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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60851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0-06-10
목차
시인의 말
1부 추락
다르지만 같은
추락
2020년 대한민국
멸치 살이
창문 하나 바꿔서
라면을 끓이며
메밀국수의 바램
이런 제기랄
박 씨의 꿈
놀이터가 심심하다
흘러야 한다
.
.
.
2부 숙제
나의 생존법
아! 옜날이여
불면과 숙면 사이
내가 길
.
.
.
3부 기억
마지막 용돈
풀에서 흙에서
새댁
.
.
.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르지만 같은
허기진 차가 들어선다
이제 막 여덟시가 지났는데
벌써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몇 번을 들락거려
겨우 차를 대고 나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바짝 올라붙은 뱃가죽
어둠을 밝히는 푸른 안광에
꼭 먹고 말겠다는 결기가 가득하다
승강기를 기다리는데
뱃속은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끼니를 걱정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와
밥벌이를 위해 세상과 맞서는 사람
무엇이 다른 것일까
닫혔던 승강기문이 열리고
짜장면냄새가 먼저 내린다
한 끼를 위해
어둠을 뒤지는 고양이
밥을 주문한 사람
밥을 배달한 사람.
*추락
기온이 추락했다
나뭇잎이 추락했다
덩달아 삶도 추락했다
추락하는 것이 어디 그뿐인가
반등할 기미조차 없는 불경기에
자영업자 소득은 곤두박질치고
판매부진 수주절벽에
직장도 문을 닫아
청춘을 바친 일자리도 추락했다
직업을 찾아 떠도는 사람들
혼밥 혼술은 일상이고
결혼율도 출산율도 동반 추락했다
추락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수강산을 제 멋대로 파헤치며
국민의 세금을 거덜 냈던 사람은
막장까지 떨어졌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움켜쥐고
국민을 농락하던 두 여인도
교도소에 들어앉았다
이렇게 온 나라가 추락했는데
차기 선거에만 집착하며
지지율 하락을 고심하는 정치는
저 많은 추락들을 어찌 곧추세울까.
*나의 생존법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추워서 죽겠다던 사람들
이젠, 더워 죽겠다는 말
입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배고파죽고 배불러죽고
아파죽고 웃겨죽고
이래죽고 저래죽다 보면
살아남을 사람은 누구
푹푹 삶아대는 삼복더위에
가로수도 축 늘어졌고
담 밑에 포도나무는
맺혔던 열매조차 떨궈버린다
아스팔트도 맥을 못 추고
물컹거리는 땡볕에
매미도 죽겠다 아우성이지만
난, 살기위해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