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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58731991
· 쪽수 : 104쪽
책 소개
목차
찌꺼기 벌레와의 인터뷰
진실
돌아보며
바퉁과 제커의 오후 수다
리뷰
책속에서
“찌꺼기 벌레들의 저주가 분명해!”
“고약한 찌꺼기 벌레들! 요력이 풀리지 않다니! 이 참에 우리가 놈들을 찾아가 끝장을 보자!”
분노한 요괴들이 찌꺼기 벌레들을 찾아내 추궁하려 했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찌꺼기 벌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턱이 없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과 콧물, 쉼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 온몸 여기저기 가렵지 않은 곳이 없는 피부.
요괴시 전체가 지금껏 없었던 유행병 때문에 큰 혼란에 빠졌다. 요괴 대부분이 병에 걸려 본 적이라고는 없었으니, 평생 처음 겪는 이상한 증상으로 커다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공포의 달빛 사건’ 때보다 더 큰 혼란과 두려움이 소용돌이쳤다.
“현대 요괴의 규율조차 지키지 않는 요괴들이 금지된 요력으로 다른 요괴를 해치다니!”
“이놈들을 찾아내 아예 씨를 말려야 해!”
요괴시 시장이자 전기 요괴인 쾅쾅벼락이 공원을 봉쇄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소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 찌꺼기 벌레들은 이미 공원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어디 가서 찾아낼 방법도 없었다.
찌꺼기 벌레에 대한 원망과 비방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고, 신문 지면도 이와 비슷한 기사로 가득 채워졌다. 요괴 신문사의 <요괴 신문>은 요괴 시민들의 냉정을 호소하면서 다른 신문사에 병이 퍼지는 원인을 함께 파헤치자고 제안했지만, 어떤 신문사도 응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이야. 처음부터 조사의 방향이 틀렸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바퉁이 내린 결론이었다.
“방향이 틀렸다고? 무슨 말이야?”
루이쉐가 기분 나빠 하며 날카롭게 되물었다.
“할 수 없지. 할머니를 귀찮게 하는 수밖에.”
“할머니?”
제커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응. 굉장히 자상한 할머니가 계셔.”
바퉁이 주문을 외자마자 공중에 커다란 거품이 천천히 생겨나더니 그 거품 속에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늙고 늙고 늙은 할머니 요괴가 나타났다. 요괴 신문사 사장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거품이 터지는 순간, 할머니가 눈을 떴다.
“으음. 아이고! 이게 누구야? 내 생명의 은인인 바퉁 아니냐?”
할머니가 호호 웃었다.
“그때 바퉁 네 덕분에 난 또다시 많은 날을 잘 보내고 있지.”
“뭘 그런 일로!”
반갑게 대답한 바퉁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언어 천재 할머니, 그동안의 얘기는 나중에 하고요. 지금 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무슨 급한 일? 내가 단팥탕 끓여 주마. 예전에 네가 가장 좋아했던 게 내 단팥탕이었잖아.”
“아니, 괜찮아요!”
바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 단팥탕이야 당연히 먹고 싶죠. 하지만 이번에는 딴 일이에요. 할머니, 통역 좀 부탁
드리려고요.”
“이번 사건에서 당신네 요괴족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 기회조차 안 줬다고 생각해요.”
“흑, 흑흑…….”
그러자 만차 선생이 느닷없이 울음을 터트렸다.
“저기……. 괜찮으세요?”
바퉁은 자신이 뭘 또 실수했는지 당황스러웠다.
“백만 년 동안 당신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공손히 우리에게 말을 건 요괴는요!”
이 말에 바퉁은 코끝이 찡해지면서 왠지 서글펐다.
“당신들이 짙푸른 공원에서 했던 건 무슨 활동입니까?”
만차 선생의 격해진 감정이 찬찬히 수그러들자 바퉁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린 바이러스를 퍼뜨린 게 아니라 그곳에서 봄날의 제사를 지내려고 했던 겁니다.”
만차 선생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 나갔다.
“첫 번째 꽃송이가 터지기 전에 우린 모든 준비를 끝내고자 했어요.”
짙푸른 공원에는 '타카'라고 부르는 독특한 품종의 나무 덩굴이 있다고 했다. 이 식물은 평소에 노란 꽃을 피우지만, 1314년마다 한 번씩 눈에 띄지 않는 초록 꽃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타카 나무 덩굴의 초록 꽃은 지금 시기에 일제히 활짝 핍니다. 우리 까르랑 요괴만이 그 꽃송이를 알아볼 수 있지요. 우린 초록 꽃송이가 뿜어내는 냄새를 너무 좋아해 초록 꽃이 필 때마다 모여서 특별한 제사 의식을 지냅니다.
우리는 지금껏 전해 내려온 풍속에 따라 한 달 내내 쏟아지는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고 기도한 뒤 꽃을 먹어 치우는 거랍니다. 우리에게 타카 나무 덩굴의 초록 꽃보다 맛있는 건 이 세상에 없어요! 다만, 그 꽃을 먹고 나면 우리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이 제사 의식은 우리 까르랑 요괴족에게 평생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의식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어요. 휴!”
여기까지 말하고는 만차 선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