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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7846122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2-10-0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하나, 이태리타월
: 나는 냇가에서 고운 돌 주워다가 그걸로 밀었어.
둘, 손톱깎이
: 나 어렸을 때는 대체로 다 바느질 가위로 잘랐어. 무쇠로 된 거 큰 거 있잖아.
셋, 우산
: 비 오면 어차피 다 젖어. 옛날엔 십 리 이십 리 길은 걸어 다니는 게 예사니까.
넷, 진공청소기
: 갈대 빗자루 하나 있으면 닳고 닳아서 주먹만 해 질 때까지 썼어.
다섯, 다리미
: 한창 멋 부릴 땐 정장 바지를 요 밑에다 깔고 잤지.
여섯, 가스보일러
: 늘 그게 신경이 쓰였어. 불 꺼져서 방 추울까 봐.
일곱, 고무장갑
: 비싸니까 그걸 또 본드로 붙여서 쓰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어.
여덟, 전기밥솥
: 밥솥은 무조건 커야 해.
아홉, 냉장고
: 여름에는 밥이 제일 문제였어. 뚜껑을 덮어 놓으면 쉬고, 안 덮으면 파리가 들어가.
열, 김 솔
: 어떻게 이걸로 기름 바를 생각을 했을까, 참 신기했어.
열하나, 가스레인지
: 써보니 불 조절이 돼서 되게 편했어.
열둘, 김치냉장고
: 늘 해 먹어 버릇해서 사 먹는 건 영 익숙지 않아.
열셋, 세탁기
: 짜는 거. 짜는 게 제일 힘들었지.
열넷, 모기약
: 방에 화로를 놔뒀다가 문을 확 열면 모기가 다 도망가. 그럴 때 빨리 들어가야 해.
열다섯, 주방 세제
: 빨갛고 동그란 비누 있었어. 그걸로 세수도 하고 그릇도 닦고.
열여섯, 치약
: 굵은 소금을 빻아서 가운뎃손가락에 찍고 이에 막 문지르는 거야.
열일곱, 브래지어
: 다들 하니까 한 거지, 왜 해야 하는지는 생각 안 해봤어.
열여덟, 생리대
: 그땐 약국에서만 팔았고, 크기도 한 가지였어.
열아홉, 화장지
: 옛날엔 화장실에서 종이를 썼지.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실로 묶어서 화장실에 걸어 놓는 거야.
스물하나, 싱크대
: 서서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거든. 높이가 맞는지 안 맞는지는 생각도 안 해봤지.
리뷰
책속에서
나는 산업화 기간에 새로 생긴 물건들을 엄마가 어떻게 수용하고 생활 속으로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을 썼다. 엄마라는 한 사람으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당시 신문 기사도 참고했다. 하지만 이 물건들로 인해 엄마의 삶이 마냥 편해지기만 했다고 읽히는 것을 경계한다. 내가 책에서 다룬 것은 이전에 없던 물건들이 집안에 들어오면서 생긴 변화이지만, 집 바깥도 마찬가지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소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길에 도로가 깔리고, 사람들은 이제 버스나 지하철,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고 저마다의 삶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세탁기가 생겨 빨래가 편해진 건 분명하지만, 이 물건으로 생긴 여유와 활력을 스스로의 행복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 서문
돌로 때를 밀던 엄마도 아이들이 태어난 뒤엔 이태리타월을 썼다.
“이태리타월로 미니까 때가 줄줄 나오고 힘이 하나도 안 드는 거야. 이게 웬일인가 싶었지.”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아쉽게도 너무 빨리 해어지고 찢어진다는 것이다.
“도저히 쓸 수 없을 때까지 썼어. 구멍 났다고 버리던 시절이 아니니까. 뭐든 아꼈어.”
부실하게 만든 이태리타월에 화가 났는지, 서울에 사는 김경례 씨가 동아일보 ‘독자가 만드는 독자란’에 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투고했다.
- 이태리타월
“제일 어려서 한 건 청소였지. 5살 때 이사를 갔는데 마루가 넓어서 청소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았는데, 빗자루는 수숫대나 갈대로 만들었어. 제일 좋은 건 갈대 빗자루. 갈대에 씨가 들기 전에 베어다가 솥에다 넣고 쪄. 쪄서 말리면 갈대가 질겨지는 거지. 그걸 엮어서 방을 쓸면 최고였어. 옛날엔 바닥이 다 흙이니까 발에 흙이 많이 묻잖아. 마당에서 발을 씻고 들어와도 흙이 발에 묻는단 말이야. 그래서 늘 방이 서걱서걱하지. 근데 갈대 빗자루로 쓸면 흙이 하나도 없어. 수수 빗자루는 흙이 잘 안 쓸려. 갈대 빗자루는 귀한 편이어서 대체로
수수 빗자루를 많이 썼지. 갈대 빗자루 하나 있으면 닳고 닳아서 빗자루가 주먹만 해 질 때까지 썼어.”
- 진공청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