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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119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3-09-22
책 소개
목차
제1부
참나를 찾아 13/난타나꽃 14/심우(尋牛) 16/눈 오는 날 18/윤이월(閏二月) 지나 20/내 안의 부처 21/동백꽃전(傳) 22/미치다 24/생폴 드 방스 26/백일장 27/꿈을 꾸다 28/대입법(代入法) 30/무상(無常)에 이르는 32/수박 33/제비꽃 34
제2부
응축 37/잼이 익어가는 시간 38/임플란트 40/솔방울 42/고양이 인사법 44/꽃님이 46/팬데믹 48/꿈꾼 적 없는 50/시모니 성당 52/단풍 55/뼈 사람 56/슬리퍼 한 짝 58/부채 60/무궁화 62
제3부
불면 65/TV 옮기기 66/어른아이 68/붉은 십자가 70/주상절리 72/소금 73/이사하기 74/등, 사라지다 76/갓밝이 무렵 78/만선(滿船) 79/유례없이 80/촌집 82/홍수 84/기도 86
제4부
몽돌 89/중력 90/모나미 볼펜 92/네거리 신호등 94/몽돌의 노래 95/아버지 96/이국만리 마실 가듯 98/자목련 100/비 오는 밤 102/굳이 사랑! 104/몽골의 밤 105/데자뷰 106/꽃밥 108
해설 최광임(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육문(六門) 혹은 그 밖에서
아우성치던 나,
가아(假我)
오래전
이미 나는 나였고
그냥 쭉 나 아닐 때도
나이다
— 「참나를 찾아」 전문
겨울나무들, 전원이 참석한다
심장에서 가장 먼 말초신경을 끌어와
부푼 먹물의 마개를 열면
가는 촉에서 번져 나오는 잉크 방울들
허공은 벌써부터 구겨진 파지로 난장이다
시간이 흐르고 일몰 전의 마감을 엄수한다
교정을 마친 수많은 이야기들이
물 찬 제비처럼 말쑥하게 하늘을 가득 채우고
가끔은 새들도 신이 나서
갈지자로 산지사방 낙서를 해댄다
해 지면 잉크빛 글들 다 지워질라,
칼바람 한바탕 불어올 때
수북이 쌓인 파지들 수수수 지고
눈 시리게 빛나는 글짓기 한마당,
겨울 하늘은 스토리텔링으로 풍성해졌지
호수의 한가운데처럼 푸르고 깊어서
겨우내 고비사막 같은,
목마른 시간을 건너가리라
— 「백일장」 전문
시멘트 블록 틈을 비집고
제비꽃 한 줌 함뿍 벙글어 생글거린다
저 제비꽃 식구들, 처음부터 땅딱지는 아니었겠지
복잡한 시절인연을 감안해 많은 꽃대를 밀어 올린 거다
서둘러 신방(新房)을 차리느라 따지고 말 겨를이 없었겠다
조롱조롱 다둥이들 태어나서
마당도 없는 비좁은 집이 시끌벅적하다
비빔밥처럼 왁자한 햇살이 또 봄을 주르르 꿰는 동안
옆집 제비꽃 어멈이
곧 해산할 기미를 보이며 묻는다
여보세요, 키 큰 양반
요즘 그곳에선
거국적으로 저출산(低出産)이
대유행이라면서요?
입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않은 내 대답은
(안 결혼, 안 출산이 대유행이라네요!)
— 「제비꽃」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