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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783700
· 쪽수 : 548쪽
책 소개
목차
여는 이야기 · 4
1. 그의 이름은 여름 · 6 / 2. 달콤 쌉싸름한 재회 · 14 / 3. 우아한 적과의 산책 · 23 / 4. 달빛 아래 밀고 당기기 · 34 / 5. 잎사귀도 햇살도 너무해 · 45 / 6. 그럼에도 불구하고 · 55 / 7. 그 날 이후의 어느 날 · 65 / 8. 짐을 짊어진 어깨 · 76 / 9. 한꺼번에 쏟아지는 마음은 · 85 / 10. 한없이 쓸쓸하고 차가운 · 95 / 11. 마지막이라는 말 · 105 / 12.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걸까 · 114 / 13. 내가 모르는 그대의 모습 · 122 / 14. 돌아오겠다는 말 · 130 / 15.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 139 / 16. 두려움과 잔혹함 · 147 / 17. 사랑해버린 것을 · 155 / 18. 감출 수 없는 것, 사랑 · 164 / 19. 해야 하는 일의 의미 · 173 / 20. 기다림을 위한 밤 · 181 / 21. 두 사람의 전쟁 · 190 / 22. 발아래 스며든 그림자 · 199 / 23. 진실과 거짓 사이 · 208 / 24. 그녀에게 돌아가는 길 · 217 / 25. 그늘 뒤에 숨은 마음 · 226 / 26. 사랑을 달리 부른다면 · 235 / 27. 그 한마디의 말 · 244 / 28. 상처를 낫게 하는 것 · 253 / 29. 폭풍전야 · 263 / 30. 휘몰아치는 소리 · 271 / 31. 그가 잃어버린 것 · 280 / 32. 어긋나버린 길 · 291 / 33. 차가운 적의 곁에서 · 301 / 34. 옅은 그림자 아래 · 311 / 35. 부디 무사해야 해 · 321 / 36. 너에게 뻗은 손 · 329 / 37. 감추어진 이야기 · 337 / 38.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 346 / 39. 그로써 영영 잊히지 못하도록 · 354 / 40. 내일이라는 꿈 · 362 / 41. 나쁜 예감 · 370 / 42. 등 뒤의 푸른 칼 · 380 / 43. 다가오지 마 · 389 / 44. 보이지 않는 길 · 396 / 45. 믿고 싶은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 404 / 46. 세상의 수많은 인연 · 414 / 47. 많고 많은 바람 중에서 · 422 / 48. 당신이 어디에 있든 · 430 / 49. 어찌 몰랐을 때와 같을까 · 437 / 50. 그대와 함께한다면 · 446 / 51. 남은 자의 속삭임 · 454 / 52. 심장이 터질 것 같아 · 463 / 53. 그들이 보는 세상 · 472 / 54. 뒤엉킨 운명 · 480 / 55. 이유를 모르는 죽음은 · 489 / 56. 고요한 밤 · 497 / 57. 선하 · 508 / 58. 재령 · 517
닫는 이야기 · 525
남겨진 이야기 · 529
저자소개
책속에서
휘이이.
뭉게구름은 하얗게 피어났고 어느덧 세상은 또다시 빛나는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담장에 가득한 배롱나무꽃의 절절한 진홍색이 푸른 하늘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바람 속으로 그의 숨결이 퍼져 오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에서 선하가 부는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가 늘 흉내 내곤 했던 새소리일까.
재령은 그가 남긴 붉은 관자를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너른 벌판에서 푸른 향내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에게서 나던 그윽한 나무향기처럼 재령을 하염없이 그립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선하.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해마다 새로운 여름이 돌아왔지만 선하와 함께했던 그 여름처럼 찬란하게 빛나지 않았다. 햇빛으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선하는 그 여름에 멈춰 살아있는 것처럼 빛 속에서 재령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재령은 기억 속 그를 향해 웃어 보인다. 그가 죽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이라면 너무나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젠 그 울분조차 다 잊었다.
선하는 여름의 모든 곳에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푸르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잎에도, 들판과 새들과 벌레들, 싱그러운 열매와 물소리에도 선하는 어디에나 있었다. 재령은 일상처럼 여전히 그를 기다린다. 어느 날 재령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그가 마중 나올 것이라 믿으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장난 가득한 눈동자를 빛내며. 그 눈빛은 여전히 생생했다. 눈뜰 때마다, 숨 쉴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