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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263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12-08
책 소개
목차
제1부
말을 먹는 귀•13/전지적 관찰자 시점•14/불멸의 호객행위•16/담쟁이•18/롤리타 렘피카•19/찾아온다는 말•20/나무의 모세혈관•22/시소게임•23/사라진 입술들•24/임대차 계약•26/다산의 이유•27/프러포즈•28/엄마의 오월•30/오래된 부케•31/죽지 않는 나무•32/이름이라는 제목•34
제2부
원죄의 재구성•37/비린내•38/청첩•40/봄날의 이삿짐•42/밍크는 힘이 세다•43/나는 왜 미안한가•44/슬픈 몸은 옆으로 눕는다•46/말•47/흰 책•48/그래도•50/묵음•51/흉터•52/나비•54/두근거리는 쪽으로 걷다•55/포장•56
제3부
휘파람•59/소화불량•60/배관의 사회성•62/눈[眼]의 연금술•63/노거수•64/미역•66/입술의 칼•67/은빛노인대학•68/바닥•69/사춘기•70/오늘의 식목•72/방부목•73/선흘 미술관•74/계단의 단계•75/결심을 결심하는 까닭•76
제4부
맹그로브 숲•79/사람•80/양팔저울•81/엉덩이의 인격•82/이번 감기는 너무 지독해•83/아스팔트의 눈물•84/입에 발린 소리•86/오동나무•87/책갈피•88/쿨하지 못해 미안해•89/회춘•90/호박꽃 그 열매•91/잉여인간•92/변명•93/등급을 묻습니다•94/시선 집중•95/X‐ray•96
해설 장예원(문학평론가)•97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제 귀가 꾸역꾸역 먹은 말
아침 되자 울컥 게워내는 입
햇빛에 내어 말리기 부끄러웠는데
때마침 비가 온다
때문이라는 말과
형편없다는 말은
햇빛의 찬란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귀가 소화시키기 어려운 말
되새김질되는 말들은
눈물이라든가
식은땀이라든가
자잘한 조각들로 쪼개지기도 하는데
덩치 큰 말들은
한 덩어리로 뭉쳐져 목구멍을 막는다
비 온다
소화장애 가진 귀 씻으라고
눈물보다 짠 비가 온다
― 「말을 먹은 귀」 전문
남자가 서툴게 여자를 업는다
하얀 블라우스에 오렌지색 핫팬츠를 입은
싱싱한 여자가 남자 등에 업힌다
남자의 목에 긴장을 두르고 귓가에 앵두 같은 말을 넣는다
사뿐한 여자를 업고
긴장한 계단을 내려가는 남자
얼굴이 붉었다
폭염 경보가 내린 한낮이었다
한 계단씩 걸음 옮길 때마다
뭉클한 가슴이 그의 등으로
그렇게 옮겨 앉았을까
창원터미널 지하도를 다 내려갔을 때
그의 등에 솟은 봉긋한 가슴
몇 날 몇 밤 꺼지지 않는 가슴 때문에
불현듯 생겨난 가슴 때문에
한동안은 엎드려 잠들지도 몰라
박자를 놓쳐 허둥대는 심장과
땀으로 끈적이는 손바닥이 있었다
― 「전지적 관찰자 시점」 전문
사람들이 다리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내성적인 섬과 그에 못지않은 섬 사이에
덩치 큰 용기 하나가 그어지는 것이다
외따로 있는 그들은
파도의 가시로 울타리를 치고
녹색 머리칼로 눈을 가린다
팔 다리를 표시 없이 말아 넣은 건
감정 드러나는 것을 경계한 까닭이다
호기심 많은 돌멩이들 쉬지 않고 재잘거려
꿈쩍하지 않아도 멍이 드는 섬
안개 짙은 날
조금 더 용기 있는 한쪽에서
접어둔 팔을 재빨리 뻗어
건너편 섬의 주머니 속으로 쑥스러운 미소를 밀어 넣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밀고 들어온 손이
뭉툭한 한쪽 허리 간지럽혀도
못 이긴 척 그 은유를 받는 것이다
수줍고 떨리는 어깨에
긴장한 그의 팔이 둘러지는 것이다
발그레한 두 뺨 기대는 것이다
― 「프러포즈」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