 만나며 어울리는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고등학교 3년 입시 공부하느라 마음이 힘겨울 때면 좋아하는 시집을 찾아 펼쳐보곤 했다.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마음의 허기가 이런 시구 속에서 채워지는 것 같았다. 시가, 소설이,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심장 사이로 부는 바람을 조금 막아주는 듯한.
요즘은 책을 읽을 시간도 많지 않고 책을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것보다 기억나지 않는 게 더 많다. 그런데 누군가 독서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해준 게 위안이 되었다. “어릴 때 콩나물 키우는 거 봤어요? 시루에 콩을 넣고 매일 물을 줘도 시루 밑으로 쪼르르 다 빠져요. 그런데 물이 다 빠지는 거 같아도 남는 게 있어서 콩이 그 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요. 독서도 그래요. 다 기억하지 못해도 마음에 남아요. 그러니까 기억 안 난다고, 읽어봐야 소용없다고 하지 말고 많이 보세요.”
그 시절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이 전부 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위인들의 삶의 자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헌신이 은연중에 내 마음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존재들을 잘 발견해내는 시인들의 따뜻한 눈길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 그 삶의 고단함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책이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책 속에서 길을 찾다> 중에서
내가 정치를 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내 아이는 많은 혼란을 겪게 될 터였다. 학교를 옮겨야 하고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터라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하고 장애인에게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정치를 해도 될까? 엄마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나의 딸에게는 너무 큰 짐을 안겨주는 이기적인 결정 아닐까? 어렵게 얻은 교수자리를 내려놓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았는데 아이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지 않았다. 밤잠도 설치면서 며칠을 고민하다 그냥 당사자인 딸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엄마가 한국 가서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일단 한국 가면 네가 불편한 게 많을 거야. 학교도 바뀌고 친구도 새로 사귀어야 하고, 지금처럼 엄마가 너를 많이 보살펴주지 못할 수도 있어.”
미안한 마음에 자꾸 이런저런 말이 길어졌다. 이것도 힘들 거고, 저것도 힘들 거고, 자꾸 어려운 일을 나열하는 나를 보던 아이가 말했다. “Follow your heart!” “엄마, 심장 따라서 가!” 그 말이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딸은 나를 온전히 존중해주고 있었다. 나의 엄마가 아니라 나의 보호자가 아니라 그냥 강선우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정치인 강선우로 살아도 된다고 온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있었다.
- <엄마, 심장 따라서 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