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00191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6-02-12
책 소개
낯선 이들을 맞이하는 혜화동 한옥 게스트하우스의 사계절 속에서
치매 엄마와 딸이 함께 써 내려간, 반짝이는 일상의 기록
혜화동 한옥에서 기록한 ‘치매 엄마와 딸’의 사계절
서울 혜화동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하우스’.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머무는 이 열린 공간에 저자 김영연은 50년간 울산에서 살아온 어머니를 모셔 온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삶에 스며들었다. 어머니가 기억의 끈을 놓치기 시작하자, 딸은 ‘사랑의 빚’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돌봄의 가장 긴 여행을 시작한다.
문학세계사가 펴낸 신간 『혜화동 한옥에서 치매 엄마랑 살아요』는 치매라는 거친 강물 한복판에 선 모녀가, 혜화동 한옥이라는 다정한 품 안에서 서로를 다시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기억을 잃어 가는 엄마’와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는 딸’의 하루가, 한옥의 사계절과 골목의 온기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열린 집, 열린 돌봄: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하우스’의 사계절
낯선 활기와 따뜻한 인사가 오가는 마당 한편에서 어머니는 기억의 조각을 붙잡으려 애쓰고, 딸은 그 곁에서 ‘전쟁 같은 시간’을 건넌다. 보따리를 싸 들고 집을 나섰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고,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마당을 채우는 순간에도 안방의 조용한 사투는 이어진다.
하지만 저자는 닫힌 병동이 아닌, 처마 끝에 햇살이 머물고 마당에 꽃이 피는 ‘열린 공간’을 선택했다. 낯선 여행자들이 드나드는 한옥에서 어머니는 때로 길을 잃지만, 그때마다 이웃의 다정한 손길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만들어 준다. 예컨대 굿네스 카페(Goodness Cafe) 사장님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골목의 익숙한 얼굴들이 건네는 인사와 도움이 ‘돌봄’을 가족만의 짐이 아니라 공동체의 온도로 확장한다. 저자는 치매를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만 보지 않고, 삶의 속도가 조금 달라지는 과정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절망을 넘어 ‘존엄’을 지키는 돌봄: 휴머니튜드와 ‘유진맘의 간병 노트’
이 책은 간병의 고단함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지켜보되 통제하지 않고, 놓치되 포기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어머니를 한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를 끝까지 붙든다. 저자는 프랑스의 치매 케어 기법 ‘휴머니튜드’를 통해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살을 맞대며, 치매 환자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 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딸은 ‘엄마’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한 여자의 삶을 새롭게 마주하고, 원망 대신 한옥의 따뜻한 등으로 어머니를 안아 드리는 길을 찾아간다.
또한 책 곳곳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기록한 실전 노하우 ‘유진맘의 간병 노트’가 수록돼 있다. 반복되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부터 장기요양등급 신청 팁까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바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더해져 에세이의 공감에 ‘실용’의 힘을 보탠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
8번 마을버스가 모퉁이를 돌아올 때 아이처럼 설레는 어머니, 그 곁에서 “엄마, 이제 천국 가시려고요?”라며 농담 섞인 웃음을 터뜨리는 딸. 이들의 이야기는 기억이 흐려져도 밥 한 그릇에 담긴 온기와 사랑의 감각은 끝내 남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혜화동 골목길에 번지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치매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 처방전보다 깊은 위로와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넨다.
목차
프롤로그 _____ 4
01 어제의 햇살이 머문 자리
엄마의 그림자, 나의 전투 _____ 16
누나, 물묵이 뭐야 _____ 22
할머니하고 목욕하고 올게요 _____ 28
진짜 우리 엄마 맞나? _____ 34
엄마를 지키자 vs 우리를 지키자 _____ 46
Tip│ 유진맘의 간병 노트 1 _____ 56
02 서까래에 걸린 그리움의 조각
매일 새로워지는 아침 _____ 62
우산의 재발견 _____ 70
아침 7시 30분, 교회 옥상 _____ 76
치매 엄마는 아직도 멋쟁이 _____ 82
아버지의 밥상은 누가 차리노? _____ 92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_____ 100
Tip│ 유진맘의 간병 노트 2 _____ 108
03 낡은 나무결에 새겨진 당신의 이름
서울로 모신 엄마 _____ 114
유진하우스, 우리 집 이름을 기억해요 _____ 126
함께 걷는 마음 _____ 134
손끝으로 전해지는 사랑 _____ 140
숨은 치매 가족들 _____ 148
Tip│ 유진맘의 간병 노트 3 _____ 154
04 우리의 시간은 처마 끝에서 완성된다
딱 그 정도만 기억해도 괜찮아요 _____ 162
나처럼, 우리처럼 _____ 172
가장 긴 이별을 준비하며 _____ 182
치매가 있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_____ 190
Tip│ 유진맘의 간병 노트 4 _____ 198
에필로그 _____ 202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에도 저울이 필요하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랑은 본래 계산 바깥에 있다고 믿었고, 엄마는 언제나 그 바깥에서 나를 온전히 감싸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언젠가는 그 사랑의 빚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날이 온다. 피하려 할수록 그 무게가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그런 날 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온 건 낯선 괴물이었다. 엄마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거친 말들이 정갈한 서까래 사이를 칼날처럼 파고들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평화롭던 혜화동 한옥에 가장 슬프고도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우리가 알던 엄마를 지키기 위해 나는 매일 밤 ‘착한 거짓말’이라는 방패를 든다.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