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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232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11-23
책 소개
목차
제1부
담쟁이•13/맨드라미•14/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16/다정한 연인•18/더할 수 없는 이름으로•20/녹슨 거울을 들고 있다•21/캥거루와 해바라기•22/파피루스와 나비•24/씨앗 연대기•26/눈부처•28/파미르에서 쓰는 편지•30/모란문 찻사발과 바다•32/돌 속에서 잠든 새•34/모란의 저녁•36
제2부
프러시안블루•39/보라의 원적•40/무자치•42/목이긴굴뚝새•44/뒷모습•46/용장사곡 삼층석탑•48/저녁 숲의 은유•49/망고나무와 검은 돌•50/모래시계 속의 낙타•52/산수국•54/망해사•55/혼자 먹는 밥•56/묻힌 얼굴•58/피아노가 있는 바다•60
제3부
마애불•63/우산•64/제라늄 꽃 옆에•66/새의 노래•68/외딴섬에서 하루•70/바위꽃•71/무언가•72/비비추새•74/물고기의 눈•76/몽상가의 집•78/검정말•80/순록 떼를 찾아서•82/여전히 나무는 나무•84
제4부
나는 당신을 모르고•87/낯선•88/유리의 방•90/여강에는 섬이 있다•92/포옹•94/잠행•96/상처에 관한 변주곡•98/모두의 방식•100/여름비•102/잠망경•104/그보다 더 오래된 슬픔•106/붉은 방•108/비긴 어게인•110/오동꽃 필 무렵•112
해설 박진희(문학평론가)•115
저자소개
책속에서
높은 벽을 기도소 삼아
끊임없이 실을 꿰어 무늬를 짜며
기도를 한다
어디를 닿아도 천국이라고
쉼 없이 나아가는
그는 성자다
― 「담쟁이」 전문
잘 익은 햇빛과 바람이 긴 목을 타고 넘어와서
당신의 입술을 적시던 시간
너무 멀리 가 있다
말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 차 있는
오크통에서 발효되었던 시간,
코르크를 따는 순간 어떤 기류에 휩싸였었다
누군가 꺾어서 버린 해바라기 몇 송이
캥거루의 뱃속에서 마르고 있다
시간을 읽지 않는 해바라기
살아 있는 동안 해 뜨는 곳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해 지는 쪽을 바라보리라
캥거루 그림이 그려진 와인 병, 더는 빈 병이 아니다
캥거루의 긴 다리에 눈이 걸린다
점점 더 고개를 숙이는 마른 해바라기를 꺼내놓고
병을 굴려본다
캥거루가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 「캥거루와 해바라기」 전문
세상 모든 별들은 파미르 고원에서 돋아난다고
붉은 뺨을 가진 여인이 말해 주었습니다
염소 젖과 마른 빵으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돌산은 마을 가까이 있고
그 너머로 높은 설산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는 아침입니다
나귀 옆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나무 우듬지에 걸쳐 있고
풀을 뜯는 나귀의 등에는 짐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백양나무 이파리가 흔들릴 때
왜 그렇게 먼 길을 떠나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멀리 있고
설산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고원에 부는 바람을 타고 나귀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귀가 노인을 이끄는지
노인이 나귀를 따라가는지
두 그림자가 하나인 듯 천천히 풍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 「파미르에서 쓰는 편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