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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4894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0-10-14
책 소개
목차
제1부
집 속의 집 • 13
혼자 울지 마라 • 14
가슴에 가득 차서 말이 되었다 • 16
무색(無色) • 18
황벽나무 • 19
떼 • 22
은행나무 • 24
십일월 • 26
아침 • 27
해바라기 • 28
반려목 • 30
공중 수도원 • 31
구월 • 34
제2부
모른 체하기 • 37
포란의 시(詩) • 38
갈골 과원(果園) • 40
라벨의 볼레로를 듣는다 • 42
접목 • 44
증명사진 • 45
개의 임종 • 46
아무도 죽지 않은 가을날 • 48
중복 • 50
생강나무 꽃 • 52
쏙닥쏙닥 • 53
참새들 • 54
식은 눈 • 56
사마귀 • 58
서정시인 • 60
제3부
청산 백산 • 63
나비와 오수 • 64
새벽 눈 • 65
저녁 1 • 66
저녁 2 • 67
목단 • 68
농부 • 70
닮고 싶은 사람 • 71
늙은 오리의 숲 • 74
사과 익을 무렵 • 75
장착 • 76
돌배나무 • 78
심봉사 사과 • 80
적막한 길 • 81
꽃을 보고 열매를 헤아리는 농부처럼 • 82
말뚝 성전 • 84
제4부
소요유 • 87
처음 보는 꽃 • 88
섬 • 90
산정묘지 • 91
K화백의 유작展 • 92
나침반 • 94
봄 • 95
성북역 • 96
멍석딸기 • 98
형제여, • 99
한련화 • 100
배 • 102
눈 오는 날 메주콩을 삶다 • 103
개미 • 104
해설
차경(差境)의 시학 • 박동억(문학평론가) • 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 시인의 산문
골짜기 안에 들어앉은 집에서 바라보면
휘어진 길 한 토막이 누워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났다
머리도 꼬리도 없는
파충의 등에 올라타 사라지는 풍경들
고등어 한 토막, 새 한 토막, 사랑 한 토막,
눈먼 날이 업고 다닌 눈먼 날들
애통할 것 없다
전봇대에서 처마로 이어진 전화선 위에 노랑지빠귀 꼬랑지 깃털을 흔들며 지저귄다 그것이 아주 가까운 거리여서 나는 이놈이 반가워 노래 부르는 줄 알고 봄날 아침의 평화를 읊조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새는 뒤쪽의 전봇대 꼭대기로 날아가 더 맑은 목소리로 지저귀며 눈을 떼지 않는다 내가 돌아서자 새는 쏜살같이 집 속의 집으로 스며든다
나는 얼마나 단단하고 나쁜 가장이란 폭력인가
― 「집 속의 집」 전문
하고 싶은 독백은 이것이 아니었는지
나보다 늙어버린 빈집 속에 기울어
허공이나 먼 하늘 따위 바라보지 않는
백태 낀 눈동자 눈곱 비벼내며
지나온 것이나 돌아갈 것이나
아득한 툇마루 잠깐 비껴가는 햇살
아니면 햇살이 비춘 그림자 같은 것
그을음 묻은 처마에 흙집 한 채
유유히 버려두고 종적 감춘 제비는
기억을 어디에 떠맡겨 유전하나
개 한 마리 양지에 묻고
싹틔우는 곳간 씨감자는 잊으라
어느 시간이 허문 제비집
서까래 폐기와 사이로 흰 감자꽃
한번은 피리라 삐걱이는 평상
발등에 얹은 미루나무 고목아
나 죽거든 가지에 새 앉히지 마라
죽은 나무엔 새가 없다
― 「반려목」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