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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201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3-10-31
책 소개
목차
제1부
그리움 13/길을 가다 문득 14/통증 한 장 16/인대가 파열되었다 17/벽 너머 방으로 가고 싶다 18/풍경 20/얼룩을 뽑고 있다 21/산딸기 한 움큼 22/새벽 강으로 가는 24/모래 26/슬픔을 패스하는 아스팔트 27/고라니가 로드킬 당했다 28/너를 만나 행복한 산더덕꽃 30/어둠이 내리면 31/소가 되다 32/혹, 우리들의 사랑도 34
제2부
불면 37/꽃 떨어진다 38/풍경 2 40/복사기 앞에 서서 41/3초간 42/수몰지구로 간 김 씨 44/매미 소리 45/너 핫도그여 46/맨홀 뚜껑을 열며 48/여명 49/이런 노래를 꿈꾸며 50/슬픔이 녹다 52/출근길 53/열리지 않는 방 54/불완의 정원수를 생각함 56
제3부
봄을 생각함 59/봄을 느낌 60/삼월은 자유다 62/봄 64/봄에 들어서다 65/비 오는 날의 象 66/칼 갑니다 68/꿈 이야기 70/관계 71/꽃 노래 72/이런 풍경 74/봄 앓이 76/봄 언저리에 내려서면 78/호박을 보며 80/잠 82
제4부
파종 85/도꼬마리풀 86/강변에서 88/들판에서 89/풀의 노래 90/들의 노래 92/눈 오는 날의 象 93/누님에게 94/요람에서 무덤까지 96/경계 97/편지 98/오, 어머니 100/지독한 공명 102/병실일지 104/우리들의 고향 106/장대비 108
해설 정병근(시인)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와 아들, 지붕 위에 있습니다
간밤 천둥 번개 우르르 떨어졌던 것이
꽃잎이면 좋았으련만 빨간 슬레이트 지붕 집
구멍 난 지붕 수리하고 있습니다
마당 가운데 어머니가 쳐다보며 가슴을 졸이나 봅니다
동풍이 부는지, 어머니의 긴 머릿결
서쪽 방향으로 쏠려 있습니다
누렁개는 신이 난 듯 지붕 쳐다보고
유채꽃 노란 꽃밭, 봄날은 배경 가득 출렁이고 있습니다
햇빛 지나가자 그림 사진으로 복사된
왕벚꽃처럼 노출된 그림엽서
왈칵, 문 열고 경계 넘어온 파문
살 속을 파고들며 슬레이트 지붕 집
빗소리인 양 유년의 기억 흔들어 깨웁니다
아릿아릿 되살아나는 통증 한 장
-「통증 한 장」 전문
공원 구석진 곳에서 오줌을 눈다
목련나무 뒤에 숨어서 눈다
이유 없이 툭, 툭 꽃잎 지는 소리에
몸 움츠리며 남몰래 훔쳐 누는 방뇨
도망가는 봄 같다
노름빚에 쫓기듯 누는 오줌
순식간 목련나무 밑동을 후벼 파는
치명적 소통,
작은 구멍 하나 뚫고 있다
저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오줌발
호스를 자르거나 무거운 힘으로 눌러버린다면
등줄기에 햇살 내린다
허리춤 아래에도 봄 햇살 꽂힌다
몸을 탈탈 털며 적멸보궁 속으로 빨려드는데,
목련꽃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입술을 태우거나
풀밭 위 찢긴 브래지어처럼 흩어져 있다
꽃 떨어진다
그만 누어라
- 「꽃 떨어진다」 전문
꿈꾸며 살고 싶다
생명선 재촉해도 좋아
그래, 아궁이 불문 열어 줘
황소처럼 살다 아침이면
부엌문 앞으로 끌려 나와
비록 식칼을 맞을지라도
밤새 화덕에서 벌겋게 흘레붙던 몸뚱이
허리 삭둑 동강 날지라도
불문 닫고 산 날들
그 얼마나 답답한 겨울이였던가
꿈꾸며 살고 싶다
아궁이 불문 활짝 열어 줘
컴컴한 얼굴 가슴 헐떡여
싸늘한 바람 온몸으로 옹골진 구들목까지
사방 거침없이 뜨건 열기 몰고
아, 오늘 밤
당신의 허리 달짝지근 녹여 주는
부신 삶을 노래하리라
빛나는 세상 노래하리라
봉창 기어든 겨울 달빛
목마르게 밝다
-「이런 노래를 꿈꾸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