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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6775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1-10
책 소개
목차
제1부
미소 천사 13/감자꽃 14/사진 한 장 15/받아쓰기 16/파문을 낳는 연못 18/그리운 나무 그늘 19/자운영꽃 20/시침질 22/살다 보면 23/어깨너머 24/숨어 피는 녹꽃 26/바람개비 27/다정한 봄볕 28/끝나지 않는 식사 30/반찬이 반갑다 31/익숙한 하루 32
제2부
희망의 비율 35/탓 36/요즈음 박꽃 38/전답 일기장 39/타이밍 40/어린 날의 꿈 42/빗돌 43/선거 벽보를 보면서 44/돌탑 46/와디처럼 47/장독대 48/믿는 구석 50/지게와 지겟작대기 51/아이처럼 52/소뿔 54
제3부
부모 57/소와 아버지 58/나처럼은 살지 마라 60/숨바꼭질 61/풀의 비명 62/뒤늦은 꾸지람 64/사막의 눈물 65/이승의 사랑 66/깨어진 유리병 피하기 68/금기어 69/사라진 이름들 70/부탁 72/재벌 가계도 73/잠결 74/물안개 76
제4부
흑백사진 속 소녀 79/먼 산 80/가려진 봄 81/꽃 지게 82/꽃 피는 언덕 84/봄날이다 85/밤이 자란다 86/부채라는 이름표 88/보리누름이면 89/지워지지 않는 풍경 90/곡소리 92/화풀이 93/피안의 출구 94/뱃살 96/아저씨 이름 97/나의 메시지 98
해설 전문수(문학평론가·창원대 명예교수) 99
저자소개
책속에서
포대기에 싸여 공갈 젖꼭지 오물오물 물고 잠자는 아기를 보며 미소 짓던 새댁이 내린 자리 앉아서 잠깐 아이 엄마처럼 웃는 사이에 돌배기 보듬은 젊은 여인이 차에 올라 자릴 비켜 주었는데요 고맙다는 엄마 말을 알아들었는지 눈 마주친 아가 부끄러운 듯 엄마 품에 얼굴 포옥 가리다 쳐다보곤 생긋 웃더니 또 가리네요 온통 아가 미소에 취하여 버스 안 남녀노소 벙글벙긋 싱글생글 웃고 있네요
다음 정류장엔 아무도 내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 「미소 천사」 전문
굽이치며 흐르는 냇물
자갈돌에 부딪히고
바위에 이마를 짓찧으며
낭떠러지에서 구르고 온몸을 던져
갑자기 회전하며 주춤대는 것도
다 앞 물 받아쓰기네요
갈 길 바쁜 평지 흐름도 같이 가자는 악착같은 받아쓰기 잠시 뒤, 물이 머뭇거리는 것은 앞 물길의 시침질이 늦어서이기도 하지요 더러는 우쭐우쭐 혼자서 앞서는 것도 돌발적인 막힘으로 앞 물이 회전하기 때문이고요 악착같이 받아쓰기 못하는 물살은 역류하며 뒤이은 물에 그만 합류되고 말아요
젖은 나무 그늘 다가와 잔잔한 잠시의 호수
쉬어가라 손 내밀면 못 이기는 척
주저앉아 쉬는 것도 받아쓰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시 물살을 끌며 흘러
흘러가는 배턴 받아쓰기
저 혼자 힘으로는 흐를 수 없는 물은
처음의 물 바닥 지세를 따라
끝내, 바다로 가서 차례로 쥐었던 배턴을 던진다네요
물의 한살이
사람의 한살이도 누굴 받아쓰기한 건가요
— 「받아쓰기」 전문
해 뜨면 온종일 볕이 좋았던 집
아버지의 가벼운 발걸음
뒷동산 멧비둘기 구성진 곡조를 풀어놓는 숲길
둥그런 나뭇짐에 꽂힌 진달래꽃
걸음 옮길 때마다 하늘거리고
시장기 달래는 점심나절
무쇠솥 안에 기다리는 양은 밥통 따순 온기
나눠줄 손길을 기다리고
마당귀 세워둔 지게엔
아직도 아버지의 부리지 않은 봄볕이
바지게에 한 짐
— 「다정한 봄볕」 전문