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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한국어/한문
· ISBN : 979115851004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5-08-03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맞춤법은 오늘도 변하고 있다
1장. 맞춤법 달인이 되기 위한 길라잡이
1. 음절의 끝소리 현상
2. 연음법칙
3. 두음법칙
4. 된소리되기 현상
5. 자음군 단순화
6. 자음동화, 모음동화, 자음모음동화
7. 유음화
8. 활음화
2장. 쓸수록 헷갈리는 한글 맞춤법
1. 숫양 vs *숫소
2. 봬요 vs *뵈요
3. 받아들이다 vs *받아드리다
4. 떠나려고 vs *떠날려고
5. 예사소리 vs *예삿소리
6. 텔레비전 vs *텔레비젼
7. 삼가다 vs *삼가하다
3장. 의미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말
1. 있다가 vs 이따가
2. 장수 vs 장사
3. 띄다 vs 띄우다 vs 띠다
4. 박이다 vs 박히다
5. 가늘다 vs 얇다
6. 달이다 vs 다리다
7. 졸이다 vs 조리다
8. 운명 vs 유명
4장 단어가 결정하는 띄어쓰기
1. 할 테고 vs *할테고
2. 한번 vs 한 번
3. 김수현 vs *김 수현
4. 볼 만한 vs 볼만한
5. 나만 한 vs *나만한
6. 얽히고설키다 vs *얽히고 섥히다 vs *얼키고설키다
7. 쓸데없는 vs 쓸 데 없는
8. 알은척 vs 아는 척
5장. 우리가 쓰는 말이 맞춤법이 된다
1. 너무 좋다
2. 짜장면과 자장면
3. 주책이 있다, 없다?
4. 먹거리와 먹을거리
5. 내음과 냄새
6. 눈초리와 눈꼬리
6장. 황당한 맞춤법 파괴
1. *굿일굿일해
2. *골이따분
3. *나물할 때 없는
4. *핵갈리지 마세요
5. *일치얼짱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날 ‘수’라는 말은 단어의 일부로만 나타납니다. 즉 혼자서는 단어로 쓰이지 못하는 거지요. 우리가 사이시옷을 적는 경우는 어떨 때인가요? 명사와 명사가 결합되었을 때이고 또 의미가 ‘~의’인 경우에만 한정됩니다. 그리고 뒤의 명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여야 하고요. 이 사이시옷 역시 변화하는 중이라 예외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명사도 아닌 ‘수’ 뒤에 연결되는 명사와의 관계에서 ‘ㅅ’을 적는 것은 현재의 질서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한 거예요. “수컷을 이루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며 접두사 ‘수-’ 다음에서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한다. 이때의 ‘수-’는 접두사이므로 뒷말과 붙여 쓴다.”
_‘숫양 vs *숫소’ 중에서
· “오후 2시에 유명하셨습니다.” 이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유명이라는 말은 이승과 저승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유(幽)’가 검은 세상 즉 저승을 가리키는 말이고요. ‘명(明)’이 밝은 세상 즉 이승을 가리키지요. 그러면 ‘유명을 달리하다’는 밝은 세상이 어둡게 되었다는 의미로 곧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 되는 거지요. 이 말은 ‘운명하다’처럼 ‘유명하다’라고 쓸 수 없어요. 이 단어 자체에 ‘죽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오후 2시에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처럼 ‘달리하다’라는 말이 붙어야 ‘운명하다’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_‘운명 vs 유명’ 중에서
‘만큼, 뿐, 만, 대로’의 띄어쓰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이전에는 온전했던 단어가 그 힘이 약화되면서 의존명사가 되었다가 조사가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되는 과정’이라는 말에 주목하세요. 이미 조사가 되었다면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들 중에는 조사도 있고 의존명사도 있어요. 동일한 ‘만큼, 뿐, 만, 대로’가 어떨 때는 의존명사이고 어떨 때는 조사로 쓰이니 어려울 수밖에요. 그렇다면 이들이 조사인지 의존명사인지는 어떻게 구분하지요? 단어는 혼자 쓰이지 않습니다. 이들이 무엇과 함께 있는가를 보면 구분하기 수월해져요. 조사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이나 부사, 어미의 뒤에 붙여 쓰입니다. 의존명사는 앞에 꾸미는 말이 오지요. 따라서 ‘만큼, 뿐, 만, 대로’ 앞에 동사나 형용사가 관형형 어미 ‘-ㄴ, -는, -ㄹ’을 가지고 있다면 뒤에 오는 의존명사는 띄어 써야 한답니다.
_ ‘단어가 결정하는 띄어쓰기’ 중에서
“전지현은 너무 예쁘다.” 이 예시는 잘못된 문장으로 다루어지던 것입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따지면 맞춤법에 틀리는 말이 없어요. 하지만 이 문장은 ‘너무’라는 단어가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비문으로 분류되었어요. ‘너무’는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말이어서 ‘예쁘다’라는 긍정적인 어감을 가진 말과는 호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지요. 마치 ‘결코’나 ‘별로’가 ‘예쁘다’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어지겠어요. ‘너무’가 ‘예쁘다, 좋다, 반갑다’ 등의 긍정적 어휘와 어울리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거든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냐고요? 원래 ‘너무’에 부정적 의미가 들어 있어서 부정적인 어휘와 호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그런데 오랜 시간에 걸쳐 ‘너무’가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 언어들과 만나기 시작한 거예요. 이런 변화는 주로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답니다. 그러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사용하게 되면 언어 정책자들이 대다수 언중의 말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결국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표준어와 맞춤법을 변화시키는 거지요.
_‘너무 좋다’ 중에서
‘골이따분한 성격’ 저는 이 개그를 보고 한참 웃었어요. 세상에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요. 이 개그가 재미있는 첫 번째 요소는 이 ‘골이따분’이 우리가 추출한 의미와 너무도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에요. ‘새롭지 않고 답답한 성격’은 우리의 머리를 따분하게 하잖아요. 맞춤법 얘기를 풀어 가고 있는 저로서는 문득 긴장하게 되었어요. 저도 누군가의 골을 따분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요. 이 개그의 두 번째 코드는 이 단어가 국어의 음운 현상과 관련된다는 점이에요. 먼저 ‘고리’는 ‘골이’와 발음이 같습니다. 앞서 우리는 연음법칙이라는 규칙을 배웠었지요. 음절 처음의 ‘ㅇ’은 빈자리이니 이를 채울 것인가 말 것인가가 혼동될 수 있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빈자리를 남기고 앞 음절에 받침을 남겨 두는 것은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고 했지요. 물론 이 개그를 만든 사람은 그걸 생각하지 못하였겠지만, 듣는 사람에게 ‘고리타분:골이따분’의 짝이 그럴듯하면서도 재미있게 보이는 비결에는 그도 몰랐던 이런 음운 현상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지요.
_‘골이따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