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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854529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10-21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_ 쉰의 나이, 나를 탐구하다
제1화 나는 촌놈이다
제2화 부모는 언제나 자식 편이어야 한다
제3화 길가의 들꽃에게도 배우라
제4화 문자를 세우지 마라
제5화 부처와 스승은 만나는 족족 죽여라
제6화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
제7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허둥지둥댈 것이다
제8화 수행은 업業을 짓는 일이다
제9화 아내는 하느님처럼 모셔라
제10화 넘치면 덜어내고 모자라면 채워주라
제11화 서로 대하기를 손님 모시듯 하라
제12화 방하 - 놓아라, 버려라, 떠나라
제13화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제14화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다
제15화 한 걸음만 더!
제16화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제17화 세상이 채찍으로 너의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리라
제18화 만물은 서로 돕는다
제19화 나는 어떻게 무상심법을 체득했나
제20화 꿈을 꿔도 좋을까
제21화 위험하지 않으면 학자가 아니다
제22화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제23화 바로 지금 죽을 것처럼 사랑하며 살자
제24화 당신은 어떤 마음에 점심하려는가
제25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제26화 나는 왜 존경하는 인물이 없는가
제27화 나는 진보좌파로 살기로 했다
제28화 나이 들수록 마음이 아니라 몸에 의지하라
제29화 공자가 죽어야 자식이 산다
제30화 죽고 사라짐을 두려워 마라
제31화 텍스트의 해체와 재해석 없이 진보와 진화는 없다
제32화 텍스트의 해체와 재해석이 곧 창조다
제33화 호흡 - 생명을 마시고 내뱉다
제34화 남이 나의 삶을 대신 살 수 있을까
제35화 물질과 정신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제36화 고독을 즐기되 고립은 피하라
제37화 끽다거 - 차나 한 잔 드시게
제38화 나는 매일 속세로 출가한다
제39화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라
제40화 나는 어디에, 또 무엇에 목숨을 걸 것인가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교 수행자들은 백골관을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사대와 오온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앙상한 뼈만 남는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생무상을 깨닫는다.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이다.
내가 살던 시골집 건너편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매일 그 위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아무런 관심과 의식도 없던 어린 시절, 나와 친구들은 공동묘지를 놀이터 삼아 뛰놀았다. 사대와 오온이 풍화되어 하얀 백골이 된 해골바가지는 막대 끝에 매달린 장난감이 되었다. 더러는 축구공이 되어 우리 발끝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어린 내게 죽음은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놀이나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백골관을 대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질풍노도라 불리는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으로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때였다. 백골관은 청소년기의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 죽으면 사대와 오온이 바람에 흩날려 사라져 버릴 것이 아닌가?” 하릴없이 산등성이나 강가에 앉아 인간과 자연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이 늘었다.
- ‘제4화 문자를 세우지 마라’ 중에서
어릴 때부터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나를 한동안 교회에 다니게 하고, 또 나름대로 성경을 열심히 읽고 기독교를 공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사람) 예수였다. 천지창조와 원죄, 성령 잉태와 같은 성경 내용에는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비록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음에도 신과 사회, 인간에 대해 처절하게 고뇌하며 방황하는 예수는 가슴 깊이 자리했다. 40일간 광야를 떠돌며 방황하고 사탄과 당당하게 맞서는 예수는 좌충우돌하는 청소년기의 내 모습이기도 했다. 더욱이 여호와의 성령이 깃든 성전에서 ‘그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상인들을 채찍으로 후려치고 사회적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모습에서 저항자·반항자 예수를 발견했다.
- ‘제7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허둥지둥댈 것이다’ 중에서
면접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연구자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학문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어떤 계기로 학문을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학문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일체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마치 면접은 ‘너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해묵은 관념을 주지시키고, ‘네가 감히 우리 대학을 넘봐’라는 식의 모욕과 굴욕을 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분’이 그런 식의 면접을 하는 동안 다른 교수들은 고개를 푹 떨구고 서류나 뒤적이며 아무런 이의제기나 항변도 하지 않았다. 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데 학과장이 급히 따라 나오더니 차비라며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화가 치밀어 양복 안주머니에 밀어 넣고는 얼마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이동하는데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탁발을 하고 있었다. ‘에랏! 더러운 돈, 좋은 일에나 쓰자’는 심정으로 스님이 들고 있는 보시함에 봉투를 넣었다.
- ‘제13화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