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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3972
· 쪽수 : 11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시작(詩作) 13 거미 14 바람개비 15 분실물 16 무릎 18 맨드라미 19 투명 방음벽 20 할미꽃 22 여름장사 23 잔설에게 답장하다 24 오솔길 26 DMZ 철조망에서 27 산마루에 걸터앉아 28 봄은 더디게 30 유언 31 기다림 32
제2부
비의 독서 35 응시(凝視) 36 풍금 소리 38 상강(霜降) 39 당신께 남기고 온 색 40 가장(家長) 42 어떤 풍경 43 일출 44 목력꽃 1 46 목련꽃 2 47 가을비 48
봄 50 벼락 맞은 갈참나무 51 당신이 떠오를 때 52 눈이 시리다 53 된장국 냄새 54
제3부
회한 57 한식(寒食) 58 두꺼운 말씀 59 굴뚝 연기 60 연꽃 축제 62 눈꽃나무 63 현등사에 다녀와서 64 장마의 댓글 65 유채꽃의 말 66 백일홍 선생님 68 문 69 물결은 잔잔했다 70 여름의 집 72 겨울 솟대 73 흔들림에 대하여 74 사진 전시회 76
제4부
신문의 결근 사유서 79 열변 80 봄비에게 말하다 82 고난도 수학문제 83 여름살이 84 내비게이션 86 꽃다발의 힘줄 87 갓김치 88 바닥이 쿵, 하고 말하다 90 노을 91 말[言]이 춤추는 주막에서 92 벚꽃 축제 94 방생 95 당신의 색 96
어머니의 집 98 수묵화를 그리다 100
해설 | 가깝고도 먼‘세계’의 말들 101
고영(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는 돌아섰다고 믿었는데
중심만 잡으면 세상 앞에 부끄러울 것 없다고 배웠는데
심장을 관통한 못 하나에 꿈쩍 못하고
사정없이 돌고 또 돌았다
다시는 돌지 않겠다고 맹세도 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
녹슨 못에 기대고 있는 나를 보았다
-「바람개비」 중에서
어딘가를 잘못 디딘 표정들
둥근 무릎이 검정봉다리에 매달려 오고
그 뒤로 발자국 하나가 떨어져 걸어온다
때로 늙은 무릎은 빛나기도 하여서
세상의 무릎들을 비추고 또 비춘다
-「무릎」 중에서
하늘이 산에게, 골짜기가 강에게 보낸
부드럽고 차가운 언어를 모릅니다
나에게 보낸 것 같은 저 곱고 눈부신 문장을
한 행도 한 낱말도 읽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다가가 상처가 되었던 제 귀를 씻어야겠습니다
거품처럼 부풀어 오른 말을 이제라도 경청해야겠습니다
얼음처럼 투명한 문자들을 골라
두 눈 가득 담아와 밤새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당신에게 보낼 언어들이 천천히 녹을라치면
계곡을 떠돌던 바람도 봉투에 담아 같이 보내겠습니다
겨우내 당신이 남겼던 말이 되살아날 무렵
답장은 기역으로 니은으로 혹은 이응으로 스르르 가고 있겠지요
발밑까지 날아갈 테지요
기다리지 않을게요
다만,
이 골짜기가 파랗게 살아나면 당신에게 당도했을 거라 믿겠습니다
-「잔설에게 답장하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