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606886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9-08-29
목차
1부
너의 주소는 부재중
하얀 사월이 검붉다
큰개불알꽃
물꽃
이것은 봄에만 가능한 일입니까
그 말을 하고도
고탄력 팬티스타킹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을을 만나기 전
풀
꽃
어머니
발
2부
그가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이드가든에서
영실이가
예쁜 귀
아무 일 없이 그냥
다시, 능소화
때
물박달나무
너를 기다린다
극한왕갈비치킨
물티슈와 땅콩캐러멜
여미리 수선화
주검
3부
꿈에 본 빛나는 것들
시 불알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
나만 흑백사진
도로 위에서 친구
해루질
생명 나무
날개
고갱과 단두대
돌아오는 길
녹색 연못
밥 생각은 없는데 팔베개
호수공원 청벚꽃이 울고 있었네
4부
왜 하필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보다
나오미
루손섬 바나웨
그 날
학교 가는 어린이가 웃었다
바타드 풍경
오지마을 흑돼지
길 위의 본톡
바나웨
행잉 코핀스
사가다 동굴
5부
여름에 얼어 죽다
길 위에서 밥
도마뱀과 바퀴벌레
이푸가오족 목공예
아위촌 촌장
한 마리 학이 거기 살았네
그 길
쉰셋, 나에게 묻는다
섬 속에 성을 쌓고 살았었네
콱
뜬금없이 다음 생
아낙
에필로그(epilogue)
*시작노트, 나의 시 창작세계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꽃
장맛비 내리는 날 나는 보았네
아스팔트 위 처절하게
떠내려가는 물꽃들
여름 날 풀물 든 밭 개망초 피듯
하얗게 튀어 오르는 물꽃
거친 바닥일수록
강렬하게 부딪치는 징소리
익사한 고기떼처럼
떠밀려 가는 풍장
때때로 자동차 바퀴에 물려
물보라를 일으켰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찢김이었네
콸콸 쏟아지는 빗줄기가 추락하듯
콱콱 자결하며 떠나는 꽃들이었네
총총히 떼 지어 피난 가는 송사리 떼 같았네
장맛비 그치니
그 꽃 사라져 볼 수가 없네
이것은 봄에만 가능한 일입니까
봄꽃이 진 나무 아래는 처연하다
붉은 꽃 피운 나무 밑은 낭자하고
하얀 꽃 피운 나무 밑에서는 곡소리 나고
노란 꽃 피운 나무 밑 땅 위에는 노란 리본 둥둥 떠다닌다
저마다 꽃 피워낸 봄을 보내는 마음이 아픈 거다
그 아픔 이겨내려고 허공을 키우는 거다
쓸쓸함 들키지 않으려고 잎 무성히 가리는 거다
해마다 사월은 그렇게 또 오고 간다
내 몸 불태워 찬란한 꽃 피우고도
기록하지 않은 기억이 사라지듯
잊힌 기억은 기억하지 못한다
줄 없는 공중에서
줄 없는 바다에서
널브러져 밟혀야 하는 이 기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슬퍼하는 일이란
서해 끄트머리 안개 속 빈 배와 같음을
웃으며 보내는 허상의 계절임을
도마뱀과 바퀴벌레
관 뚜껑 도마뱀 조각
죽은 자를 지켜주는 파충류
가는 곳곳마다
도마뱀은 애완용처럼 귀엽다
의자나 테이블 다리
식당 기둥 여기저기 새겨 놓았다
전통가옥에서 잘 때였다
바퀴벌레가 매트리스 위를 유유히 돌아다닌다
자연과 하나 된 모습이어서
현지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도마뱀 목걸이
목각 기념품 중 도마뱀만 눈에 띈다
자꾸 보니 귀엽고 예쁘다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콧대 높은 뱀
도마뱀이 많다는 건 공기가 맑다는 것
해충을 잡아먹는 청소기라니 사랑받아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