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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013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함박눈 • 13
너 없으면 • 14
청보리의 힘 • 16
상사화처럼 • 17
누에의 꿈 • 18
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 • 20
해질녘 • 22
향학 • 24
웃음소리 • 25
붕어빵 • 26
안동포 • 28
토닥토닥 • 29
먼 산을 남겨두고 • 30
개구리 떼 울음소리 • 32
달빛이 머무는 자리 • 34
반성 • 36
제2부
배웅 • 39
바람의 귀 • 40
까치집에 불 켜고 • 41
무명저고리 매듭단추 • 42
사무치는 이유 • 44
복사꽃 흩날린다 • 45
그날의 빗소리 • 46
은파 • 48
눈밭에 떨어진 동백꽃 • 49
모자 • 50
카피바라 • 52
슬픈 졸업식 • 53
삽 • 54
입춘 이후 • 56
하루살이 • 57
즐거운 추억 • 58
제3부
초월에 가서 • 61
그믐달 • 62
광야의 별 • 63
유일한 기쁨 • 64
숲속의 새들 • 66
0번 버스 • 67
내일 또 내일 • 68
까만 열매 • 69
돼지두루치기 • 70
풍등 • 72
헌신 • 73
내 마음의 별빛 • 74
가을 순리 • 75
병산서원 자귀나무 그림자 • 76
춘정 • 78
해맞이 • 79
아주 귀한 진주처럼 • 80
제4부
물자라의 사랑 • 83
연필로 쓴 시 • 84
방년 • 86
모과 • 87
한발(旱魃) • 88
치과에 가서 • 90
마트료시카 목각인형 • 91
벌초 • 92
헬레나벌새처럼 • 94
사람 향기 • 95
박주가리 박토 • 96
흙 한 줌 • 98
곶감 • 100
물이 이끄는 대로 • 101
학동 몽돌 • 102
받아쓴 시 • 104
해설
김정배(문학평론가·원광대 교수) • 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제는 산골에 들어가
외딴집 낙숫물 소리에 이끌려
너에게 편지 썼는데
그 빗소리 그치고 나면
휘휘해서 어쩌지
어제는 대숲 그늘에서
대숲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따라
너에게 편지 썼는데
그 바람 소리 그치고 나면
그리워서 어쩌지
오늘은 달빛 아래서
달빛에 반짝이는 귀뚜라미 소리에 이끌려
너에게 편지 쓰는데
그 귀뚜라미 소리 그치고 나면
적막해서 어쩌지
이제 아득히 눈이 내리고
모든 것들이 흔적도 없이 묻히는데
아무리 너를 불러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사무쳐서 어쩌지
― 「너 없으면」 전문
일부러 돌아오는 해질녘 듣는
새소리 같은 것
풀벌레 소리 같은 것
어느새 붉어진 단풍들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는 편지처럼
노을빛에 흩날린다
하루하루 짧아진 해가
아득히 먼 길을 재촉하는
풀벌레 울음을 안아 들고
서쪽으로 사라진다
적막하다, 적막하다,
새들은 울면서 서쪽으로 날아가고
어두워오는 하늘을 향해
홀로 외치는,
일부러 돌아오는 해질녘 듣는
물소리 같은 것
바람 소리 같은 것
기울어져 가는 석양빛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짚어가는
내 발걸음을 앞서간다
― 「해질녘」 전문
기울어져 가는 양철지붕에서
너와 같이 피하던
그날의 빗소리 들리지
넌 멀리 떠났지만
난 아직도 그 양철지붕을
후드득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어
네가 없는 텅 빈 자리를
가득 채우는
빗소리는 세상을 적시고
흘러내린 눈물처럼
비에 젖어 늘어진 큰 오동잎이
내 가슴에 떨어지고 있어
기울어져 가는 양철지붕에서
너와 같이 피하던
그날의 빗소리 들리지
넌 멀리 떠났지만
난 아직도 그 양철지붕을
후드득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어
― 「그날의 빗소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