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이 언니

작가의 말

업이 언니

업이 언니

제 기억 속에서 가버리기 전에 저는 지금 업이 언니를 말해 두고 싶습니다. 왜 말을 해둬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불쑥 이웃집에 마실 오듯 응치 끝에 자꾸 매달려오는 업이 언니가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닙니다. 어쩌면 제가 언니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그녀는… 불행하게 살다간 그녀는 제가 꼭 말해야 할 내 마음 속 밀린 숙제 같은 것입니다. 이젠 그 숙제를 해야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어설픈 글재주밖에 없으므로 용기를 내어 어른이 읽는 동화 『업이 언니』를 씁니다.

(전라도 말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마을에서 통용된 구어체를 그냥 이 동화에 쓰겠습니다. 또한 역사의 비극이자 아픔이 박힌 일본어 역시 그대로 쓰겠습니다. 다시금 그 무서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다짐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에서 소통한 언어들을 쓰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며,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