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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860893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0-11-01
목차
프롤로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오스만 제국 황제 슐레이만 그리고 커피
유럽으로 전파된 커피
비엔나 커피
커피, 산업혁명의 원동력
원두 구매, 보관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커피 음료의 종류
*커피와 사랑
커피처럼 뜨거운 사랑
커피처럼 진하고 강한 도전
커피처럼 쓴 기억
크로와상(Croissant)은 커피와
*커피와 여행
사랑이 담긴 커피잔
슐레이만과 록셀라나
커피와 함께한 사랑 그리고 결혼
록셀라나의 꿈
커피는 음악과 함께
커피와 여행: 세계의 박물관 이스탄불, 에페수스, 파묵칼레
황금 커피
지중해를 품은 안탈리아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사랑
터키, 고마운 나라, 형제의 나라
그리스 신화로 위기 탈출
행운의 숫자 10을 완성하다
눈꽃@터키
줄타나이트, 마술 같은 보석
*좋은 커피를 찾아
아름다운 친환경 국가 코스타리카
세계 최고 수준의 코스타리카 커피
SHB 등급
탄소중립(CO2 Neutral) 커피
태평양에서 본 석양
뿌라 비다(Pura Vida)
카푸치노(Cappuccino)
에스프레소(Espresso)
아레날 화산
평화의 커피
커피는 예술
아름다운 용서
눈꽃@코스타리카
지속 가능 커피와 유기농 커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커피
에필로그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스만 제국 황제 슐레이만 그리고 커피
커피를 한 모금 삼킨 슐레이만은 쓴맛 때문에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커피 맛이 왜 이리 쓴가…. 지금 비엔나를 포위하고 있지만,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몇 년 전에 헝가리를 정복했으니 조금 더 서북쪽에 위치한 합스부르크의 비엔나를 정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래야 판노니아 평원 전체를 차지하고 온 유럽을 점령하여 저들이 수 세기 전에 일으킨 십자군 전쟁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 텐데… 커피의 쓴맛 때문인지 생각에 집중할 수가 없구나.’
1529년 10월 14일, 합스부르크의 비엔나 성벽 밖 2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오스만 제국 황제의 게르 안, 슐레이만은 아버지 셀림 1세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새끼 양가죽 가방에 손을 뻗었다. 가볍고 부드러운 가방 안에 부착된 주머니에서 작고 예쁜 찻잔을 꺼낸 슐레이만은 이브라힘을 불렀다.
“이브라힘, 밖에 있는가? 잠시 들어오게.”
“술탄, 부르셨습니까?”
“이브라힘, 이 사람아, 우리끼리 있을 때는 존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가? 자네는 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내 여동생의 남편이니 가족이기도 해. 내가 황제로 있는 한 자네가 무슨 죄를 짓던 처형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슐레이만, 아, 여긴 군영이라서… 미안하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네. 밖에 때 아닌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는데, 비엔나를 포위하고 있는 우리 병사들이 추위를 이겨낼지 모르겠어.”
슐레이만이 작은 찻잔을 이브라힘 눈앞에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브라힘, 우선 커피를 다시 내오라고 지시해주겠는가? 이 잔에 마시고 싶군. 자네가 최고의 도자기 장인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후, 오래 전 내 생일에 선물해줬지. 이 잔에 커피를 마셔야 좋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네.”
*비엔나 커피
오스만 제국의 1차 비엔나 포위는 1529년, 2차 비엔나 포위는 1683년이었다.
두 번 모두 실패했는데, 이미 볶아 놓았던 커피 씨 또는 볶지 않은 커피 씨를 회군할 때 방치했고, 이를 비엔나 사람들이 발견했다. 비엔나 사람들은 1차와 2차를 거치면서 씨처럼 보이기도 하고 곡물 같기도 하며 특이한 냄새가 나는 원두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했다. 씹어도 보고 맷돌에 갈아도 보며 마시는 커피로 발전시켰다.
*유럽으로 전파된 커피
규칙적인 말의 움직임과는 달리 슐레이만의 생각과 상상은 불규칙적으로 다가오다가 희뿌연 눈보라 아래로 떨어지며 설원 멀리 사라졌고, 말이 내뿜는 허연 입김은 눈보라와 섞여 그의 시야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위대한 제국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었을 겁니다.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이지만, 제 상상도 곁들였음을 밝힙니다.”
2015년 9월 말, 동굴 형태로 아늑하고 포근한 호텔인 유낙 호텔(Yunak Evleri Cappadocia Cave Hotel)의 로비에 모여 있는 관광객들에게 가이드 한덕기가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을이었지만,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카파도키아의 밤은 제법 쌀쌀했다.
스무 명의 관광객과 가이드 한덕기는 카파도키아에서 예정되었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긴 후, 약 30분 전 로비에 모여 앉았다. 동굴 형태의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며 함께 여행 중인 일행들끼리 두런두런 정겨운 대화를 나눌 때 관광객 중 한 명이 한덕기에게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달라 요청했고, 이에 한덕기가 기꺼이 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