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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4818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0-08-12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 13
속이 안 보이는 금요일 • 14
알바트로스 • 16
사문진 일몰 • 17
당신 참 시다, 詩다 • 18
아카시아 • 20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 21
먼 곳부터 그리워지는 안부처럼 • 22
목련 • 24
애기단풍 • 25
까치집 • 26
섬 • 28
하모니카 • 29
뒤 • 30
백목련 • 32
제2부
미안한 마음 • 35
편치 않은 편지 • 36
비익조(比翼鳥) • 38
안부 • 40
은행 • 41
이 먼 곳까지 오시다니요 • 42
훨훨 • 44
바닷물보다 눈물이 더 많다 • 46
희랑대 • 47
울적이라 쓰고 울컥이라 읽었다 • 48
바람에도 묶이지 않는 새가 되어 • 50
어제보다 덜 해요 • 52
물의 마을 • 53
스님의 주례사 • 54
절벽이 날다 • 56
제3부
그늘 • 59
마음의 경전 • 60
벼랑 • 62
병(甁) 속의 방 • 64
개안타 • 66
왜 하필 백 살이에요 • 67
침묵은 금이 간다 • 68
낮달 • 70
안개 • 71
돌탑 • 72
지워지지 않는 그림 • 74
노을 • 76
아주 잠깐 • 77
얼레지야 • 78
이만 총총 • 80
제4부
줄장미 • 83
대숲 길에서 • 84
산수유 • 86
사월 • 87
새 • 88
입 • 90
귀뚜라미 • 91
칸나 • 92
수화물을 찾으며 • 94
다솔사 • 95
눈물이 왜 별처럼 반짝이는지 • 96
오늘이라는 기척 • 98
별리 • 99
민들레 • 100
주문 • 102
해설 | 은유의 언어학과 사물의 인간학적 존재론 • 103
진순애(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높낮이 다른 책들 키순으로 정리했더니 책장에서 파도 소리 가 들린다 둥둥 떠다니는 달을 건졌는데 활어였다 성대가 없 는 활어의 이야기는 유효기간이 없다 내 활활 죽고 나면 지느러미 꽁꽁 묶여 횟집 저울추처럼 파들거릴 활어
움푹 패인 곳에서 건져 올린 물미역 같은 가름끈 옮겨가며 읽은 책 또 펼쳐 읽는다 당신을 읽는데 내가 젖는다 갈매기 깃 털 닮은 책갈피가 할딱이는 해변, 난독의 해안선 한 권을 온전히 읽지 못하겠다 뭉툭한 눈이 밟은 염분 탓이다
비린 해초가 더듬더듬 코끝에 매달리는 시간이다 높고 낮음 이 없는 저 수평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건 흰 구름, 그의 몫 이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책장」 전문
가만히 아팠다 희끗희끗 나부끼는 아픔은 희끗희끗 견디면 된다는 걸 술렁이는 그늘에 들면서 알았다, 앓았다
엇박자로 날리는 눈발처럼 그렁그렁한 눈인사 속속들이 앓는중 아닐까 도원에는 가시에 젖은 지느러미가 있어 버둥거리면서도 찔끔찔끔 잘 산다는 걸 알았을까, 앓았을까
이불도 걷어차며 잠이 드는 한 채의 병이 제 집이란 걸, 날 밝으면 도로 숨어버리는 그늘도 있다는 걸 자잘한 꽃 씹으며 알았다, 앓았다
오래된 고통은 아름답다던 말, 아카시아 그늘이 거짓말처럼 다디달다는 걸 알았다, 앓았다
-「아카시아」 전문
주차해둔 차를 누가 들이받았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보니
뒤는 뒤를 잘 알아보지 못하고
햇살의 뒤꿈치만 창백하다
언제였던가
당신과 헤어진 뒤 건널목에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 자리에서 내 뒤를 지켜보던 눈빛
당신이 내 뒤를 보는지
내 뒤가 당신을 보는지
서늘한 뒤편을, 바람이 툭 치던 때
짠한 것들은 왜 뒤로 오는지
앞이 될 수 없는 뒤가 새삼 만져질 때가 있다
-「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