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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7281701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6-03-05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elevator 12
비닐봉지 13
허수아비풍선 14
거미 15
영덕대게 16
소낙비 18
외상 19
담쟁이 20
잠자리 21
제비 22
어머니 23
파리의 기도 24
사랑의 진국 26
2부 먼 길 떠나기
먼 길 떠나기 28
그 겨울밤 29
문 30
하루살이 31
멍게 32
경계를 測하다 33
임호네 34
독도 ─동문東門 36
내비게이션navigation 38
통영, 활어시장 40
벽시계 42
어느 휴일에 43
원주식당 44
어느 술자리의 기록 46
3부 선거, 민주의 꽃이다
선거, 민주의 꽃이다 48
흔들리지 않는 뿌리로 49
구제역 ─예찰팀 구성, 대책상황실 운영 50
까먹다 51
도자기 52
강 1 53
강 2 54
강 3 55
호박 56
폐기물 57
신호등 앞에서 58
하회탈 이야기 60
적막에 앉다 62
음주운전 63
노란리본 64
무덤속의 말 66
4부 멍텅구리
멍텅구리 68
어느 가을에 69
고양이 70
국군체육부대 71
유전무죄 72
시계 73
가자미 74
한국적 갑을 75
문경새재 76
가로수 78
어머니의 꿈 79
청소 80
양미리 81
고스톱 82
착각 83
사랑하는 당신에게 ─결혼 32년에 부쳐 84
5부 보리개떡
보리개떡 86
똥 87
이 뿌연 봄날 88
항변은 독이다 89
갈가지 90
어스싕 오름 92
울릉도 가는 길 93
수족관 오징어 94
그리운 금천錦川 95
물레방아 96
해설 시 읽는 재미, 해학과 풍자의 시학 | 구석본 98
저자소개
책속에서
땅재 산기슭 오두막에서 딸만 낳던 울 어매 날 낳으시고 그렁그렁 ‘세상다얻은것같다’ 며 눈물 씻던 강이다 어매 콩쥐팥쥐 이야기가 도란도란 흐르는 강이다
비석치기 하던 강이다 납작한 돌로 뉘어 던지며 물수제비뜨던 강이다 반질거리는 등짝이 첨벙대던 강이다 ‘이슬이 동동 구슬이 동동’ 폴짝폴짝 뛰면서 튀밥처럼 웃던 강이다
망태기 검잡고 소꼴 베던 강이다 우리황소가 방아거리를 실어 나르던 강이다 아부지 평생 뼈골 빠지게 산 물레방아가 빙글빙글 도는 강이다 아부지 발에 굳은살이 켜켜이 쌓인 강이다 하천의 황무지 돌 골라 논뙈기 만드느라 어매 손에 지문이 다 닳은 강이다 생쌀의 씹는 맛이 쏠쏠했던 강이다
귓불에 찬바람 얻어맞아가며 썰매 타던 강이다 빵구 난 나이론 양말을 구석에 몰래 숨기던 강이다 불깡 쎈 마른깻단이 얼음에 금 가는 듯 짜작짜작 타던 강이다 대궁으로 뽀얀 연기를 뿜어내던 강 눈시울 뜨겁게 하는 강이다
배 모양을 닮은 큰 바위 위에서 나의 선조(채익하)께서 시를 짓던 강이다 그 후 후손들이 지은 ‘舟巖亭’이 자리 잡고 있는 강이다 배를 붙잡고 있는 비단닻줄이 강물이 되어 흐르는 강이다 ----[그리운 금천錦川] 전문
먹고 사는 일, 기도의 대상이다
작은 창자 채우려고 오늘도
그대가 혼신의 힘으로 밀어낸 오물에
쉼표처럼 달라붙어 두 손 싹싹 부비며 기도 한다
그대가 버린 것들
똥덩이나 쉬어터진 밥알, 짓무른 수박 알껍데기
거름더미에서나 썩어 나자빠질 것들
통째로 만발공양이다
알맹이는 일찍이 그대의 몫이니
결코 넘보지 않았다 간혹 그대가 잠들었을 때 흘린
영혼의 땀방울에 나의 날개를 가만히 적시며
잠들기도 한 나는 집조차 없는 무소유를 실천하는 선지자다
저장해두지 않으므로, 아서라
재물이나 권력 같은
그대가 버린 것들 앞에
경건한 나의 기도까지도 용납하지 않는 그대
오로지 폭력으로 나를 덮친다
부처의 손바닥을 닮은 그대 손바닥이
우주의 힘으로 적의를 품는다
그대 앞에서 한없이 바장대며 비비는 손바닥은
그대의 달디단 알맹이를 훔치려는
예비 된 동작이 아니라
내 안을 살피는 기도의 몸짓임을
그대여
만사에 감사할 줄 아는 맑은 내 영혼은
그대가 껍데기라 생각하고 버린 것들을
달게 받았기 때문이다
----[파리의 기도] 전문
농사지으며
법 없이 사는 정 씨
주막에 갔다
섣달그믐이니 그 동안 밀린 외상값 갚고 드시오
사람 좋기로 소문난 정 씨
주모 박대에 머쓱하여 흙마루에 걸터앉아
마른 입에 담배를 피워 문다
술 내올 기미는 없고,
그때 우리를 뛰쳐나와 신명이 난 돼지가
고두밥멍석에 건달처럼 들어섰다
그 장면을 늦게 발견한 주모
돼지를 좀 내치지 않고서는……
정 씨는 담뱃불을 비벼 끄면서
난 돼지가 외상값 갚고 먹는 줄 알았소
정 씨의 한 해가
외상으로 저물고 있다
----[외상]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