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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0018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12월/문맹 탈출기/물물교환/복날/본전 생각/부유물/블랙박스/소아마비/순수성/스캔들/여름밤의 불청객/오일장 풍경/할머니 뵈러 간다/옥탑방
제2부
이심전심/외식/이웃사촌이란 옛말/자화상/재테크/주님의 말씀/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집안일 돕는다/책 읽는 사람/세태 혹은 세대/팔은 안으로 굽는다/폭풍 웃음/애창곡/구둣방
제3부
로봇/콩나물시루/대장정에 오르다/개명/다이어트/독립/메뉴/맞벌이/무한 사랑/남녘의 겨울/집시들/용접공/그래도 해는 뜬다/갑과 을
제4부
아픈 손가락/가장의 자리/각혈/맏이/이상한 고향/내 유년의 뜨락/보릿고개/서울도 평양도 울었다/부부
/대동여지도/업보/로드킬/모멸감
해설|일상의 기록과 마음의 거처 / 조동범(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외식
갈 곳도 없는 주말 오후
버스를 내려 고기 굽는 냄새 진동하는 식당가 골목 걸어 집에 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이들 갈빗집 환풍기가 훅훅 내뿜는 고소한 향기에 취한 탓일까 번갈아가며 식당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탄재 들고 나온 주인집 여자가 손에 든 연탄집게로 때릴 듯이 저리 가! 저리 가! 아이들 내쫓는다
그날 저녁 아이들 불렀다
너희들 아빠도 없는 거지새끼냐!
식당 앞에서 껄떡거리게 응!
또다시 얼쩡대는 거, 눈에 띄면
그때는 진짜 혼날 줄 알아!
숙제는 다 했어?
그럼 가서 씻고 일찍 자!
호통을 쳤다
월급날은 아직 멀었는데
그렇다고 자주 들락거리는 단골 식당이 있나,
하는 수 없이
회사에 몸뚱이 맡기고 가불을 했다
얘들아,
아빠 퇴근하거든 갈비 뜯으러 가자
이상한 고향
지도에도 없는 그곳 찾아가는데 한나절 걸렸다
그곳에 쌓인 것들,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기억 속에서 깡그리, 깡그리 다 지워버리고 싶었다
집에서 얼라 낳다 혼절한 채 세상 뜬 산모 영혼이
새벽녘까지 동네 휘젓고 돌아다니며
아가야, 아가야 흐느껴 울던 그곳
뒷산 차디찬 땅속에 여편네 묻고 돌아서던 사내
눈앞에 현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묏등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가난이 죄여, 가난이 죄여
우렛소리로 꺼이꺼이 울던 그곳
해가 지면 어른이든 아이든 바깥출입 꺼리던 그곳
한사람 겨우 지나다니는 골목 지나갈 때
사립문 앞에 미라처럼 넋 놓고 앉은 노파에게
마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물어보면
이제는 눈도 귀도 슬어, 동문서답(東問西答)하는 그곳
평생 흙에 기대어 살다 그마저 힘에 겨운 촌부들
정부보조금으로 근근이 연명(延命)하는 그곳
잊어버리기 위해 한 병이 두 병, 두 병이 세 병
고주망태 되도록 퍼마시고 깨면
또다시 아스라이 그리운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