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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546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7-22
책 소개
목차
제1부
눈사람 의족 13/키스 14/빨간색 물감 15/로드킬 16/개복숭아 꽃잎이 흩날릴 때 18/나무거울 19/끈끈이주걱 20/빗소리 채록 22/소금쟁이들 23/덮어두는 책 24/버려진 자동차 26/다리 위에는 찌그러진 안경테만 남아 27/또 그렇게 28/싸락눈 30
제2부
뼈로 된 새 한 마리 33/골목을 쾅 닫았다 34/파란 대문 35/마이크와 메가폰 36/샌드백 37/의령 서동리 함안층 빗방울 자국 38/늙은 대장장이의 무용담을 들었다 40/명자나무 분재 만들기 41/설날 42/옛날 짜장 43/닫힌 책방 44/너는 알아야 한다 46/밤 벚꽃놀이 47/드라이플라워 48
제3부
부나방 51/3월이 아니면 아닌 52/속옷들 53/책을 펼치자 십자가들이 쏟아졌다 54/허물어진 담벼락 56/옥상에 겨울이 왔다 57/나무 그늘 58/회사원 60/웃는 머리 61/소낙비 천둥 62/트롬본 뮤트 64/내가 강물이었을 때 65/그루터기 의자 66/치정 68
제4부
봄눈, 밤눈 71/담장에 이마를 대는 새 72/달려드는 시커먼 것들 73/이후의 세계 74/산수국 헛꽃이 푸르게 지듯 76/물건방조어부림에서 77/오래된 식탁 78/냉산 79/장례식장의 화환 80/늦은 팥죽 81/노각 82/늙은 눈사람 부부 84/마당 깊은 집 85/칼과 속죄양 86
제5부
첫눈 89/산벚꽃이 지는 동안 90/우수에서 경칩으로 91/연두와 함께 92/신생 94/꿈 95/봄마다 일어나는 일 96/사막 98/길 밖의 모텔 99/매실주가 익어갈 때 100/선물 101/사과에 대한 짧은 필름 102/곤충채집 상자 103/폭설 104
해설 백인덕(시인) 105
저자소개
책속에서
강 건너 눈보라 속 눈사람이 걸어간다
이곳에 발을 두고 어떻게 건넜을까
버려진 의족을 들고 사방을 둘러본다
발을 벗고 걸었으니 발자국도 없는 것
그는 이제 온전히 사람을 벗었을까
얼다 만 바람 소리가 강기슭에 부서진다
의족을 높이 들고 그에게 소리친다
발 없이 가는 곳은 풍문의 나라라오
한순간 의족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 「눈사람 의족」 전문
찰나에 그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몸 밖으로 물러섰던 가늘고 긴 그림자
바퀴에 짓이겨지는, 전율이 요동쳤다
그도 나의 피투성이 그림자를 보았을까
검은색이 가장 빨리 검어지는 순간이란
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찬란한 빛의 정면
생에 첫 스포트라이트,
빛이 눈을 멀게 했다
내 앞에서 그는 지금 얼마만큼 멀리 있나
내 혼이 망설임 없이
그의 몸을 덮치던 날
전부가 어두웠고
그 빛이 전부였던
비명이 스쳐 간 짤막한 목젖 같은
공포가 아, 입을 벌리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 「로드킬」 전문
도착하는 빛과 떠날 비가 섞일 무렵
오래전 죽은 새가 뼈를 들고 다시 왔다
깃털도 가죽도 없이 뼈로 된 새 한 마리
죽음은 몸을 벗고 흙의 옷을 입는 일
오늘따라 뼛속까지 부끄러워 죽겠다고
팬티도 브래지어도 다 찢어 버린 새
그 몸이 무어라고 그 팬티는 무어라고
그게 무슨 대수라고 몸을 뜯고 파내고,
파내도 이 음부에는 흙탕물이 찬다고
뼈를 닦는 새에게, 흙의 옷을 갈아입혔다
흙 한번 안 묻힌 내 손이 부끄럽겠다고
죽어서 뼈로 된 새가 얼굴을 가릴 동안
― 「뼈로 된 새 한 마리」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