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빛의 뿌리

빛의 뿌리

이채민 (지은이)
  |  
미네르바(지성의상상)
2016-10-10
  |  
9,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인터파크 로딩중
11st 로딩중
G마켓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빛의 뿌리

책 정보

· 제목 : 빛의 뿌리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2838
· 쪽수 : 132쪽

책 소개

제2회 '서정주 문학상' 수상 시집. 이 책은 2004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한 이래 자기만의 속도와 치열성으로 시작 활동을 계속해 온 이채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고래의 잠 13
소식 14
잠깐, 당신을 빌릴 수만 있다면 16
별 그대 18
리골레토 20
호텔, 아그니 22
이별에 대한 예의 24
마흔아홉은 선물 26
너도부추꽃 27
백석에게 28
아를의 노란 집 30
멍청한 여인의 조소 32
겨울 수목원 34
로사의 푸른 장미 36
모르포나비, 자유에 갇히다 38
사막의 엽서 40

제2부

거짓말을 조금 했을 뿐 43
나팔꽃보다 빠르게 담장을 기어오르는
두 마리 달팽이 44
아무것도 아닌 것들과의 작별 46
뒤바뀐 몸값 48
영웅의 다리 50
착각은 잠시 아름다웠어 52
뼈의 신음 1 54
뼈의 신음 2 55
가짜 56
그늘이 키우는 집 58
비너스 날아오르다 60
우는 집 62
겨울 강 63
새야 64
등꽃은 피지 않았다 66
대관령 68

제3부

귀는 슬픔 쪽으로 기울어진다 71
안면도 1 72
안면도 2 74
안면도 3 75
팽목항의 장미 76
묵향 77
다시, 사나사 1 78
다시, 사나사 2 80
다시, 사나사 3 82
다시, 사나사 4 84
애순이의 방 85
그대가 꽃인 이유 86
산빛이 붉어지면 87
광주 88
미련한 사랑 90
함께 사는 방식 92

제4부

엄마야, 동강할미꽃으로 다시 피어라 95
빛의 뿌리 96
구절초 98
배후 100
아버지의 방 1 102
아버지의 방 2 103
아버지의 방 3 104
바벨의 봄 1 105
바벨의 봄 2 106
패랭이의 눈물 108
기일 110
연蓮 111
후회 112
풀잎 전언 113
어떤 문상 114
입동立冬 116

해설
투명한 어둠의 꽃 117_전소영(문학평론가)

책속에서

투명한 어둠의 꽃

1.
“추억은 망각의 부정이 아니다. 추억은 망각의 한 형태다.”라고 한 밀란 쿤데라의 단언에 일순 항변하고 싶어지는 것은 이 손에 쥐어진 한 줌 추억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추억이라 발음하며 과거를 서둘러 과거 속에 붙들어 매놓고 얼마나 안전한 기분이 되었던가. 가둬진 것이 차갑고 아린 기억일수록 말이다. 그렇다면 또한, 그 같은 과거를 추억으로 박제시키지 않으려는 시도는 얼마나 고된 일인가.
이제 마주할 이채민의 시집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우리는 여기에서 발견한다. 흡사 튀어나온 기억에 마음 자락이라도 걸린 것처럼 시(인)는 지나간 시간을 자꾸만 재생한다. 닫힌 과거의 장면에 창을 내고, 그 순간의 자신까지 밖의 자리에서 낯설게 들여다보는 풍경을 떠올려도 되겠다. 시가 어떤 기억으로의 진입로가 된 방법과 연유 역시 간과할 수 없다면, 처음의 문장에 이렇게 덧대어도 좋을 것이다. ‘추억은 망각의 한 형태다. 그래서 추억일 리 없는 시만이 망각을 넘어선다.’

2.
자기애를 제외한다면, 내가 나라는 경계 밖에 존재하는 누군가에게 친밀함을 가지는 일이 사랑의 시작일 것이다. 하여 사랑은 때로 나와 같을 수 없는 타자의 낯섦을 승인하거나 그것에 끝내 실패하는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된다.
그러다 지극히 가까운 가족이 타자화되는 순간, 말하자면 덜컥 곁에서 떠나거나 낯모를 존재로 멀어져 버리면 나는 그제야 가족이야말로 섬세한 고려가 필요했던 타자임을 아프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을미년 초하룻날
순천향병원 응급실에 들어간
울 엄마 허리, 여직 펴지지 않고 있다
홀로, 혹한을 건너는
물기 마른 그녀의 생에 엎드려
발목까지 내려오는 졸음에 기울다 온다
호흡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우중충한 풍경을 굽고 있는
내 병病이 더 깊다
-「엄마야, 동강할미꽃으로 다시 피어라」 부분

부모란 더없이 가까운 타자이다. 이 시에서는 생래적으로 친숙한 그 존재가, 낯모를 존재로 도래하는 슬픈 순간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대개 그 순간은 상실이라는 계기로 열리는데, 내가 어디에 있건 닿으리라 여겼던 부모의 존재가 생이 끝나기 전까지 넘어갈 수 없는 선 바깥으로 물러선다는 사실이 부모와 나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셈할 수도 건널 수도 없는 간격의 바깥에서,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해가 시작된다. 이채민 시인의 시는 이처럼, 사랑하는 존재들의 공허와 상실감을 ‘나’의 공허와 상실감이 알아차리는 순간에 점화된다.

3.
이제, 꽃들이 박수를 칩니다

검붉은 염통까지 들어와서 박수를 칩니다

깜깜한 밤에도

찐득한 죽음과 범벅이 되어

꽃은, 피고 또 피어댑니다
-「구절초」 부분

누군가의 부재 후, “내 죄를 흔들어”대는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은 놀라운 진술이 아니다. ‘꽃’이 시인의 감정과 느낌, 희구를 발설하는 가장 돌올한 감각적 매개라는 것?해서 종종 잊히지 않는 존재들, 시인 자신이거나 사랑하는 존재의 직접적 은유로도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 더욱이 시집의 미학이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번져가는 꽃’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애틋하게 담보한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어버린 ‘나’는 고통의 기억과 강도를 좌표 삼아 타자의 고통을 향해 가장 진실하게 또한 겸손하게 나아간다.

4.
상흔이라면 가려두는 것이 마주하는 것보다 편안하겠으나, 그것을 기어이 두고 보려는 자만 헤아릴 수 있는 진실도 있는 것이다. 이채민 시인의 시들에 따르면 그것은 무지無地와 기지旣知의 틈에 주로 머무르는, 놓쳐버린 것들과 놓치면 안 되는 것들의 존재이다.

여름이 지나고
냉장고에서 세탁기에서 책상 위에서 찻잔에서
엄마는 꽃잎처럼 사뿐히 날아와 이것들과 나를 다듬는다
한곳을 응시하다 틀어진 척추뼈를 만져주고
바람의 발톱에 쓰러진 어느 날도 잘 일으켜 세운다
죽은 자의 눈동자에 빛의 뿌리가 있음을
그해, 여름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빛의 뿌리」 부분

과거를 ‘닫힌 그날’로 만들지 않는 시(인)의 노고를 가늠하게 하는 시를 옮겼다. 어머니를 이 생에서 떠나보내는 과정이 재생된다. 빗장을 걸어 비밀로 남겨두어도 될 기억의 아픈 복기이다. 다만 뼈아픈 기억의 재현이 아니라 빛나는 기억으로의 재구축이다. 이 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생생해진 죽음이 삶을 삶답게 견인하는 지점이다. 이 삶eros과 죽음thanatos의 은밀한 내통과 비의를 이채민 시인은 시집 속 시들에 자주 유려하게 접어 넣는다. 이와 같은 의지로 ‘나’의 사적이고 은밀한 기억과 통증은 내 안에 마냥 고여 있는 대신, 바람만은 닿을 수 있는 세상의 구석들을 향해 한없이 투명해진 어둠처럼 방생된다.

5.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감당한다거나 해결해주겠다는 무리한 약속의 증표 대신, 시의 ‘나’는 기꺼이 상처를 내보이며 당신도 그것을 가졌음을 알아차리는 것, 우리 모두가 여린 존재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와 같은 다짐이 타인의 아픔이 감지되는 곳마다 사뿐히 내려앉아 시화詩化한다. 떠났으되 잊히면 안 될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이 추억이라는 시든 말로부터 생생해진다.
그리하여 이채민 시인의 이 시집은 詩이자 寺이고 言이다. 상처를 지닌 이가 드나들 수있는 열린 장소(寺)이면서 상처에 대해 함부로 발설하지 않으려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말(言)들의 군락. 여기 머무른 채로 우리는 세월의 해파에도 휩쓸리지 않은 상흔을, 두려움도 모르는 꽃처럼 아득한 망각에서 피워 올리고 오래,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